책의 서문에서 조문영은 자신에게 인류학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한다. "나에게 인류학적 세계 읽기란 단단한 이해를 거쳐 책임 있는 비판을 길어내는 과정이었다." 이 문장 이후로 따라오는 세상 비판, 삶의 이해에 대한 책임감과 열망에 관한 묵묵한 고백은 왠지 낯설지 않다. 인문학, 사회과학을 정확하게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저마다 이와 비슷한 열망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권위를 경계하고 자신을 의심하며 오로지 실낱같은 진실들을 찾아내어 그것으로 쌓아 올린 세계의 비판적 상을 구성하는 일. 마주하는 순간마다 기존의 문법에서 균열을 발견하고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내는 것은 분명히 어렵고 고독한 일일 테지만, 이를 성공적으로 해낸 작업물은 비슷한 길을 따르는 동료 시민들에게 큰 기댈 언덕이 되어 준다.
그리고 이 책이 그렇다. 인류학자로서 그가 만나고 기록한 세계는 구석구석 입체적이고 섬세하게 비판적이다. 한 편 한 편 칼럼들에서 그의 시선은 주로 빈민, 노동자, 노인, 여성, 장애인, 원주민, 이주민, 지방, 비인간 등 '취약한' 존재들에 머무른다. 그리고 이들과 나, 이들과 당신들, 이들과 세계의 관계를 끊임없이 묻고 연결하고 재정의한다. 각자의 세계가 만나는 접촉면에 관한 주목은 지금 한국 사회의 민중들이 도달한 '연결'의 감각과 공명한다. 연결을 일차원적으로 감각한 다음에 우리는 어떤 구체적인 질문을 해나가야 할까? 조문영의 칼럼들은 이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쥐고 있다. 그의 글은 조심스럽고 성찰적이며 책임감 있게 삐딱하다. 현시대가 요구하는 지식인의 태도라고 감히 말해본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쓰며 살아왔다. 낙서, 일기, 숙제 등 그 행위의 이름은 달랐지만, 본질적으로 그것은 모두 '기록'이었다. 어린 시절의 기록은 단순히 쓰는 행위였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며 우리는 기록이 단순히 쓰는 것을 넘어 자신을 발견하고 세계를 확장하는 중요한 매개체임을 깨닫게 된다. <기록이라는 세계>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기록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일상 속에서 늘 해왔던 평범한 행동이지만, 그것이 쌓이고 확장되면서 우리의 삶에 새로운 의미와 방향성을 부여한다는 점을 알려준다.
이 책은 기록이 단순히 무언가를 적는 행위를 넘어,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확장하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한 줄 일기, 루틴 트래커, 실패 노트, 미래 일기 등 다양한 기록법을 통해 기록의 세계를 탐험한다. 기록은 그저 하루를 정리하거나 지나간 시간을 남기는 것만이 아니다.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타인의 시선을 배우며, 내면을 확장해가는 여정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무심히 지나쳤던 순간들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점차 더 넓고 깊은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록이 어떻게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이야기로 바꾸는지 설득력 있게 전한다.
새해는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며 자신을 돌아보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다. <기록이라는 세계>를 지금 읽기에 가장 완벽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순히 기록법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기록이 우리 삶에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지 설득력 있게 풀어내기 때문이다.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꿈꾸는 이들에게, 이 책이 새로운 출발의 동반자가 되어주길 바란다. 오늘 한 줄의 기록이 쌓여 내일은 더 나은 나를 만들어줄 것이다. 변화의 시작, 기록으로부터.
보에게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몸의 기력이 나날이 떨어져 가는 것을 느낀다. 치매에 걸린 아내는 3년 전 요양시설로 떠났다. 혼자 남은 그는 아내의 향기를 보관하기 위해 그녀의 스카프를 병 속에 넣어두었는데, 이제 그 병의 뚜껑을 여는 것도 쉽지 않다. 그의 고요한 일상은 매일 찾아오는 요양보호사들에 의해 잠시 깨어질 뿐 그리고 오랜 친구 투레와 반려견 식스텐만이 유일한 기쁨이다. 아들 한스와의 관계는 망가진 지 오래다. 아들은 식스텐을 데려가려고 한다. 보처럼 나이가 많은 사람이 숲에 가서는 안되고, 식스텐 같은 개들은 시골길을 한 번 왔다 갔다 하는 것보다 더 긴 산책이 필요하다면서. 보는 자신에게서 반려견 식스틴을 떼어놓으려는 아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식스텐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보의 감정은 크게 흔들리고, 그는 삶의 여러 순간을 되돌아본다. 그는 남은 시간 동안 삶의 문제들을 잘 풀어낼 수 있을까.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리사 리드센의 데뷔작이자 2024년 스웨덴 올해의 도서상 수상작. 작가는 할아버지를 방문하면서 우연히 오래된 메모를 발견한다. 요양보호사가 남긴, 할아버지 생애의 마지막 몇 년 동안의 기록들. 아버지와 함께 할아버지를 찾아 청소와 식사, 목욕 등을 도우면서 작가는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흥미진진한 인생 이야기에 매료되고, 나아가 자신이 인생 이야기에 그토록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순전히 할아버지 덕분이라고 훗날 인터뷰를 통해 고백한다. 노인을 향한 고정관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었다. 자신의 존엄성과 결정권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고군분투하는 인간의 위대한 마지막 모습들. 이 소설은 바로 그렇게 쓰여졌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세대 간의 소통, 가족 간의 사랑, 오랜 동료와의 우정, 뜨거운 화해와 온화한 작별의 과정을 사실적이면서도 감동적으로 보여주며, 소설은 인생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한다.
엄정순 작가는 오랫동안 시각 장애 아이들을 대상으로 미술 교육을 해 왔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아이들과 커다란 동물을 만나는 미술 프로젝트 '코끼리 만지기'를 기획해, 아이들과 함께 태국 치앙마이로 건너가 코끼리와 직접 대면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아이들이 코끼리를 만나고, 손끝의 감각으로 예술화하는 일련의 과정을 <코끼리를 만지면>에 담았다.
아이들은 치앙마이에 머물면서 코끼리 소리로 아침을 시작하고, 코끼리 냄새를 맡고, 코끼리와 함께 산책하며 특별한 교감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코끼리 실체를 직접 만난 경험과 감각, 그리고 상상력을 동원해 각기 다른 작품을 창조해냈다. 코끼리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다양한 모습의 코끼리를 이 책에서 만난다. "창조의 세계는 어떤 결핍도 무거워하지 않는다"라는 작가의 말과, 손끝으로 펼쳐지는 예술의 세계가 얼마나 놀라운지 이 책이 증명해 보인다.
독서는 새해 다짐 리스트에 빠짐없이 올라가지만, 책을 의무로 읽는 데는 한계가 있다. 독서가 꾸준하려면 무엇보다 재미가 솟아야 한다. 올해엔 기필코 책 읽는 습관을 들이겠다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책에 대한 부채감을 재미로 바꾸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시인의 딸로 태어나 시학을 공부하며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된 저자 나민애는 우리에게 국어가 무엇인지,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장르별로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하며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등 그야말로 독서의 기초를 전방위적으로 알려준다. 책을 읽으라 말하는 선생들은 많지만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이렇게 세세하게 알려주는 전문가는 흔치 않다.
무엇보다 이 책의 특장점은 초보 독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준다는 데에 있다. 편한 단어와 재치 있는 비유로 설명하는 책의 효용을 읽다 보면 독서가 그리 멀리 있는 취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취미든 새로 시작할 땐 동력과 매뉴얼이 필요한 법, 둘 모두를 손에 쥐여주는 책이다.
세스 고딘은 현대 마케팅의 패러다임을 바꾼 선구자이자 비즈니스 혁신의 아이콘이다. 인터넷 초창기, 그가 설립한 요요다인(Yoyodyne)은 온라인 마케팅의 새로운 지평을 열며 오늘날 전자상거래의 초석을 다졌다. <보랏빛 소가 온다>와 <마케팅이다>를 통해 "차별화의 중요성"과 "고객 중심의 사고방식"을 강조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통찰을 선사한 그는, 이번에는 ‘전략’이라는 주제로 돌아왔다. 세스 고딘은 단순히 성공을 위한 규칙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는 사고방식을 통해 삶과 비즈니스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전략을 이야기한다.
오늘날 변화는 더욱 빨라지고, 복잡성이 증대되고 있다. 이 책은 이런 시대에 개인과 조직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고, 불확실성에 대처할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또한 단순한 전략 지침서를 넘어, 사고방식을 전환시키는 도구를 제공한다. 세스 고딘은 시간이 가진 잠재력,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게임의 원리, 타인의 입장에서 사고하는 공감의 중요성,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시스템의 힘을 강조한다. 이러한 네 가지 축은 단지 사업적 성공을 넘어, 개인의 삶과 커리어, 사회적 관계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원칙들이다. 새로운 관점과 구체적인 사례로 가득한 이 책은 지금 당신의 전략적 사고를 혁신할 완벽한 기회가 될 것이다. 그를 다시 믿어 보자. 제목이 먼저 자신 있게 말하지 않는가. 이것이 '전략'이라고.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 유영광의 신작 소설. 신인 작가의 이 소설은 10만 독자를 만났고, 21개국에 수출되었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섬>은 작가가 삶의 가장 어두운 시기를 지나던 무렵,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품고 2021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개인 출판했던 그의 첫 소설이다. '이 소설을 쓰면서 제 삶에도 진짜 기적이 일어났습니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앞을 보지 못하는 소년, 다리를 잃은 노인, 팔을 잃은 검사, 날개를 잃은 천사가 '방황의 성'에서 '행복의 섬'을 향해 모험을 떠난다. 불행의 여신이 깊은 동굴 속에 숨긴 꿈과 커다란 바위 밑에 숨긴 용기를 찾아 잠든 행복의 여신을 깨우는 것이 이 여정의 목적이다. 이들은 절망의 계곡, 좌절의 늪, 고난의 들판을 지나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찾아 순례한다. 자기계발서로도, 판타지 소설로도 읽기 좋은 이야기를 따라 '소원을 이루어주는 섬'을 향해 지도와 나침반을 쥐고 걷다보면 나다운 행복을 찾기 위해 떠날 용기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고래는 오래전부터 인간들을 보아왔다. 그들이 약한 널빤지 네 개를 엉성하게 엮어 만든 것을 타고 바다에 나왔을 때부터. 수평선과의 대결이 두려워 잠시도 해안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집요하고 끈질긴 인간의 모습을 보며, 고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곧 배우겠지.”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인간은 곧 바다에서 움직이는 법을 익혔다. 그들은 더 큰 배를 만들고, 방향을 일러 주는 하늘과 별을 발견했다. 그러자 그들은 과감히 어둠을 가르고 망망대해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용기와 의지에 감탄하기도 하였으나, 곧 그들이 허락도 받지 않고, 고마워할 줄도 모르며 모든 것을 빼앗고 파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다의 일부처럼 살아가는 소수의 ‘바다의 사람들’과 그들을 수평선 너머의 자유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트렘풀카웨’를 지키는 사명을 띤 달빛 향유고래는 낯선 인간들, 침략자들에 맞서 용감히 싸운다. 고래는 인간들에게 ‘모차 딕’이라는, 두려움과 증오심을 불러 일으키는 이름을 얻었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꿈꾸며 평생 투쟁해 온 루이스 세풀베다의 생애 마지막 작품. 그가 사망하기 1년 전인 2019년 5월 발표된 발표한 이 이야기는 거대한 향유고래가 바다의 평화를 깨뜨리는 탐욕스러운 인간들에게 맞서 투쟁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자연의 리듬에 따라 조화롭게 살아가는 생명체들을 끔찍하게 살해하는 이들에 대한 분노와 절망이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이 작품은, 우리 현대인들이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보호하기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달빛 향유고래 ‘모차 딕’의 등에 꽂힌 백여 개의 작살이 부메랑이 되어 인류에게 다시 돌아오기 전에, 우리는 멈출 수 있을까.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대리사회>로 대한민국에서 '을'로 살아가는 삶을 가감 없이 써 내려가던 저자 김민섭은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를 통해 그러한 삶 속에서도 타인과의 연결, 소통을 강조하며 김민섭식의 위로를 전해왔다. 이번 신간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해도 됩니다>는 그 어느 때보다 어둡고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대한민국에 맞춤인 책이다. 현실은 암울하고 매일의 일상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지만, 조금 더 살만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나가자는 적극적인 연대를 강권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삶의 속도에 자꾸만 밀려 자신과 타인을 돌아보지 못하고 지나칠 때가 많다. 이 책은 그런 우리에게 잠시 멈춰 서서 내 마음과 타인의 마음을 살피며, 다정함이 가진 힘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기나긴 어둠의 터널을 걷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이 책이 한 줄기 빛이자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결국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결국 다정함은 모든 걸 이기니까.
2010년대 내내 각종 미디어엔 공무원 시험에 청년기를 통째 바친 청년들의 이야기가 나왔었다. 뉴스에도, 드라마에도 노량진 고시 학원에 몇 년씩 틀어박혀 공부하는 공시생의 이야기가 등장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공무원들의 이른 퇴사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다. 열망이 좌절로 바뀌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 그들은 공직 사회에서 무엇을 본 걸까?
저자는 행정고시에 합격해 10년간 사무관으로 일하다 서기관으로 승진한 후 퇴사했다. 그는 자신이 퇴사한 이유를 "가랑비에 옷이 젖듯 습득한 무기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은 그 무기력의 이유를 밝힌다. 실체 없는 바쁨, 소통 없는 수직 관계, 실무와 동떨어진 윗선의 지시, 면피로 지킬 수밖에 없는 개개인의 안위... 서늘한 문장들이 현실의 공직 사회를 차분히 해부한다. 10년이란 기간 동안 내부인이었고 이젠 외부인인 저자의 꾸밈없는 눈길이 공무원 업무 문화의 구석구석에 샅샅이 닿는다.
어떤 개인이든 존재하는 한 (본인이 인지하지 못한다고 해도) 정치의 스펙트럼 위 어딘가에 서 있고, 그렇기에 저자가 말하는 것들이 무균실의 표백된 비판이라고 할 순 없다. 다만 외부까지 유출된 공공기관 내부의 문제적 사실들, 공무원들의 퇴직률, 젊은 공무원들의 무기력한 분위기 등을 생각해 볼 때, 이 책이 전해줄 수 있는 일말의 진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가.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해 짚어봐야 할 제안이다.
국내 발달뇌과학의 최고 권위자 김붕년 교수의 이 책은 뇌 발달에 맞춘 양육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아이의 뇌는 태어날 때 약 30%만 기능하며, 나머지는 성장 과정에서 발달한다. 특히 만 12세까지가 뇌 발달의 중요 시기로, 이 시기에 양육자가 어떤 환경과 자극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사고력, 감정 조절, 행동 능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가령 만 3세까지는 감정과 감각을 담당하는 뇌가 집중적으로 발달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는 아이와 교감을 많이 나누고, 오감을 자극하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논리적 사고나 학습은 아직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무리해서 가르치려 하지 말아야 한다.
저자는 양육자가 “아이를 귀한 손님처럼 존중하라”고 조언한다. 아이를 양육자의 기준에 맞추려 하지 말고, 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이해하며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랑과 희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뇌 발달 과정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인 양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초보 부모가 아이를 똑똑하고 당당하게 키우는 데 도움을 주는 든든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2024년 1월부터 3월까지 알라딘 시 부문 월간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책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의 두 번째 시리즈가 찾아왔다. 3행 5-7-5 글자, 17개 음으로 된 짧은 시에 촌철살인의 익살을 담는 시의 한 장르, ‘실버 센류(川柳)’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가 주최한 제23회 실버 센류 공모전의 입선작과 응모작 여든여덟 수를 수록했다. 셀프 계산대를 보면 주눅들어 피하고 AI 기술에겐 내 남은 수명을 물어보고 싶은, 실버의 몸으로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이들의 맵고 뭉클한 삶의 이야기를 한 수 청해 들어본다.
자기 소개 때 / 돌아가며 말한다 / 이름 고향 취미 지병
아픈 데 찾으니 / 여기 저기 거기 / 어라 전부네
삶이라는 풍파를 함께 겪던 머리털도 못 견디고 도망가버렸다. 휑해진 정수리를 불현듯 발견했던 그 날 흰머리 시인들은 '그때 뽑은 / 흰머리 / 지금 아쉬워' 투덜댄다. 허약해지는 몸을 시로 기록하는 이들의 시선은 유연한 유머로 너그럽게 흐른다. 선물하기도 좋고, 소리 내어 읽기도 좋고, 따라 써보거나 규칙대로 시 짓기를 해봐도 좋다. 피식 웃다보면 각오로 무장하느라 긴장한 어깨가 조금쯤 풀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