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착한 김정환형의 도움으로 죽어 없어졌던 시집이 다시 살아나 빛을 보게 되었다. 오랫동안 어두운 데 있다가 갑자기 환한 데로 나와 눈부신 것 같은 느낌. 지난해 삼십 년 만에 두번째 시집을 내면서 쑥스럽고 겸연쩍었던 느낌에 더해 이번에는 감추고 있었던 초라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들켜버린 듯한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자신의 어린 모습을 낡은 거울 속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것 같은 반가움과 낯설음도 있다. 때문에 조금 뻔뻔해져도 괜찮지 않은가 하고 자신을 용서하기로 한다. 그래도 여전히 자신의 치기가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