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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어린이/유아

이름:강정연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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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바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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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 알라딘 독자 분들께 인사 부탁 드립니다.  

강정연 : 안녕하세요. 강정연입니다. 즐겁지 않은 때에 신나는 일 즐거운 일 일부로라도 찾아 읽으시라고 이렇게 동화로 찾아뵙게 됐습니다.  

알라딘 : 아직 <초록 눈 코끼리>를 읽지 않으신, 미래의 독자 분들께 작품에 대한 짤막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강정연 : 코끼리가 어떻게 동물원에서 자라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한 작품입니다. 원래 코끼리를 엄청 좋아하거든요, 제가. 코끼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엄청 큰 동물이어서, 그래서 사람을 보잘것 없게 만들기 때문인데요. 이 경외심, 반어적으로 인간이 나약한 존재임을 알게 하는 자연의 힘, 존재의 힘을 그려내보자는 의도가 있었어요.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을 독자들이 간접적으로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기를 바라고 썼어요.  

알라딘 : 또 한 편의 동화를 세상에 내놓으신 소감은요?  

강정연 : 흔한 말로 책을 쓰는 것을 출산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이번 책은 덩치가 커서... (웃음) 코끼리처럼 엄청 큰 자식을 낳다 보니 처음으로 출산 후유증이 생긴 것 같아요. 다른 때는 책을 쓰는 것이 기쁘기만 했는데. 그래서 지금 열심히 산후 조리 중입니다.  

알라딘 : <초록 눈 코끼리>에서처럼 동물들은 종종 어린이 문학 속의 화자가 되는데요. 이처럼 동물이 주인공인 작품을 쓰는 특별한 재미, 또는 부담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이와 관련된 말씀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강정연 : 제 첫 작품도 <건방진 도도군>이라고 개가 주인공인 작품인데요. 작가 입장에서는 동물을 주인공으로 쓸 때가 더 재미있고, 좋아요. 사람이 주인공이면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를 쓰게 되기 쉽거든요. 그만큼 내공이 깊어야 하고... 제가 철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그래서 사람 사이의 관계를 그릴 때 과하게 나가게 된다는 평도 듣구요. 하지만 이 작품도 코끼리가 주인공이면서 결국 사람이 주인공인 이야기에요. 하지만 동화 속 동물의 말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해도 욕먹지 않거든요. 저는 그런 전체관람가 글을 쓰는 중이에요. 그럴 수 있는 동화가 너무 좋아요.  

알라딘 : 동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인 동화가 있으셨다면요?  

강정연 : <샬롯의 거미줄>이요!  

알라딘 : <초록 눈 코끼리>의 주인공 환희는 코끼리 조련사가 되는 것이 꿈인데요. 동물 조련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아시는 만큼만 어린이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강정연 : 동물 조련사는 실제로는 그렇게 멋진 직업이 아니더라구요. 동물들하고의 교감은 잠깐이고, 똥하고의 끝없는 싸움이라고... 아침에 눈뜨고나서부터 똥산에 파묻혀서는... (웃음)  

알라딘 : 그럼, 작가님이 어린 시절에는 어떤 직업을 갖고싶으셨어요?  

강정연 :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이 동화작가가 되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이야기를 잘 지어낸다고. 제 별명이 '거짓말 대왕'이었는데,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꾸며내는 게 너무 좋았거든요. 수다 떠는 거. 그런데 선생님 말씀대로 국문과나 문예창작과를 진학했더라면 동화 작가가 되지 못했을 것 같거든요. 저는 공부로 연결되는 것은 뭐든 지겨워하게 되고 말아서. 그러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불현듯 동화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알라딘 : 그런데 이제 작가가 일이 되니 지겹지 않으세요?  

강정연 : 7년을 늘 새로운 것을 하는 느낌이에요. 다른 직업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보다 책을 쓰는 동시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어요. 여행을 하거나, 밴드를 만들거나. 예전 같으면 방청소를 안하고 있으면 엄마한테 무지 혼났겠지만, 이제는 어떤 일을 해도 '쟤는 작가니까...' 하고 그냥 넘어가주시는 게 있어서 (웃음)  

알라딘 : 일로 책을 대하다 보면, 저희들이 아이들 눈으로 제대로 보고 있는 게 맞나 의구심이 들 때가 종종 있는데요. 작가님께서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글을 쓰는 비결이나 요령 같은 게 따로 있으실까요?  

강정연 : 눈높이를 맞추려고 하면 다 들통나요. 아이들한테 금방 들켜요. 다행스러운 점은, 제 수준이... (웃음) 어른 수준이 아니거든요. 아이들은 내가 이럴 때 나빴다, 좋았다, 그대로 말해요. 저도 생각하는 느끼는 그대로 말하는 게 감사한 일이자 컴플렉스에요. 어쨌거나 정신적으로 변하지 않는 점을 장점으로 생각합니다.  

알라딘 : 후기에 등장하는 <동물원의 탄생>이라는 책에 대해서 더 들어보고 싶습니다. 그 책이 혹시 이번 동화를 집필하시게 된 계기가 되었을까요?  

강정연 : 아 동물원의 탄생이라는 책보다는요... 에버랜드에 산다는, 말하는 코끼리가 TV에 나온 걸 본 적이 있거든요.  

알라딘 : 코끼리가 정말 말을 한다고요?  

강정연 : 네, 자기 사육사를 너무 좋아해서 흉내를 내게 된 거예요. 여튼 그 프로그램을 본게 더 직접적인 계기가 됐고요 <동물원의 탄생>이라는 책은, 음 유럽이 아프리카를 침략하고 정복하고 식민지를 만드는 과정이 배경인데요. 이 때 원주민에게 빼앗았던 것, 탐냈던 것들이 있어요. 상아 같은. 동물원에는 인종 전시관 그러니까 사람 전시관도 있었는데, 어찌되었건 사람 입장에서 욕망이 가장 큰 존재가 코끼리였고요. 처음에는 TV를 보고 사육사와 코끼리의 우정에 대해 쓰려고 했는데, 우정에 대해 쓸 때가 아니더라구요. <초록 눈 코끼리>는 처음에 분노에 차서 쓴 이야기였어요.  

알라딘 : <초록 눈 코끼리>를 집필하시면서, 어떤 것에 가장 중점을 두셨는지 궁금합니다.  

강정연 : 초고는 거의 고발서 수준이었어요. 분노로 가득 찬. 그래서 작가가 혼자 갖고 있는 감정이 덜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고민이 있었고요. 처음에 비하면 용 된 거죠. (웃음) 유쾌하게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걸 제일 마음에 두고 글을 쓴 것 같습니다.  

알라딘 : 환희는 학교에 다니기 싫어하는 열 세살 소년입니다. 그래서 콧수염(극중 환희의 아빠)에게 "네 나이 때는 학교에서 꼭 배워야 하는 게 있는 거야"라는 충고도 듣는데요. 반드시 학교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 또는 유년 시절 학교에 다니는 것만이 줄 수 있는 어떤 것이 있다고 보세요?  

강정연 : 환희가 결국 학교에 가지 않지만... 전 환희 편이에요. 우리는 사실 지나고 나니까 학교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렇지만 학교를 다닌 사람보다, 학교에 가야 하는 사람보다, 학교에 다니고 있는 사람이, 가운데 있는 사람의 판단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학교에 가지 않아도 좋다는 것이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한 판단은 결국 자신의 몫이잖아요. 겪어보면 다 알거야라는 말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몫이니까...  

알라딘 : 학교에 가지 않는 환희도 코끼리 범벅이도 모두 열 세살. 둘이 동갑이네요. 열세 살이란 나이에 혹시 특별한 의미를 두시는지요?  

강정연 : 열세 살이면 6학년. 굳이 구분하자면 어린이죠. 한살 차이 밖에 안나는 데 청소년(14살)이 아니라고 구분하고 어린애(13살) 취급을 받아요. 이렇게 어린이와 청소년의 기로에서 어떻게 보면 알 것 다 아는 나이, 매력적인 나이 같아요. 전 어떨 때는 열세 살 친구들이 내숭을 떠는 것 같아요. 어린이의 탈을 쓰고서요. (웃음) 어떤 모습을 보여줘도 그대로 안 보이는, 그래서 억울하면서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나이 같아요.  

알라딘 : <초록 눈 코끼리> 등장인물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을 꼽아보신다면요? 또 애초의 구상이 가장 충실하게 반영된 캐릭터가 있다면요?  

강정연 : 치킨맨이요! 치킨처럼 사람을 살찌게 하는 희생정신을 가진 인물이니까요.  

알라딘 : 아프리카 초원으로 가게 된 범벅이는 어떤 삶을 살게 되었을까요?  

강정연 : 고생할 것 같아요. 너무너무. 제가 아프리카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그전에는 인간사회에서 사람들의 도움, 힘을 받고 컸잖아요. 하지만 가서는 온전히혼자 겪어내야 하기 때문에 상상하는 것보다 더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잇어요. 다만 믿는 것은 보통 코끼리보다 강하게, 씩씩하게, 현명하게 이겨낼 거라고 바래보는 거죠.  

알라딘 : 강정연 작가님에게 있어 <초록 눈 코끼리>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 작품인지 듣고 싶습니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유사한 주제를 다루는 작업을 더 해보실 계획도 있으신지요? 이미 진행되고 있는 차기작 소식도 궁금합니다.  

강정연 : 일단 분량이 제일 길었구요. 이번 작품이 열번 째 동화였는데, 열 권을 끝내고 새로 시작한 느낌이에요. 이전에 비할 수 없는 많은 고민을 갖고 쓴 책이고, 고통을 느낀 작품이에요. 한 작품으로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느꼈던 적도 없는 것 같아요. 계획은 따로 세우지 않고 그때마다 뭔가 욕구가 크게 생기는 것에 대해 신나게 할 수 있다면 그걸 쓰게 될 것 같아요.  

알라딘 : 독자들이 <초록 눈 코끼리>를 어떻게 읽어주면 좋겠다, 는 바람이 있으시다면 한 마디 부탁 드립니다.  

강정연 : 재미있는 책, 하면 가벼워보이지만 감동이 여러가지인 것처럼 재미의 갈래도 종류가 다양하니까요. 마음을 조금은 건드렸다는 것도 재미가 될 수 있잖아요? <초록 눈 코끼리>는 작가라기보다 이야기꾼이 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온 작품이고, 독자들이 덮고 나면 재미있다고 느껴주시면 좋겠습니다.  

알라딘 : 2004년 신춘문예부터 시작해, 계몽아동문학상과 안데르센 그림자상, 비룡소 황금도깨비상 등 여러 수상 이력을 갖고 계시는데요. 이런 수상이 작가님께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여쭤보겠습니다.  

강정연 : 상은 칭찬 같아요. 칭찬은 받아도 안 받아도 할 수 잇지만, 신나게 할 수 있는 동력이에요. 받는 순간 으쌰할 수 있는 힘이요. 그렇지만 늘 따라가는 것은 아니에요. 작가는 지금 현재 글을 쓰고 있어야 작가죠. 칭찬 받아서 기분 좋았다면 계속 써나가야겠죠.  

알라딘 : 알라딘 독자 여러분께 마지막으로 인사 부탁 드릴게요. 저희가 미처 여줘보지 못했지만, 이 자리를 빌어 더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강정연 : 점점 살기 힘들어지는데 인간으로 태어나서 짜증나고 그런 상황, 사람 때문에 보잘것 없어지는 상황. 요즘처럼 상대적 박탈감, 무력감을 느끼고 암울하게 느껴지는 때가 없어요. 그렇지만 이왕 겪어내야 한다면 책이, 무모하게 희망적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힘이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외부적인 힘 때문에 공허함을 느끼게 되는 이런 시대일수록 재미있는 동화를 많이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동화는 그래도 희망을 말할 수 있고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고 지나가는 걸 욕할 수 있거든요. 저는 이렇게 동화가 갖고 있는 뻔뻔함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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