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없는 꽃이라도 피워보겠다는 저열한 욕망의 산물, 존재의 이유를 위해 긁적거린 허기진 벽보, 거짓 치열로 지순한 치열을 농락한 비루한 지갑, 이 책의 본색이다.
본색을 밝히니 편하다. 편함 속에 묻혀있는 우울, 자조, 후회는 오로지 내몫이다. 애정어린 격려를 기대하는 비열함도 본색의 일부다. 비열한 본색이 우아한 위선보다는 낫다.
구보 씨의 꿈이 나에게 덜컥, 실현되었으면 좋겠다. 매주 벌어지는 기적의 방망이춤에 나도 꽝 얻어맞고 싶다. 살면서 남에게 모진 짓 한 적 없으니 자격은 된다. 완벽한 설계도를 그려놓았으니 당황할 일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