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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해야 마땅한 존재가 왠지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고 느끼는 순간, 사유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너무나 뻣뻣하고 딱딱해서, 누군가가 닿으면 쥐덫이 튕기듯 움찔"하는 몸 안에서 불행을 느끼던 올리비아 랭은 몸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 나선다. 운동, 근육, 건강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개인의 신체보다 그는 몸이라는 관념을 둘러싼 흐름에 관심이 있다. 몸이 지나온 역사, 그러니까 자유, 해방, 저항에 대한 이야기.
그가 파헤치는 이야기들의 중심엔 빌헬름 라이히가 있다. 몸과 자유의 관계를 평생 연구한 라이히로부터 올리비아 랭은 여러 사상가, 활동가, 예술가를 끌어내고 이들의 사유와 삶의 궤적을 엮어 보인다. 질병과 삶의 유한함, 피임과 임신 중단, 인종주의와 폭력의 주제가 돌돌 풀려나온다. 랭이 이 이야기들을 넘나드는 동안 몸은 자유의 억압물이고, 기억의 보관소이고, 투쟁의 수단이자 목적이 된다. 존재하는 순간부터 함께였던 우리의 당연한 몸을 낯설고도 진지하게 살피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