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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박남준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57년, 대한민국 전라남도 법성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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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안녕 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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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시집을 펼치면 징글징글하다. 지독하다. … 스스로를 유배시키듯 태어난 섬으로 도망치듯 돌아간 그가 … 해무에 갇혀 썼을 것이다. 악을 쓰며 검은 바다, 그 파도 앞에 썼을 것이다. 몽환처럼 뱃고동 소리에 끌려 바닷가 선착장으로 달려가며 썼을 것이다. 아무도 그 숨 가쁜 기다림 끝에 보이지 않네. 돌아오는 길가에 앉아 넋을 놓아 썼을 것이다. 이주빈의 시집이 그러하다.
2.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21일 출고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났다. 틀림없을 것이다. 백발의 세상을 건너온 시인의 시에서 은목서꽃 그윽한 향기가 난다. 은은한 시의 향기는 잘 빚은 막걸리 항아리에 싸리나무 용수를 박아 뜬 맑은 청주 같아서 달큰하기조차 하다. “사는 건 마디를 접는 일”이었구나. 그렇구나. “시간의 휘어진 마디를 곱게 접”고 “손을 떨었”을 시인의 창밖에 머물지 않고 흐르며 오래도록 움직였을 고요한 응시의 내면이 시인의 시를 깊게 물들였을 것이다.
3.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22일 출고 
음악을 따라 사유의 바다로 여기 필자의 일상에 펼쳐지는 일기예보를 따라 사색의 비바람에 젖은 우울과 침묵의 새가 날고 열정과 분노와 슬픔의 꽃이 피어나며 햇살의 화살로 꽂혀오는 문장들이 사랑으로 다가온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책을 말하려네. 장자의 나비처럼 시를 꿈꾸며 시에 빠져 시가 되려던 청년의 영혼을 만나던 날이 있었다. 청년 문상붕의 맑고 환하던 얼굴을 기억한다. 꽃들의 봄날과 눈 보라의 겨울이, 이글거리는 불볕의 여름과 만산홍엽의 피아노와 첼로같은 선율의 가을이, 마주친 그날들이 가고 오고 윤회를 하듯 다시 시작하는 날에 그에게 음악이, 노래가 찾아들었는가. 『어때요, 오늘 이 음악』 책을 열고 바코드의 음악을 따라 사유의 바다로 떠나가네. 콧노래를 부르며 당신도 이내 그 바다에 이를 것이다.
4.
배가 폭발하다니. 인도양 한바다,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의 무차별 폭격처럼 불타는 철판이 날아다니는 배에서 탈출하여 극적으로 네덜란드 다국적 군함에 구조되어 살아오다니. 이 책은 영화가 아니다. 이제야 밝히는 이성아 작가와 나를 포함한 문인 세 명이 H상선 배를 타고 가다 만난 해난 사고와 인생의 바다 이야기이다. 그 깊고 푸른 바다에 독처럼 솟는 아침 해를, 저녁 바다에 떠오르는 붉은 달을 숨이 차도록 들이마시며 품던 날이 그립다. 낮과 밤을 달려가도 푸른 바다만 보이는 풍경이 조금도 권태롭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그 바다에 은빛 날개를 반짝이며 물을 차고 날아오르던 날치 떼의 모습과 고래 당번을 서던 날들이 꿈결인 듯 살아나와 상영된다. 누구나 어딘가를 향해 내딛는 처음이 있을 것이다. 책 제목처럼 당신의 바다에, 작가가 인생의 항해에 던지는 질문과 대답을 통해 안개 너머 항로를 알리는 무적(霧笛)을 들려줄 것이다.
5.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22일 출고 
가둘 수 없는 등 푸른 영혼에 몰매를 맞은 것이다. 푸른 독은 굴욕처럼 높고 거부할 수 없는 저주의 주문, 마법처럼 비참하게 거대했을 것이다. 뼈마디를 새하얗게 들어내며 멈추지 않는 자학 천길, 절벽의 길을 뚫는 파도의 고독한 구도자 같은 수행이 그러할까. 어쩌면 시인은 날마다 병처럼 돋아나는 별의 날개를 꺾어 해독되지 않는 스스로를 아득한 사막의 불새처럼 태우며 불꽃을 피우는 존재일 것이다. 유종 시인의 푸른 독은 마침내 치명에 이르러서 그는 끝내 시마의 중독에 빠져 간절하게 죽어갈 것이다. 이순의 나이에 이르러 첫 시집이라니, 세상을 번쩍 들어 축하한다. 도대체 이런 순정한 시인의 시집이 어디에 다시 있을까.
6.
사랑과 정성, 그리움과 기다림과 설렘의 시간을 담아낸 양영하 선생의 상차림이 책으로 엮였다. 사람들이 나도 한 요리 한다고들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두 손을 들었다. 햐, 이런 방법이 있었네. 이거 훔쳐야지. 그리고 올겨울부터 이내 밥상에 써먹어야지. 즐겁고 맛있다. 이렇게 탐나는 요리책이라니!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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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책의 전자책 : 9,720 보러 가기
크고 작은 길이 있다. 새들이 날아가는 하늘 길이 있으며 나무가 대지에 뿌리박고 한 뼘, 한 뼘 허공을 당겨 나아가는 길이 있다. 성현들이 걸어간 향기로운 길이 있으며 구도자들이 걸어간 영혼의 길이 있다. 우리 곁에 지금 어떤 길이 놓여 있는가. 아스팔트를 질주하는 길이 있으며 너와 나를 분별하고 물질만능을 부르짖는 끝없는 경쟁과 속도를 최선이라고 여기는 길이 있다. 어떤 길을 갈 것인가. 생명과 평화로 가는 길은 어떤 길인가. 작은 들꽃과 나무와 새들의 노래가 나를 명상으로 이끄는 길, 여기 생명의 노래로 가득 찬 길 안내서가 있다.
8.
“어찌도 그리 꼭꼭 숨겨두었을까 물속에 감추어둔 말들이 있었네. 거기 순정하게도 곱고 굽이굽이 산의 배경이 되어 살아온 시간이 배어들은 것일까. 오랜 날들 강물이 되어 흘러가고 강을 건너 이윽고 기슭에 내린 그 말들이 저녁 무렵 들녘을 걸어온 겸손하고 단정한 이마처럼 익었다.”
9.
시대의 고통과 슬픔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며 온몸으로 느끼고 이를 표현하는 사람들이 시인이라고 하여 한때 시인들을 잠수함 안의 토끼라 이르기도 했다. 지금은 장비가 발달하여 그렇지는 않겠지만 초기의 잠수함은 산소가 부족해지면 자주 수면으로 떠 올라서 공기를 환기시켜야 했는데 이를 빨리 알 수 있도록 토끼를 길렀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보다 먼저 부족한 산소에 반응하는 토끼, 시인을 그렇게 비유한 것이다. 80년 오월을 겪어 온 전북지역의 시인들에게, 87년 전주 팔달로를 가득 메우며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던 시인들에게 오늘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는 다른 나라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세상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듯 보여도 이처럼 인드라망의 그물코처럼 서로에 연결된 것이다. ‘아픈 몸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 간절히 함께 연대하고 저항하며 가는 것이다. 시대의 촛불을 지키는 살아 있는 시인 정신의 시집이 바로 여기 있다.
10.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22일 출고 
작고 여린 것들에 곁을 내 주지 않고서는, 그 안에 귀 기울이며 마디마디 먼 산빛에 눈을 들어 쓰다듬지 않고서는 스며들 수 없다. 투박한 철인 3종으로 다져진 사내에게 어찌 이다지 따뜻한 사랑의 시가 담겨 있을 수 있을까. “정전되는 당신을// 밝히는 스위치”(「헌혈」)라며 무려 삼백 번이 넘게 헌혈을 하는 그의 가슴에 사랑은 몽실 자라고 있을 것이다. “그댈 그리다// 눈이 멀었습니다// 보고 싶은 마음이// 점자를 읽듯// 그대를 향하고 있습니다// 손가락이 아린 것은// 손끝으로 그대를 읽고 있기// 때문입니다”(「이유」). 최근 첫눈의 마음처럼 펴낸 첫 산문집 『마음의 다리를 놓다』에 이어 첫 시집을 상재하는 송태규 시인의 시들이 관계가 단절되는 코로나의 시대에 행복한 다리가 되어 세상의 머리맡에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는 이유가 여기 담겨 있다.
11.
  • 판권 소멸 등으로 더 이상 제작, 유통 계획이 없습니다.
“바라보기 위해서는 거리가 필요하다.” 이 얼마나 빛나는 삶의 오랜 사유에서 온 잠언인가. ‘감사하며 사랑하고 노래하므로 춤추네.’ 여류, 이병철 선생은 일상이 그런 사람이다. ‘문군하능이’(問君河能爾)-묻노니 어찌 그럴 수 있는가. 이 도저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시집을 읽다가 백배 명상절을 하며 드는 생각을 따라 함께 흘러갔다. 사랑으로 가득 찬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움으로 설레는 백발의 청년이, 홍안의 소년이 우주자연의 무릇 생명있는 영혼들과 교감하여 우러러 나오는 연분홍이기 때문이다. 꽃이 피는 일도 꽃이 지는 일도 아침이 오는 눈부심도 눈물과 슬픔과 아픔과 고통과 별빛이 반짝이는 일도 당신을 사랑하는 일도 “나의 삶이 나의 죽음으로 비롯되었듯이” 연기순환으로 스러지며 다시 일어나기 때문이다. 순간의 깨달음으로 얻은 찬란한 영원, 당신을 『그 이름으로 부를 때』 시인이란 불멸의 생명이다.
12.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김헌수 시인의 시편들을 읽는 동안 창문 너머 초원과 늪과 황무지와 바다를 건너온 비바람의 태풍이 밀려왔다 스러졌다. 햇살이 내미는 아침 싱싱한 잎사귀에 물방울이 톡 또르르 통통 뛰어다닌다. 시집 『다른 빛깔로 말하지 않을게』를 열면 궤도를 벗어버린, 중력을 거부하며 나무와 새와 별들을 유영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시가 있다.
13.
크고 작은 길이 있다. 새들이 날아가는 하늘 길이 있으며 나무가 대지에 뿌리박고 한 뼘, 한 뼘 허공을 당겨 나아가는 길이 있다. 성현들이 걸어간 향기로운 길이 있으며 구도자들이 걸어간 영혼의 길이 있다. 우리 곁에 지금 어떤 길이 놓여 있는가. 아스팔트를 질주하는 길이 있으며 너와 나를 분별하고 물질만능을 부르짖는 끝없는 경쟁과 속도를 최선이라고 여기는 길이 있다. 어떤 길을 갈 것인가. 생명과 평화로 가는 길은 어떤 길인가. 작은 들꽃과 나무와 새들의 노래가 나를 명상으로 이끄는 길, 여기 생명의 노래로 가득 찬 길 안내서가 있다.
14.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21일 출고 
젊다는 것은 뜨거운 것이다.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 시대의 질곡과 세상의 인연들로 인해 가슴이 끓고 있다는 것이며 그리하여 높낮이를, 앞뒤를 재지 않고 계산 없이, 겁 없이 뛰어들고 만다는 것이다. 원고를 읽는 내내 이거 자서전이 아니라 신선한 소설이네. 그랬다. 어쩌자고 당신은 너덜너덜 낡아버리기에도 충분했을 옛날을 새삼 들춰 보는가. 그러나 그 불귀의 옛날로부터 젊은 날의 범람하는 강을 건너가는 한 사제의 부끄러운 고백성사 같은, 은산철벽과도 같은 권위와 기성세대의 장벽에 맞서며 물러서지 않는 곧은 기개를 읽는다. 내일은 어제를 되새김하며 오늘을 밀어 올리는 쓰러지지 않는 발걸음으로부터 오는 것, 온고지신이 다름 아니다.
15.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유성처럼 뇌리를 작열하며 온몸을 관통하는 찰나간의 영감과 전생을 이어온 오래된 무늬 같은 고요한 응시가 희원이형의 그림과 시로 발현되었을 것이다. 내가 몽골의 밤하늘에 누워있을 때였다. 은하로 펼쳐놓은 별 떼들 주머니에 가득 주워 와서 섬진강에 뿌려달라던 문자와 별들의 깊고 푸른 하늘을 새긴 그림을 보여주기도 했다. 나 사는 지리산자락에도 희원이형이 그린 별들의 밤하늘이 자주 상영되고는 한다. 어찌하여 슬픔과 쓸쓸함마저도 형에게 오면 따뜻해져버리는가. 희원이형의 그림과 시가 별처럼 반짝이는 이유이다.
16.
크고 작은 길이 있다. 새들이 날아가는 하늘 길이 있으며 나무가 대지에 뿌리박고 한 뼘, 한 뼘 허공을 당겨 나아가는 길이 있다. 성현들이 걸어간 향기로운 길이 있으며 구도자들이 걸어간 영혼의 길이 있다. 우리 곁에 지금 어떤 길이 놓여 있는가. 아스팔트를 질주하는 길이 있으며 너와 나를 분별하고 물질만능을 부르짖는 끝없는 경쟁과 속도를 최선이라고 여기는 길이 있다. 어떤 길을 갈 것인가. 생명과 평화로 가는 길은 어떤 길인가. 작은 들꽃과 나무와 새들의 노래가 나를 명상으로 이끄는 길, 여기 생명의 노래로 가득 찬 길 안내서가 있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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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원지자편(心遠地自偏), 마음이 멀면 사는 곳 또한 자연히 외진 곳이 된다는 도연명의 시구가 있다. 어느날 문득 서울을 떠나 원주 관덕마을로 집을 옮긴 소설가 이인휘, 그는 집만이 아니라 혼을 붙잡고 있던 작가적 삶도 이사를 해버렸는가, 그렇게 생각했다. 삶의 터를 옮긴 그를, 그의 작품을 도무지 만나지 못했다. 이따금 전화기 건너에서 먼 안부를 묻고는 했다. 그랬다. 그런 줄 알았는데 눈을 감았다 뜬 것처럼 십여년을 건너뛴 시공간의 강원도 원주의 어느 식당에, 식품공장에서 일한다는 그가 진짜 찐빵을 들고 나타났다. 인생이 찐빵의 팥소만큼 달콤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의 신성한 노동의 땀방울들이 서리서리 펼쳐진다. 지난 일은 과거가 아니라 오늘을 일어서게 하는 역사가 된다는 것, 그리하여 내일을 밀고 나가는 나침반의 등불이 된다는 걸 믿는다. 이인휘의 작가적 삶이 그와 같다. 그의 소설을 읽는다. 땅바닥이 꺼지기도 했으리라. 작가의 한숨과 불의한 시대 앞에 이를 악문 눈물과 타오르는 소설정신을 들여다보는 별들의 밤하늘, 세상의 반짝이는 것들이 어둠을 가르며 지상에 내리고 있었다.
18.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21일 출고 
심원지자편(心遠地自偏), 마음이 멀면 사는 곳 또한 자연히 외진 곳이 된다는 도연명의 시구가 있다. 어느날 문득 서울을 떠나 원주 관덕마을로 집을 옮긴 소설가 이인휘, 그는 집만이 아니라 혼을 붙잡고 있던 작가적 삶도 이사를 해버렸는가, 그렇게 생각했다. 삶의 터를 옮긴 그를, 그의 작품을 도무지 만나지 못했다. 이따금 전화기 건너에서 먼 안부를 묻고는 했다. 그랬다. 그런 줄 알았는데 눈을 감았다 뜬 것처럼 십여년을 건너뛴 시공간의 강원도 원주의 어느 식당에, 식품공장에서 일한다는 그가 진짜 찐빵을 들고 나타났다. 인생이 찐빵의 팥소만큼 달콤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의 신성한 노동의 땀방울들이 서리서리 펼쳐진다. 지난 일은 과거가 아니라 오늘을 일어서게 하는 역사가 된다는 것, 그리하여 내일을 밀고 나가는 나침반의 등불이 된다는 걸 믿는다. 이인휘의 작가적 삶이 그와 같다. 그의 소설을 읽는다. 땅바닥이 꺼지기도 했으리라. 작가의 한숨과 불의한 시대 앞에 이를 악문 눈물과 타오르는 소설정신을 들여다보는 별들의 밤하늘, 세상의 반짝이는 것들이 어둠을 가르며 지상에 내리고 있었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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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지 2종으로 랜덤 배송됩니다.
오랜 벗이, 사랑스럽고 부드러운 연인이, 자상하고 꼿꼿한 조선시대의 선비가 이 시대에 걸어 나온다면 꼭 그와 같이 들려주리라. 산, 강, 바다, 섬, 무덤, 숲, 옛길, 높고 낮은 고개, 고요한 산사..... 거기 사람의 향기가 나지막한 목소리의 시와 들꽃과 바람의 노래를 부르는 나무와 고즈넉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길이 펼쳐진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의 배경 너머, 풍경이 건너온 시간을 도란도란 장권호 선생이 첼로처럼 풀어놓는다. 언제인가 내 눈 가득 눈물처럼 고여 온 장면이 거기 있었다. 다시 혼자 와보고 싶은, 그대의 두 눈에 낙인처럼 보여 주고 싶은, 아직 가보지 못한 풍경이 이 책을 읽는 당신을,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지리산 심원제에서
20.
크고 작은 길이 있다. 새들이 날아가는 하늘 길이 있으며 나무가 대지에 뿌리박고 한 뼘, 한 뼘 허공을 당겨 나아가는 길이 있다. 성현들이 걸어간 향기로운 길이 있으며 구도자들이 걸어간 영혼의 길이 있다. 우리 곁에 지금 어떤 길이 놓여 있는가. 아스팔트를 질주하는 길이 있으며 너와 나를 분별하고 물질만능을 부르짖는 끝없는 경쟁과 속도를 최선이라고 여기는 길이 있다. 어떤 길을 갈 것인가. 생명과 평화로 가는 길은 어떤 길인가. 작은 들꽃과 나무와 새들의 노래가 나를 명상으로 이끄는 길, 여기 생명의 노래로 가득찬 길 안내서가 있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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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책의 전자책 : 6,480 보러 가기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본다는 것, 믿는다는 일은 자기 안에 잠재되어 무한히 확장되어 나갈 수 있는 수천수만 갈래 길의 사유와 상상력을 가두어버리며 비좁게 만드는 어리석은 일이다. 오래전 강화도의 한 농원으로 시낭송을 하러갔다가 검은 안경을 쓰고 기타를 든 이를 만났다. 비가 부슬거리는 날이었는데 굳이 색안경을 썼을까 하며 무대의 흔한 소품으로 치부했다. 그런데 아니다.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이다. 아차! 미안했다. 스티비 원더, 레이 찰스, 이용복을 떠올렸다. 노래가 끝나고 사람들에게 물으니 시인이라고 했다. 그리고 좌중을 휘어잡으며 거침없이 이어지는 그의 넉살과 재치와 밝은 웃음에 한 번 더 놀랐다. 그의 시를 읽다 소름이 돋듯 깜짝 놀라고는 한다. 그가 혹시 눈을 뜨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일기도 했다. 장년이 된 뒤에 시력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훨씬 뒤에 알았다. 그 지독한 절망의 터널을 어찌 더듬어 건너왔을까. 우리가 어두운 시대의 질곡을 걷어내며 광장으로 향했듯 손 시인도 어둠 속에서 빛나는 언어를 길어 “점핀”의 “흰지팡이”를 두드렸을 것이다. 시인은 무릇 보이는 너머를 보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얀 도화지의 소리”를 그리는 손병걸 시인의 시를 세상의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보여줘야겠다.
22.
  • 건너간다 
  • 이인휘 (지은이) | 창비 | 2017년 2월
  • 15,000원 → 13,500원 (10%할인), 마일리지 750
  • 7.2 (5) | 세일즈포인트 : 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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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책의 전자책 : 8,190 보러 가기
심원지자편(心遠地自偏), 마음이 멀면 사는 곳 또한 자연히 외진 곳이 된다는 도연명의 시구가 있다. 어느날 문득 서울을 떠나 원주 관덕마을로 집을 옮긴 소설가 이인휘, 그는 집만이 아니라 혼을 붙잡고 있던 작가적 삶도 이사를 해버렸는가, 그렇게 생각했다. 삶의 터를 옮긴 그를, 그의 작품을 도무지 만나지 못했다. 이따금 전화기 건너에서 먼 안부를 묻고는 했다. 그랬다. 그런 줄 알았는데 눈을 감았다 뜬 것처럼 십여년을 건너뛴 시공간의 강원도 원주의 어느 식당에, 식품공장에서 일한다는 그가 진짜 찐빵을 들고 나타났다. 인생이 찐빵의 팥소만큼 달콤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의 신성한 노동의 땀방울들이 서리서리 펼쳐진다. 지난 일은 과거가 아니라 오늘을 일어서게 하는 역사가 된다는 것, 그리하여 내일을 밀고 나가는 나침반의 등불이 된다는 걸 믿는다. 이인휘의 작가적 삶이 그와 같다. 그의 소설을 읽는다. 땅바닥이 꺼지기도 했으리라. 작가의 한숨과 불의한 시대 앞에 이를 악문 눈물과 타오르는 소설정신을 들여다보는 별들의 밤하늘, 세상의 반짝이는 것들이 어둠을 가르며 지상에 내리고 있었다.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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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한 후배로만 생각했는데 그도 이제 중년에 들었구나. 그리하여 곁을 내주는 품안이 따뜻해지고 그늘이 넓어져서 비가 오면 “신발을 엎어 놓”(「기일」)는 다거나 “봄멸치떼 같은 꽃망울”(「내 오랜 신부」)을 들여다보는 눈을 갖게 되었구나. “빗장을 지르지 않는 대문”(「작약」)을 열고 밀려오는 그리움을 품고 있어서 이렇게 서럽고 쓸쓸한 시편들을 쓰게 되었는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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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책의 전자책 : 5,040 보러 가기
동백꽃 뚝뚝 떨어지는 봄밤이었던가. 산벚나무 꽃그늘 아스라한 날이었던가. 그의 노래를 들은 적이 있다. 술자리의 머리채를 와자지끈 단숨에 휘어잡는 절창을 들으며, 앞서 부른 다른 시인이며 소설가들의 노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던 그런 날이 있었다. 그랬는데, 언제 이병초의 시가 이토록 걸쭉해졌는가. 몰랐구나. 그가 그렇게 절절하게 뽑아대던 술꾼들의 세월이 더께더께 얹어진 양은 주전자 탁배기 가락 같은, 전라도 사나이의 징하디징한 순정의, 사랑의, 열혈의 시에 얼굴이 붉어지기도 하는 그의 시를 읽는 밤, 나는 자꾸 가슴이 뜨거워지고 술 생각이 간절해졌다. 굽이굽이 깊어지며 막힘없이 분방하고 갓 잡아올린 은빛 비늘이 퍼덕거리며 튀어오르는 개미있는 시어로 차린 시편들이 오지게도 꿈틀거린다. 옳다. 들려온다. 보인다. 그의 시가 ‘까치독사’의 치명적인 독 같은 노래와 한몸이 되어 절정의 가객으로 빛나는구나.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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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과 첫만남이 언제였더라 벌써 한 20년이 되어간다. 시 한편 들고 갔는데 할머니들이 신도의 대부분인 남녘교회. ‘남누리 북누리’를 부르며 ‘직녀에게’를 찬송가로 부르던 곳에 목사였다. 흐뭇하고 즐거웠다. 그러던 그가 산촌에 집을 구해 옮기더니 전방위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다. 오래전 ‘마중물’이라는 시를 읽은 적이 있다. 무릎을 치도록 아름다운 시, 이제 그가 비로소 첫 시집을 낸다. 그대 또한 떠돌이별 여행자. 떠돌이별 임의진이 버드나무와 자작나무처럼 사유하고 걸었던 사랑과 여행인 이 시집. 세상의 모든 여행길에 놓여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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