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물 덕에 얻은 것이 너무도 많습니다. 노동력을, 식량을, 신화를, 상상을, 친구를, 가족을 얻었지요. 그런데 인간의 가장 우수한 능력이라 여기는 갖가지 발명조차도 실은 동물의 상태나 습성에서 착안한 게 이토록 많다는 걸 알았나요? 동물에게 진 이 엄청난 빚을 어찌 다 갚을까요!
이야기에서 흔히 등장하는 장면이 하나 있다. 숲에서 길을 잃은 주인공이 헤매는 모습, 누구나 한 번쯤은 접했으리라. 깊은 숲속에 우연히 들어가게 되고 나서 수풀 뒤에서 뭐가 나타날지 몰라 그는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전진한다. 때로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때로는 위안과 안식을 얻기도 한다. 그러다 큰 나무 그루터기에 털썩 주저앉아 고된 몸을 누인다. 밤과 함께 더욱 알 수 없는 신비함이 찾아들고 주인공은 이내 잠들고 만다.
이런 공간으로 늘 숲이 등장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만큼 많은 것을 품고, 생성하고, 표현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진짜 숲에서 시간을 보내 본 사람은 누구나 이를 잘 안다. 생명으로 켜켜이 만들어진 세계가 얼마나 풍요롭게 찬란하고 끊임없이 놀라운지 말이다. 『이토록 경이로운 숲』은 바로 이런 숲에 몸을 담그고 그 경험을 하나씩 들춰 보는 책이다. 호기심과 즐거움, 기대감과 두려움, 그리고 무엇보다 경이로움을 마음속 깊이 품고서. - 감수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