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도 작가로 활동했으며 중국을 거쳐 한국에 들어와 정착한 후 소설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북한 망명펜’ 등에서 활동하면서 다수의 장·단편소설을 발표했다.
『포 플라워』(2014), 『두 형제 이야기』(2021) 등의 장편소설, 「복귀」 「안개」 「오순의 엄마」 「인간향기」 「금덩이 이야기」 등 이십여 편의 단편소설이 있다.
장편소설 『삶은 어디에』가 2009년 1월 KBS 한민족방송 31부작 라디오 드라마로, 단편소설 「금덩이 이야기」가 2017년 3월 KBS 라디오 문학관 단편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 소설은 이념의 갈피에서 상호 다른 삶을 산 두 형제의 이야기다. 슬프고도 잔인한 것은 형제가 다르게 살 뿐이 아닌 서로 죽이기 위해 나름 계략을 짜고 실행에 옮겼다는 것이다.
나는 글을 쓰면서도 씁쓸했다. 왜 이런 글을 써야 하는지, 패륜의 정점에 선 바람직하지 않은 삶을 그린 소설이 출간되면 과연 누가 읽어 주기나 할지, 그러나 썼다. 대북전문잡지에 여섯 달 간 이 소설을 연재하기도 했다. 예상외로 많은 독자분들의 격려와 등장인물에 관한 질문이 있었다.
이 이야기가 실화인가. 아니면 상상인가. 실제 그런 사건이 있었는가.
그때마다 내 머리엔 나의 반생이 배인 그곳 현실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그러면 화가 치밀고 허탈했다. 아마도 그 허탈감은 내가 지금 서울에 살며 진정한 자유를 누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북에서 살 땐 전혀 느끼지 못했다. 사물의 본질은 대비 속에서만 그 진가가 나타난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인간자유와 권리가 보장된 곳, 직위가 있건 없건 똑같은 권리로 살아가는 이곳 현실과 정반대인 그쪽 현실은 내게 환멸밖에 줄 것이 없었다.
언제인가 한민족은 반드시 하나가 돼야 한다는 또 될 수밖에 없다는 확신에 힘을 얻고 연재가 끝난 1년 만에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다.
소설에 게재되진 않았지만 나는 이 소설 속 인물들을 빌어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리는 흔히 남북으로 갈린 한민족을 같은 민족이라 부르며 한 핏줄이라 일컫는다. 그러나 장구한 세월 체제가 다른 환경에서 세대가 바뀔 시점까지 살아온 지금의 현실은, 핏줄은 같다 해도 똑같이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다고 장담해선 안 된다고 본다. 왜 그럴까, 하는 문제는 단순하면서도 명쾌하다. 그럼에도 일부 사람들은 북한정권과 얼마든지 어깨 나란히 평화를 공존하며 먼 후세까지 동행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거야말로 슬프고 잔인한 미래를 예고하는 일이라고 본다.
그것이 이 소설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정권도 마찬가지다. 그건 그것이 그들의 생존방식이며 생존마당이기 때문이다.
어떤 분이던 이 소설을 손에 쥔다면 그런 관점에서 읽어주기 바란다.
소설을 단행본으로 출간해 주신 글도 출판사 사장님과 편집자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새해 2021년의 희망찬 해돋이가 내가 살던 그곳에도 밝은 빛을 뿌려주길 바라며….
― 2021년 새해, 금강기슭의 시골집 구들에 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