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 제1부속실장,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내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곁에서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고 그의 진심을 진솔하게 전달하는 일을 맡았다. 노 대통령의 서거 이후 그가 사람들과 간절하게 공유하고자 했던 철학과 이상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대통령의 말하기》, 《오래된 생각》, 《기록》, 《윤태영의 글쓰기 노트》, 《바보, 산을 옮기다》가 있다.
《어제를 버리는 중입니다》는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의 말과 글을 옮기는 일에 전념했던 저자가 자기의 목소리를 오롯이 담아낸 산문집이다. 책 속 화자 ‘불출’은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만날 법한 친근한 어른이면서 저자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불출과 함께 산책하는 기분으로 읽다 보면 지나간 세월의 아쉬움보다는 여유가, 또 오리의 안부를 챙기는 저자의 다정함에서 더 없이 따뜻한 온기가 전해진다.
“체력과 집중력이 허락한다면, 내가 참석하는 모든 회의나 행사에 자유롭게 배석하도록 하게.”
대통령은 관찰자를 가까운 곳에 두고 싶어 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여러 측면에서 효율적인 방식이었다. 기록자는 대통령의 생각을 그때그때 시의적절하게 다른 참모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대통령이 두 번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었다. 또 그의 모든 말과 행동이 기록으로 남았다. 대통령의 말이나 행동에 관해 사실관계를 놓고 갑론을박할 일이 없었다. 무엇보다 관찰자가 있다는 것, 그것도 직접 보고 들은 내용을 장차 글로 표현할 관찰자가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은 스스로를 절제하고 동여매는 강력한 동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입장에서는 한편으로는 특권이지만 한편으로는 고된 일상이기도 했다. 하루 세 끼를 대통령의 행사에 배석하여 해결한 적도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욕심을 낸다면 개인 일정은 포기해야 했다. 휴일도 마찬가지였다. 쉬는 날에도 대통령의 생각이나 궁리는 계속되었고, 크고 작은 일정들이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기록은 퇴임 후로도 이어졌고, 서거하시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남았다. 수백 권에 달하는 휴대용 포켓 수첩, 1백 권에 달하는 업무 수첩, 1,400여 개의 한글파일이 생산되었다.
2009년 5월,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기록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기록을 정리하는 일도 덩달아 중단되었다. 의욕도 없었고 엄두도 나지 않았다. 힘겨운 시간들이었다.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에 틈틈이 정리를 계속하긴 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했다. 건강도 받쳐 주지 않았다. 방대한 기록을 모두 훑어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우선 참여정부의 주요 흐름과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을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정리된 내용들 가운데 우선 2013년 가을부터 노무현재단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을 통해 정치인 노무현의 캐릭터와 성향을 엿볼 수 있는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정치적 성향보다는 인간적인 면, 리더십 스타일 등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 거기에 퇴임 시점부터 서거하기까지 봉하에서의 생활을 담은 기록을 덧붙여 책으로 엮게 되었다. 재임 시절 대통령이 직접 작성했던 “나의 구상”도 부록으로 붙였다.
일단 큰 숙제 가운데 하나를 해결한 느낌이다. 하나의 마무리이자 또 다른 시작인 셈이다. 앞으로도 그의 흔적을 되살리는 일은 계속될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참여정부 관계자, 또 그를 사랑하고 아꼈던 지지자들과 함께 이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그에 대한 기억과 기록을 재구성하여 그를 지금 이 순간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는 노무현으로 그려 내고 싶은 것이 나의 유일한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