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뒤로 두 걸음 앞으로. 두 걸음 뒤로 그리고 세 걸음 앞으로. 실패를 자책하지 않고 나아가다 보면, 작은 좌절쯤은 익숙해질까. 걷다 보면 덜 웃고, 덜 울겠지. 감정도 무뎌지고 매사에 머뭇거림도 없어질 테고. 첫발을 뗄 때의 그 마음은 서서히 더러운 발자국으로 지워질 것이다. 이 발자국을 따라 걷겠지. 돌처럼 나는 굴러다닐 것이다. 길을 지나는 누군가가 나를 아득한 곳에 집어 던져 주었으면, 그 먼 데서 길을 잃었으면, 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나 나는 잘 안다. 원점으로 되돌아오리라는 것을. 그러면서도 내가 어떤 ‘근사치’에 도달하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무섭다. 그게 말뿐인 시밖엔 안 된다는 게 섬뜩하다.
2024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