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내가 목격한 폭력은 크건 작건 죄다 진부했다. 단언컨대 매력적인 배경을 두르고 근사한 이야기가 될 가치 따위는 없다고 믿는다. 반면, 파탄나고 산산조각이 난 파국이야말로 이야기가 된다. 이야기가 될 가치가 충분한 건 폭력에 맞선 쪽이다.
맥락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파편이 되어버린 무력한 일상을 끌어안고 우리는 이야기를 찾는다, 때때로 이야기를 만든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이유를 알고 싶고, 행여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 원인을 찾고 싶다. 나를 도우려고 했던 혹은 망치려고 했던 이들의 의도는 무엇이었나 머리를 싸맨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기에 조금이라도 납득하려고 숨은 맥락을 찾아본다. 자신의 해석이 가미된 이야기로 이해할 때 조금이나마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파탄은 이야기를 낳는다. 나도 줄곧 이야기를 찾아왔다. 내게도 이야기가 필요했다.
다소 과욕일지 모르나 폭압과 횡포 속에 살면서도 자신만의 다음 이야기를 시작하는 누군가의 길에, 자신의 기원과 유래와 파국에서의 탈주를 꿈꾸는 당신의 길 어딘가에 이 소설이 우연히 가닿을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