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한다. 나에게도 영지(領地)가 있었다.
어여쁜 내 농노들이 사는 집들이 옹기종기 붙어 있고 나를 지켜줄 성이 있으며 그 성을 배경으로 덩굴장미와 빨간 동백이 빛나고 있었다. 그 성의 주인은 오로지 나였다.
하지만 나는 성주이면서 ‘주의! 개 조심!’의 경고문에 화들짝 놀라는 행인이었으며 비탄에 빠진 패배자이면서 굴곡을 비켜설 수 있는 장대높이뛰기 선수였다. 나는 꿈을 꾸었고, 신병 훈련소조차 거부한 꿈의 원석이었다.
- ‘시인 고백’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