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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믿고 싶지 않았지만, 이제는 인정해야 할 듯하다. 우리에게 코로나 이전의 세계는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 재난을 관광상품으로 판매하는 세계의 이야기, <밤의 여행자들>로 아시아 작가 최초로 영국추리작가협회 주관 대거상을 수상한 윤고은이 수상 이후 발표한 첫 장편소설. 관계의 시작을 고민하는 남녀는 체온이 37도를 넘어서면 (37.5도가 지침이지만) 카페에 자리를 얻을 수 없고, 상대방의 면역력과 사생활에 대한 확신 없이는 밥 한끼를 나누기도 쉽지 않다. 이제 일상이 된, 이 현재진행형 재난을 윤고은의 상상력이 파고든다. 예측하지 못한 재난을 건너며 예측할 수 없는 '결혼생활'을 시작하려는 이들. #AS안심결혼보험이 우리의 사랑도 약관처럼 보장해줄 수 있을까?
여행사 직원이던 안나는 한때 세계의 도서관을 여행했다. 도서관 통로를 런웨이하듯 걸어가는 장면을 SNS에 남기던 북스타그래머 안나가 사라진 후 안나의 독서모임 지인이 안나를 찾기 위해 유리에게 연락한다. 유리는 오래 소원했던 안나의 흔적을 쫒다 안나가 사랑한 장소인 '도서관'에서 #AS안심결혼보험 약관집을 발견하고, 약관은 다른 관계의 가능성으로 유리를 데려간다. '지속 가능한 결혼생활을 위한 합리적인 소비였는가?'(69쪽, 보험의 언어답게 이 '합리적인'의 정의는 매우 협소해진다.)를 묻는 보험의 언어가 이 시대의 제도와 감정을 돌아보게 하는 순간, '애프터 코로나'를 맞은 연인들은 자꾸만 발밑을 내려다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