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소설은 내가 아직 이십 대일 때 완성되었고, 이십 대의 내가 느낀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분노를 B급, 혹은 컬트라는 장르로 표현해본 것이다. 누군가 내게 “왜 하필 B급이냐?”고 묻는다면, B급이야말로 가장 저항적인 서사의 형식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종종 마주치는 주류 미디어에서 B급이라는 개념이 오독되거나 함부로 쓰이는데, 트렌드함을 택하는 순간 이미 그것은 B급이 아니기에 B급이 될 수 없으며, 누군가를 함부로 대하는 게 B급도 아니다. 적어도 내게 B급이란 기성의 특정한 지배적 형식에 반항하는 것이다.
이 소설을 본 누군가는 그저 한심한 루저의 망상이지만 그래도 재미는 있다고 했다. 누군가는 공장식 사육과 자본주의 시대의 식문화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됐다고 했다. 누군가는 하청 업체와 그 노동자들의 노동 문제를 환기시켜준다고 했다. 누군가는 유치한 상상력으로 가득하지만 그래도 의리 삼아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줬다고 했다(나쁜 놈). 누군가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방향을 잃은 자신에게 큰 힘이 되어줬다고 했다.
나는 마지막 감상을 좋아하는 편이다.
― 202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