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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나를 영 사람으로 여기지 않더라.'(17쪽)라는 이유로 '광인수기'를 쓰게 된 여성이 있다. "세상에 제 한 몸만 위하고 제 마음의 자유와 기쁨만을 위한다면 이렇게 미치광이가 되어야 하지 않는가요."(45쪽)라고 되묻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의, 이 시대를 앞서간 이야기는 1930년대에 발표되었다. 2020년 소설집 <겨울방학>으로 제13회 백신애문학상을 수상한 <구의 증명>, <해가 지는 곳으로>의 최진영이 백신애의 미친, 정직한 여자들의 이야기를 이어 썼다.
'나에게도 갈 길이 명백히 나타났어요."(94쪽)라고 말하는 <혼명에서>의 인물처럼, 실제 백신애는 시베리아의 모험가로, 배우로, 항일 운동가로 짧은 생을 살았다. 백신애의 <아름다운 노을>의 순희와 정규의 이름이 최진영의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에서 되살아나 사람을 사랑하는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한 인간의 목소리로 이어진다.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만남을 통해 한국문학의 계보를 톺아보는 시리즈 '소설, 잇다'가 시작된다. 백신애와 최진영의 만남을 시작으로 강경애와 한유주, 김말봉과 박솔뫼, 이선희와 천희란, 지하련과 임솔아의 만남 등이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