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차 초등학교 교사이자 두 아들의 엄마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그림책을 읽다가, 그림책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큰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하며 설레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그리고 썼습니다. 첫째에게는 모든 것이 처음인 엄마가, 그림책마저 처음으로 만들어 건넵니다. 첫걸음을 내딛는 이들과 묵묵히 지켜보는 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보았습니다.
시작을 앞둔 작고 소중한 이에게
왕방울만 한 눈에 그렁그렁한 눈물을 가득 담고, 누군가가 툭 건들면 금세 눈물을 쏟아 내던 아이가 있었어요. 볼이 쑥 들어간 얼굴로 종이 인형처럼 휘청거리던 아이.
엄마는 자기보다 더 큰 가방을 둘러메고 학교에 가야 하는 아이를 보자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비바람이 심한 날이면 행여 아이가 날아가 버리지 않을까, 이런 당부를 잊지 않았지요.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면 가다가 멈춰서 전봇대 꼭 붙잡고 있어라.”
아이는 학교에서 발표하는 시간이 제일 두려웠어요. 소문난 호랑이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시면 있는 힘껏 “네”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모기보다 작은 목소리만 가늘게 새어 나올 뿐이었어요. 선생님과 눈이라도 마주칠 때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안 그래도 작은 몸이 한없이 움츠러들기 일쑤였지요.
또각또각 분필 소리와 사각사각 글씨 쓰는 소리만 가득하던 어느 때, 아이는 갑자기 자리에서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어요. 느닷없이 화장실에 가고 싶어진 거예요. 고요함을 깨고 선생님을 부를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던 아이는 그만, 의자 밑으로 뚝 뚝 떨어지는 야속한 오줌과 함께 눈물을 흘리고 말았어요.
이 아이가 누구냐고요? 바로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저랍니다. 화장실 가고 싶다고 말할 용기가 없어 눈물을 흘리던 꼬맹이가 어느덧 두 아들을 학교에 보내는 어엿한 엄마가 되었어요. 여전히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떨리긴 하지만, 심호흡이라는 비장의 무기도 지니게 되었고요.
헌이 엄마가 끝까지 챙겨 두지 못했던 중요한 입학 준비물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헌이를 믿는 마음이었어요. 아이들에게는 저마다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힘이 있답니다. 따뜻한 눈빛으로 느긋하게 아이를 믿고 바라봐 주면, 아이는 어느샌가 스스로 자신만의 길을 찾아 신나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가고 있을 거예요.
헌이도 분명 그럴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