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과학고등학교 국어 교사
책을 좋아하고 아이들을 좋아합니다. 학생들이 삶을 쓰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 그냥 배가 부릅니다. 글쓰기가 가진 마력을 잘 알고 있기에 ‘알 깨는 책쓰기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008년부터 책쓰기 지도 교사를 하면서 학생들의 책을 엮어 출판하였으며, 책쓰기 지도 강사로 활동하며 『오만방자한 책쓰기』, 『공부를 읽고 쓰다』(공저)를 저술하였습니다. 우수 도서로 선정된 『소녀협주곡 18번』,『꿈의 토핑 한 조각, 희망 소스 한 방울』, 『소년 소녀 두근두근』, 『동감』, 『고삐리의 어떤 하루』, 『마음을 그리다』, 『한국 동화의 중국 나들이』를 출판하였으며, 『이과생이 풀어쓴 국어 문법』, 과학시집 『시이언스』, 『순수-수에 진심을 담다』와 같이 교과와 연계한 책쓰기 도서도 있습니다. 전자책 발행으로 『몸으로 읽기_나만의 ‘월든’찾기』, 『삶은시 한 젓가락』, 『과학고 아이들의 과학 칼럼』이 있으며, 『산소발자국을 따라서 지구 지키기』와 같은 환경 실천 도서 출간은 물론 학생들과 환경기금 마련 기부 활동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생명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새 학기가 되면 학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로 수업을 시작합니다. 많은 이야기들 중에 ‘국어 문법’ 단원을 싫어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는 해마다 반복됩니다. 간혹 드물게는 문법의 규칙성을 찾는 것을 즐기는 학생들이 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학생들에게 국어 문법의 중요성이나 필요성을 당위적으로 논하기에 앞서 문법을 좀 더 쉽고,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 볼 수는 없을까? 라는 고민으로 ‘알기 쉬운 문법 책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알기 쉬운 문법 책쓰기’ 프로젝트는 자신이 정한 문법 주제를 특정 독자를 대상으로 알기 쉽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쓴 문법책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독자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많은 정보와 자료를 수집해야 하고 이를 잘 구성하여 쉽게 전하기 위한 전략도 세워야 합니다. 단계별로 산재한 문제들의 해결책을 스스로 찾고 그에 적절한 표현이나 삽화까지 고민하여 글을 쓰게 되는데 이 과정을 통해 글쓴이는 국어 교과 수업을 넘어 자기주도적 학습 방법을 익히게 됩니다. 이처럼 이 프로젝트는 독자를 이해시키기 위한 글쓰기를 하는 동안 스스로 가장 명확한 ‘앎’이 생기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프로젝트를 단계별로 진행하면서 탐구 주제를 매우 흥미롭게 파헤쳐 나가는 학생들도 있었으나, 힘겨워하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문법 자료에 대한 일차적인 이해를 넘어 자신의 지식 체계를 거쳐 새롭게 풀어쓰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수집한 자료들을 보기 좋게 편집하여 발표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자신만의 책으로 만드는 동안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무엇을 모르는지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 순간에 일어나는 질문과 그 답을 찾는 탐구 과정을 거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면서 시험이 끝나면 기억에서 사라지는 공부가 아닌 ‘진짜 공부’를 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문법 단원을 탐구학습으로 접근해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심화하고 정리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상황에 따른 여러 보완책이 필요하겠지만 국어 문법 학습법으로 책쓰기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한편 시간이 부족해 학생들이 이 프로젝트에만 집중할 수 없었던 점은 아쉬운 점으로 남습니다. 좀 더 심도 깊고, 다양하게, 여러 친구들과 나눔의 시간을 가질 수 없어서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프로젝트를 완성한 학생들에 대한 고마움과 자료를 공유하고자 책으로 엮게 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문법’을 판에 박힌 듯이 공부하고 곧 싫증을 냅니다. 이 책은 이러한 학습법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새롭게 풀어쓴 국어 문법책입니다.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요약정리 유형의 문법책의 틀을 깨고 대화체로 독자에게 친근하게 이야기로 접근하기도 하고, 퀴즈 형식으로 흥미를 도우며 학생들이 자주 쓰는 언어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좀 더 학습자들에게 친숙한 자료들을 통해 국어 문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떤 부분은 관점을 달리하면 국어 문법에 대한 논쟁이 생기기도 하겠으나, 이 책은 ‘학교 문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쓴 것임을 감안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 책은 일차적으로는 정보전달을 목적으로 하지만 오늘날의 언어 사례를 많이 담고 있어서 학생 글 자체가 또 다른 탐구 자료로 쓰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 주제 토론을 하거나 새로운 탐구 주제를 제시할 수도 있는 의미 있는 텍스트가 될 것입니다.
한 권의 국어 문법책으로써 체계적으로 단원을 구성하진 못 했지만 학생들의 창의적인 발상으로 기존 문법책의 꼴을 탈피하여 제시하였다는 점은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누군가 이 책을 초석으로 하여 국어 문법 심화편을 구상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입니다.
끊임없는 탐구력과 과제 집착력을 가지고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준 대구과학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 모두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그리고 탈고의 과정을 더 겪게 한 이 책의 저자들에게도 감사합니다. 학생들의 글을 하나하나 읽고 피드백을 해 주신 김영식 선생님의 도움으로 이 책의 방향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학기 중 긴 호흡으로 이뤄지는 책쓰기 프로젝트 활동을 이해하고 지지해 주신 석창원 교장 선생님, 구교석 교감 선생님께도 감사함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