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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우울: 공적 감정 호호당 산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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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먼저 주목한 한국 역사 미스터리”
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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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 조선. 임금이 암살되었다는 소문이 저잣거리에 나도는 흉흉한 시기에 거리 한복판에서 여인이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피해자는 남인인 오 판서의 여식 ‘오 소저’. 올해 나이는 고작 열아홉이었으며, 시신은 끔찍하게도 코가 잘려 나가 있었다. 넘치는 호기심과 타고난 잔꾀, 날카로운 추리력을 가졌지만, 그와 동시에 얼굴 한쪽에 ‘婢’라는 낙인이 찍힌 포도청의 다모 ‘설’은 의 현장 조사원으로 동원되어 포도청 최고의 수사관 한도현 종사관과 함께 한양을 피로 물들게 한 연쇄살인의 진상을 쫓는다. 찻상이나 나르고 마당이나 쓸라는 무시와 면박 속에서도 설은 흔들리지 않는다. 존경하는 상관을 돕기 위해, 위험에 처한 친구를 구하기 위해, 그리고 억울하게 목숨을 빼앗긴 사람들의 이름을 다시 찾아주기 위해.

에드거상을 수상한 한국계 작가 허주은 역사 미스터리. 1800년 정조 사후 정순왕후의 수렴청정이 시작된 조선에서 모략과 배반, 살인 등으로 혼란스러운 때, 여성 수사관인 열여섯 살 다모 ‘설’이 사건의 비밀을 추적해 나가는 이야기를 박진감 넘치게 그렸다. 소설은 또한 범죄 수사극인 동시에, 정치적 음모와 권력 갈등 사이에서 굴하지 않고 자기 내면의 진짜 목소리와 정체성을 발견해 나가는 약자들의 여정을 담았다. 주인공 ‘설’은 물론, 세상에 노비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며 하인에게 글 읽는 법을 알려준 ‘오 소저’, 두렵다는 이유로 선행을 포기하지 말라며 남장을 한 채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을 돕는 ‘강씨 부인’ 등 시련이 삶을 뒤흔들어도 옳은 것에 대한 신념을 품은 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끝끝내 해내고야 마는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이 책을 자신이 쓴 가장 용감한 책이라고 말했다. - 소설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정해진 운명은 없단다,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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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을 다시 생각하기"
우울: 공적 감정
앤 츠베트코비치 지음, 박미선.오수원 옮김 / 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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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감각, 감정, 상태를 바라볼 때, 우리의 시선엔 특정 프레임이 씐다. '우울'을 키워드로 한 마인드맵을 머릿속에 그려보자. 연결된 가지들엔 여러 약물의 이름이나 병원의 이미지가 있을 것이고, 사회의 편견, 그리고 편견에 대한 개인적인 불만 따위도 있을 것이다. 우울의 원인 또한 하나의 가지를 차지할 것이며 우울 삽화 시기의 증상도 줄줄이 딸려있을 것이다. 이제 한발 물러서서 이 마인드맵을 포괄적으로 바라보자. 여기에 적힌 것들은 특정한 경향성을 띤다. 개인적이다. 부정적이다. 병리적이며 의학적 치료의 대상이다. 그러나 우울은 우리를 구성하는 하나의 상태일 뿐, 특정한 위치에 못 박혀있지 않다. 우울을 바라보는 방식은 모조리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앤 츠베트코비치의 이번 책은, 말하자면 우울에서 뻗어나가는 마인드맵의 내용을 총체적으로 새로 써나기를 제안한다. 츠베트코비치는 우울을 사적 영역에 가둬놓지 않는다. 그는 우울을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공적 감정으로 개념화하며 집단적으로 사고해야 할 대상으로 둔다. 우리의 우울은 신자유주의의 압박과 떨어져서 설명될 수 없으며 현재의 노동이나 과거부터 이어져온 폭력과도 별개의 것이 아니다. 종과 횡의 연결 안에서의 우울을 인식하며 그는 우울을 쉽게 부정적 감정으로 치부하고 극복을 말하는 대신 고유한 특성을 바라보고 그 안에 내재된 생산적 가능성을 발견한다.

츠베트코비치가 시도하는 주류 담론에서의 탈피는 책의 형식으로도 구현된다. 그 자신의 우울을 상세히 회고하는가 하면 우울에 관한 문화, 역사적 아카이브를 기록함으로써 책은 새로운 형태의 글쓰기를 담아낸다. 이 낯설고 생생한 접근은 우울이라는 개념에 닿는 우리의 인식과 감각을 확장한다. 내용과 형식 양면으로 해방감과 작은 희망의 가능성을 선사하는 책. - 인문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매일의 느낌을 공적인 토론장으로 끌어내면서 우리가 꾀하는 목적은 행위주체성을 사유하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일상적 느낌에는 부정적 느낌이 포함된다. 이 느낌들은 몸과 마음을 매우 쇠약하게 할 것 같고, 미래나 사회운동이 품는 희망과는 너무 거리가 멀어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정치적 우울이라는 개념이 우리를 완전히 우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님을 강조해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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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약산 산냥이의 호호당 지키기 작전"
호호당 산냥이
박보영 지음, 김민우 그림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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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약초가 가득한 호약산에는 산군이자 약방 호호당의 주인인 호랑이 호호 할멈, 약초를 캐는 말썽꾸러기 고양이 산냥이가 산다. 초여름의 어느 날, 늘 평화롭던 호약산이 낯선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한다. 어떤 약초꾼이 호약산을 소개하면서 사람들이 너도나도 몰려든 것이다. 호호 할멈이 산을 비운 동안, 호호당을 호시탐탐 노리는 음흉한 자까지 나타나는데…

제2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고학년 대상작으로 <4x4의 세계>가, 저학년 대상작으로 <호호당 산냥이>가 선정되었다. <호호당 산냥이>는 '산을 괴롭히는 건 호호 할멈을 괴롭히는 일'이라고 생각한 산냥이가, 호약산과 호호당을 지키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다. 평소에는 산냥이에게 잔소리만 늘어놓는 호호 할멈이지만, 버려진 산냥이를 거두어 변함없는 마음으로 지켜주며 산냥이가 실수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든든한 존재다. 호기심 많고 말썽쟁이인 산냥이는 그런 호호 할멈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도움이 필요할 때면 가장 먼저 호호 할멈을 찾는다. 호호 할멈과 산냥이가 나누는 사랑과 신뢰가 가슴 따뜻하게 그려지며, 하늘다람쥐 오람이, 너구리 너굴아재 등 친근한 동물들이 더해져 이야기를 다채롭게 만든다. - 어린이 MD 송진경
심사평
호호 할멈 같은 어른이 곁에 있다면 어린이는 세상이 아무리 거칠어도 멋지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것이다. 호호 할멈은 버려진 산냥이를 거둬서 변함없는 마음으로 지켜 주는 존재이다. 말썽꾸러기에, 호기심 대장에, 걸핏하면 심부름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산냥이는 어린이의 대리자로서 특유의 심리적 특성을 표현하여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어린이아이의 실수도 따스하게 감싸는 큰 어른의 사랑은 좌충우돌 소동을 일으키는 산냥이라는 존재가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이런 따스하고 귀한 마음이 『호호당 산냥이』의 가장 큰 장점이다. - 심사평에서 (안미란 이반디 원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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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향한 강건함"
리와인드 베이커리
범유진 지음 / 슈크림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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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서성건이 전학을 가게 된 날, 한별은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하지 않는 게 이렇게 슬플 수 있구나 처음으로 깨달았다. 말이라도 한마디 붙여볼걸, 생각했을 때 학교에는 이상한 소문이 돈다. 서성건이 몰카범이라 강제 전학을 가게 되었다고 한다. 첫사랑이 범죄자라니 혼란스러운 한별. 어지러운 마음을 붙잡고 시장을 거닐다 우연히 들어가게 된 리와인드 베이커리에서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시간 쿠키를 얻게 된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한 달 전으로 돌아가는 쿠키를 먹은 한별은 정말로 한 달 전, 서성건의 몰카 사건이 벌어진 날로 돌아간다. 첫사랑을 지키고 싶단 마음과 함께 아침 일찍 학교로 향하는데…….

<쉬프팅> <I필터를 설치하시겠습니까?> 등 다양한 청소년 소설을 써온 범유진 작가는 익숙한 소설 속 장치들을 작가만의 색깔로 물들인다. SNS에 무분별하게 퍼지는 짜깁기된 소문들과 타인을 향한 악의에 가득 찬 비방들은 평범한 줄 알았던 교실 안 풍경이 여러 층위로 얽혔음을 적확한 장면으로 보여준다. 사실판단 없이 이른바 '~카더라'로 퍼지는 소문들은 가벼워 보이지만 한 사람의 영혼을 파괴하기엔 그 힘이 충분하다. 소문에 시달려 본 사람은 알고 있다. 아무도 나의 이야길 들어주지 않고 시간이 지나도 가해자는 사과도 하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참혹한지. 한별은 굳건하게 진실을 알기 위해 노력하며 엉킨 사건들을 하나하나 풀어낸다. 가짜가 득의양양한 세상에서 진실을 마주하고자 하는 힘은 얼마나 순수하고 강한가. 서로의 손을 놓지 않는 청소년들의 연대가 여기에 있다. - 청소년 MD 임이지
책 속에서
소문이란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옮겨 간다. 흡사 전염병이다. 따라서 누군가 중간에서 "걔 그런 애 아니야."라고 한마디만 해도 쉽게 사그라든다. 그 한마디가 백신이 되는 셈이다. P.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