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인천 출생.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나리오 부문 당선. 1980년 TV 드라마 작가로 입문한 이후 선 굵은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큰 인기를 얻어왔다. 대표작으로 《태조 왕건》, 《용의 눈물》, 《제국의 아침》, 《야인시대》,《영웅시대》, 《연개소문》 등이 있다.
KBS에서 왕건을 드라마화 하지는 기획제의가 왔을 때 내심 무척이나 망설였다. 기존의 작품들과는 달리 이 이야기의 폭은 엄청난 것이었고 인물이나 사건 또한 방대하기 이를데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랜 갈등 끝에 결국은 집필을 결심하게 되었다. 작가는 누구나 자신의 작품이 성공하기를 꿈꾼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것의 유무에 앞서서 어떤 사명감 같은 것으로부터 출발하였다.
사명감이란 다름 아닌 '민족의 자존심 회복'이었다. 그동안 우리에게 친근했던 역사 이야기는 주로 조선조에 편중되어있었는데 상당부분 여인들의 궁중암투나 피비린내 나는 권력투쟁과 사대주의사상에 그 초점과 배경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고려조의 기록은 그와 사뭇 달랐다. 더더욱 『태조왕건』의 건국 창업 기는 오천 년 지난 역사에 있어서 이처럼 우리의 기상이 담대하고도 활달하게 드러난 예가 드물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지정학적으로 늘 외세의 간섭을 받아왔던 과거의 역사 속에서 유일하게 자주적으로 나라를 통일하고 스스로를 황제로 불렀던 이 당찬 역사의 기록은 참으로 세상에 들어낼만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 호쾌한 천년 제국의 역사는 어찌하여 세인의 관심 속에서 멀어져 있었을까? 그 대답은 그리 어렵지 않다. 고려를 무너뜨리고 새 나라를 세운 조선의 시각에서 고려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반란으로 정권을 잡고 나라를 세운 조선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전 왕조였던 고려를 부정하고 폄하시켜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던 것이다.
이 책에는 많은 영웅호걸들이 등장을 한다. 그 중에서도 신라의 왕자로서 권력투쟁의 희생자가 되었다가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태봉제국을 창업했던 외눈박이 궁예, 그리고 신라의 장수출신으로서 변방에서 군사를 일으켜 대 후백제를 복원해 세운 천하장사 견훤, 하지만 운명의 신은 최후의 면류관을 태조 왕건에게 넘겨준다.
과연 무엇이 왕건으로 하여금 마지막 승리자가 되게 하였을까? 이 책은 바로 그에 대한 경과를 기록한 것이다. 왕건은 통일의 대업을 이룩한 이후 국호를 '고려'로 정하고 '칭제건원'을 하여 그 스스로가 자존심을 가지 자주 국의 황제요, 주인임을 대외에 과시했다.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불려지고 있는 '코리아'는 바로 왕건이 건국한 그 '고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말하자면 천년이 넘는 지금까지 그가 세운 제국은 그 영광을 잃지 않은 채 불멸의 힘으로 살아있는 것이다. 수많은 영웅들이 창궐하여 저마다 풍운의 대망을 안고 황제를 꿈꾸었던 격동의 시대, 그것은 불과 50여 년간의 기록이었지만 풀어가야 할 이야기는 500여 년만큼이나 광대하고도 그 끝이 보이지를 않는다. 그러나 이제 오랫동안 우리의 관심 밖에 있었던 이 이야기는 천년의 침묵을 깨고 소설과 드라마를 통하여 그 모습을 들어낸다.
많은 이들이 이 영웅들의 삶과 인생을 반추해보면서 진정한 민족의 자존심과 긍지가 무엇인가를 새롭게 경험하게 되리라 믿는다. 또한 이 작품이 외세의 도움 없이 자주적인 힘으로 민족의 통일 대업을 이루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오늘날 우리의 비극으로 현존하는 남북분단의 벽을 허무는데 작은 단초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더불어 가져본다. 논문과 자료를 모으는데 꼬박 만 3년여가 걸렸고 다시 이를 스토리로 구성해 내는데 또 1년여가 넘었다.
나는 역사학도가 아니다. 작가일 뿐이다. 그러나 KBS의 대하드라마가 공영성을 바탕으로 시청자인 국민들에게 과거의 역사를 재현시킨다는 점에서 최대한 정상적 기록과 인물들의 사실적인 행동 선을 바탕으로 꾸미는데 노력했다. 따라서 이를 소설화한 이 작품 역시도 재미보다는 정직한 역사 알리기에 더 많은 배려가 있었다. 앞으로도 소설 은 드라마의 방영에 한발 앞서서 지속적으로 출간될 것이고 그에 따라 독자들께서도 본 내용을 미리 살펴보는 여유와 지식의 공간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관심 질책을 겸허히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