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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에서 책을 소개하다 보면, 재미있는 책을 권해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게 된다. 처음에는 재미있는 책이 무엇일까 고민이 깊었다. 이번에는 다들 재미나다고 하겠지 싶은 책을 가져가도 반응이 시큰둥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니, 결국 재미나게 읽어야 재미난 것이지 재미난 책을 재미나게 읽는 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물론 내 결론이 타당하다고 해서 당신이 재미나게 읽지 못해서 책이 재미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었으니, 나는 늘 재미난 책을 소개하는 데에 실패해왔다.
다행히 실패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았다. <개인주의자 선언>의 문유석 판사는 그저 심심해서 재미로 책을 읽었고, 재미가 없으면 망설이지 않고 덮어버렸고, 책에서 의미를 얻었건 지적 성장을 얻었건 그것들은 재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얻어걸린 부산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수십 년을 살아온 지금, 여전히 어떤 재미로 자신에게 남아있는 기억과 기록을 모아 일종의 인생 독서력을 정리했으니, 당신이 이 책을 재미나게 읽건 재미없게 읽건 그의 독서는 여전히 재미날 게 분명하다. 이런 독서에는 실패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재미난 책을 권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이 책을 권할 생각이다. 이 추천에도 실패가 없길 기대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