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가수 김창완이 첫 산문집을 펴냈다. 그간 여러 매체에 발표한 글과 자신의 노트에 틈틈이 기록해 둔 원고를 엮어 한 권에 책에 담았었다. 그의 음악적 감성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유년기에 대한 내밀한 회상이 돋보였던 이 산문집이 이제 30년이 지난 2025년, 새로 쓴 글 8편과 직접 그린 그림 20점을 더하여 다시 독자들을 만난다. 가수, 연기자, 라디오 DJ, 그리고 화가로서의 김창완보다 더 앞선, '사람' 김창완의 깊은 속내를 들여다보게 해주는 이 책은 그래서 지금 더 의미가 깊다.
그의 글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시간 속에서 더욱 깊어진 삶의 통찰을 담고 있다. 30년 전 첫 출간 당시에도 따뜻하고 섬세한 문체로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지만, 이번 개정판에서는 더욱 원숙해진 시선이 느껴진다. 새롭게 추가된 글들은 나이를 먹으며 비로소 보이게 된 삶의 작은 조각들을 담담히 풀어내며, 그의 음악과 연기, 방송을 통해 익숙했던 목소리보다 한층 더 진솔한 김창완을 마주하게 한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감성이 달라졌어도, 그의 글이 전하는 따뜻한 시선과 성찰은 여전히 유효하며, 오히려 오늘날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 에세이 MD 도란
이 책의 한 문장
30년, 짧지 않은 세월.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지만 원고를 보니, 이 글들을 쓸 당시나 지금이나 삶에 대한 생각은 크게 변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나에게 그물코를 손볼 시간도 없었거니와 그물코가 엉성해지거나 뚫린 것조차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글이 한자리에 모이니 오랜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추억은 서로 어깨를 기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글의 어느 기억은 책상 모서리에 무릎을 찧던 날과 함께 있고 퇴근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골목길의 가로등 풍경과 한 액자에 담겨 있습니다.
시간을 잘게 쪼개 쓰는 엄마. 준비하는 시간은 10분, 정리하고 잠들기 까진 1분. 그저 책을 읽고 싶을 뿐인 아이는 엄마의 다그침이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다음 날, 엄마는 묵중한 회중시계로 바뀌어 버렸다.
한국출판문화상, 대한민국 그림책상 수상에 빛나는 권정민 작가는 시간에 대해 엄격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직관한 데서 이 그림책이 시작되었음을 이야기한다. '이러다 정말 시계가 되어 버리는 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변해버린 삶 속에서 여유를 찾기 위해 시계탕에 잠시 몸을 담그는 엄마-시계. 전작 <엄마 도감>에서 엄마가 엄마를 찾아 위안과 휴식을 얻었듯, 이 책에서도 시계탕 할머니의 손길로 치유되고 아이는 모험을 통해 한 뼘 성장한다.
시계탕이 필요한 모든 양육자와 여유가 필요한 어린이들에게 바치는 작은 위안.
- 유아 MD 임이지
작가의 말
엄마는 가끔 고장이 납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르죠. 그땐 나사 몇 개를 풀어 주어야 한답니다. 시간이 있다면 엄마와 함께 시계탕으로 떠나 보세요. 가는 길에 재미난 모험을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요시타케 신스케의 작품은 매번 감탄을 자아낸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한 상상력, 끊임없이 진화하는 아이디어, 보고 또 보게 만드는 귀여운 그림,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장난스러운 메모, 재치 넘치는 명문장. 요시타케 신스케다운 새 책 <별별 직업 상담소>는 그런 장점들만을 모은 책이다.
어느 날 외계인이 지구에 불시착한다. 지구에서 먹고살기 위해서는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별별 직업 상담소'를 찾는다. 상담소에서는 각종 특이한 직업을 소개하고, 직업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고르는지, 원하는 일을 할 수 없을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일과 직업에 대해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원하는 모습이나 단어를 말하면 그 자리에서 옷을 만들어주는 뜨개질 가게, 최첨단 기술로 만든 대형 장난감도 진단과 수리를 해주는 장난감 의사, 특수한 장치를 사용하여 아이디어가 필요한 사람에게 번뜩이는 영감을 주는 영감을 파는 가게. 엉뚱한 직업을 다양하게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웃음을 주고, 일과 직업에 관해 상담해주는 부분에서는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작가만의 위트를 마지막 장까지 담아 책장을 덮는 순간마저도 웃게 만든다.
- 어린이 MD 송진경
이 책의 한 문장
직업을 갖는다는 건 '일을 한다'는 뜻이에요. 어린이는 일을 할 수 없으니, 가까이 있는 어른들이 어린이의 몫까지 일을 한답니다. 어른이 되면 자신을 위해,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위해 일을 하지요. '어떤 직업을 갖는가'는 '어떻게 살아갈까'와 거의 같은 말이에요. '나는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가', '내게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기 위해 일을 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지요.
얼마간의 유명세를 지닌 40대 남성 작가 오스카는 우연히 파리 브르타뉴 거리 테라스에 앉아 있던 배우 레베카를 보았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동경하던 배우가 나이 들어 변해버린 모습을 보고 ‘지고의 아름다움이 완전히 몰락해 버렸다.’며 레베카의 외모를 폄하하는 글을 SNS에 올린다. 이를 발견한 레베카는 오스카에게 메일을 보낸다.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로 시작하는 레베카의 메일은 오스카에 대한 저주의 말로 가득했다. 이후 오스카는 답장을 통해 사과와 함께 사실은 유년 시절 자신의 누나와 레베카가 친구 사이였음을 밝힌다. 이후 두 사람은 몇 차례 더 메일을 주고받으며 날 선 이야기를 이어갔고, 그 와중에 오스카가 자신의 도서 홍보 담당자 조에로부터 미투 고발을 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오스카는 자신의 무결함을 호소하고, 조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페미니즘 블로그를 통해 폭로를 이어 나간다. 성별, 세대, 계급 등 다양한 요인으로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세 사람 사이에서 메일은 계속해서 오가고, 세 사람은 치열하게 반목한다.
여성이자 비주류로 살아오며 겪은 폭력과 차별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작품 세계를 확장해온 데팡트 신작 소설. 서로 다른 상황에 놓인 세 주인공, 오십대 여성 배우 레베카, 사십대 남성 작가 오스카, 이십대 여성 블로거 조에를 통해 지금 가장 뜨거운 혐오 문제를 신랄하고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소설은 첫 시작부터 끝까지, 세 사람이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편지의 작성자인 세 사람의 시점을 넘나들며 여성과 남성, 청년 세대와 기득권 세대, 노동 계급과 부르주아 계급, 미투 고발자와 미투 가해자 등 전혀 다른 상황과 처지에 놓인 이들의 목소리를 일인칭 시점으로 가감 없이 담아낸다. “프랑스 문단에 다시 노벨상의 기회가 온다면 그 영광은 데팡트의 몫이다”라는 찬사를 받으며 프랑스 현지에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 소설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피의자는 언제나 희생자인 척합니다. 연대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퍼뜨립니다. 그 사이에 ‘인정’은 있을 수 없다고요. 그들에게 여성은 이상한 성이자, 적에 해당하는 성별입니다. 반대의 경우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여기 있습니다. 우리를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