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 사회학과에서 학생들에게 사회학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이러다 잘될지도 모르는 연신내 골목길의 독립 서점인 ‘니은서점’을 열고 세상에 알려져야 마땅한 좋은 책을 소개하는 마스터 북텐더입니다. 그러다 내친 김에, 세계적인 석학은 되지 못했지만 교양 있는 사람이라도 되고자 시민과 함께 공부하는 ‘생각학교’를 만들었습니다.
테오도르 아도르노가 언제나 닮고 싶은 학자이며 지그문트 바우만처럼 노인이 되어서도 글을 쓰고 싶기에 누군가 대표작을 물어보면 아직 출간되지 않은 다음 책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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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계몽의 변증법을 넘어서―아도르노와 쇤베르크》로 첫 책을 출간한 이후,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노력을 담은 《계몽의 변증법―야만으로 후퇴하는 현대》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을 꿈꾸다》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노동의 이유를 묻다》를 썼고 《발터 벤야민과 메트로폴리스》 《변증법적 상상력》을 번역했습니다.
시각문화와 예술사회학 그리고 미디어 이론과 관련해 《텔레비전, 또 하나의 가족》 《아방가르드》 《두번째 도시, 두번째 예술》 등을 썼고, 《구경꾼의 탄생》을 번역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고 해석하는 이른바 자전적 사회학을 위해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고독한 사람들의 사회학》 《세상물정의 사회학》 《인생극장》 《노명우의 한 줄 사회학》을 썼고, 지그문트 바우만의 《사회학의 쓸모》를 번역했습니다.
골목길의 작은 독립 서점 니은서점의 책상에서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을 썼고, 2022년의 첫번째 생각학교 강의록과 2023년의 두번째 생각학교 강의록을 두 권의 《교양 고전 독서》로 써내는 동안 사회의 고통을 기억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염원을 모아 《왜 우리는 쉽고 잊고 비슷한 일은 되풀이 될까요》를 출간했습니다.
이 책이 각별한 이유는 나의 ‘두번째 여행’을 담은 기록이기 때문이다. 유학 시절 스치듯 지나쳤던 도시를 중년에 이르러 다시 방문하면서 나는 쇠락과 소멸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예술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당신이 이 책을 펼치면 어떤 도시가 화려했기에 가장 빛났거나 가장 아팠기에 심오했던 그 시간으로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우리는 아르데슈 론강의 원시동굴에서 최초의 ‘예술-인간’이 호모 루덴스의 모습으로 출현했음을 알리는 기원전 수만년 전의 그날부터, 기독교를 받아들인 콘스탄티노플이 로마제국의 새 수도가 되면서 구원이라는 기대를 예술에 새겨넣던 그날, 인간이 신을 대신하여 예술의 영역 안으로 저벅저벅 걸어들어오던 피렌체의 그날, 모차르트가 잘츠부르크를 버리고 빈을 선택한 이후 전통에 반격을 가하는 예술가가 쉼 없이 등장하는 빈의 가장 방자한 그날, 돈만 아는 속물을 비웃으며 예술을 중심으로 예술가와 댄디의 우정이 싹트던 파리의 그날, 음흉한 간계를 예술로 위장하던 베를린과 그 베를린에 맞서 예술을 진리의 수단으로 삼았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그날로 이동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