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숲은 가슴이 설렌다.
일 년 전 꼭 오늘이다.
라벤다 향기 가득한 정원 나무 연녹색 잎들 뿜어내고
꽃들은 피고 지면서 자고 나면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니
생명의 아름다움, 자연과 계절의 질서에 가슴 설레고
삶이 흥겨웠다.
그 설렘을 혼자 즐긴다는 게 너무 욕심 많은 늙은이 같아서
그 설렘을 나누고 싶지만 시집 한 권 제대로 읽은 적 없고
문학적 재능 또한 검증된 바 없는 나에겐 용기가 필요했다.
직장에서 기획서는 만들어 보았으니 문맥은 맞출 수 있을 것
같아서 용기를 냈다.
자고 일어나 숲 냄새 진하고 새잎 돋아난 생명력에 가슴 저밀 때
시든 꽃잎 떨어진 자리에 여린 꽃봉오리 터져 가슴 뛰고
흥에 겨울 때
감정이 생각에 앞서 몇 구절씩 적었다.
쓰기 시작한 지 일 년, 한라산 계절일기가 되었다.
중간에 예상치 못한 일로 한라산을 떠나 북한산을 오가며
북한산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새롭게 느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계절은 한 바퀴 돌아 라벤다 향기 솔바람에 실려온다.
사진에 취미가 있어 한라산 풍경을 열심히 찍은
늦둥이 아들의 풍경사진을 함께 실었다.
기회가 있으면 한라산 계절풍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2021년 5월
한라산 기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