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시기를 지내다보니 내게 문학이 있다는 게,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나는 힘들 때마다 노트북을 들고 도서관으로 가곤했다. 소설을 쓰다보면 세상은, 현실은 어느새 내 몸에서 저만치 떨어져 나가 내 일이 아닌 양 거리감을 갖고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보면 모든 게 가벼워지고 만만해지고 견딜 만해졌다. 가끔씩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짜릿하기도 했다. 모험의 길을 떠난 돈키호테라도 된듯했다. 문학의, 소설쓰기의 힘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한때 소설을 쓰지 않고도 잘 살 수 있노라 큰소리쳤던 나의 오만이 부끄럽기만 했다.
그리하여 이 소설들은 누구보다 나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써진 것들이다. 쓸 때는 잘 몰랐지만 모아놓고 보니 그 지형이 명백해 보인다. 죽은 노파의 넋을 통해서도, 고독한 장년의 남자를 바라보면서도, 히말라야 계곡의 강바닥을 걸으면서도, 사랑에 빠진 여자, 사랑을 잃은 여자들을 이야기하면서도 나는 결국 세상 누구보다 나 자신을 위로하고 있었다. 이토록 이기적인 글쓰기라니! 하지만 한편으론 이 보다 더 다행한 일이 없지 않은가 생각한다. 소설이 위로해주지 않았다면 내 삶은 얼마나 더 황량했으랴!
이제 내가 받은 위로가 나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도 위안으로 전해지길 바란다. 소설을 쓰면서 내가 받은 큰 위로가 이 세상 구석의 어떤 이에게 전해져 작은 위안이라도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