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詩歌)의 세계는 보통 간소한 것들, 때로는 아주 작은 것들로부터 시작된다. 마치 새싹, 숨소리 하나, 물방울 하나, 머리카락 하나, 하찮은 곤충 등으로부터 시작된다. 시인은 인간을 위해 관용과 풍부한 이타심, 어진 가슴으로 그 작은 것들을 가슴에 품는다. 그 씨앗과 뿌리들을 시인의 언어라는 들판에 심고, 그것들은 스스로 살아나서 독자의 마음속에 고유한 세계를 만든다. 자연스럽고 무의식적이다.
한국 독자들에게
안경환 교수가 베트남어를 한국어로 번역한 『재처리 시대』는 나의 두 번째 시집으로서 한국 독자의 손을 찾아가게 되었다. 배양수 교수가 번역한 나의 첫 번째 시집 『대양의 쌍둥이』는 고형렬 시인과 함께 펴낸 시집으로서 2018년에 한국의 <시와표현>에서 출판했다. 나에게 이것은 그야말로 기적과 같은 일이다.
시간을 내서 열정을 기울여 나의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해 준 안경환 교수와 배양수 교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두 분은 양국 간의 역사, 정치 및 문화의 경계를 넘어서 베트남 마음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 안의 신비를 해석했다.
이 작품의 신비는 흑색의 과거에서 흐르는 피의 강이 적색으로 바뀌고 지금은 밝은 빨간색으로 변한다는 것에 있다. 그 강이 어느 곳이든 흐를 때마다 우리나라는 역사적 사건을 일으켰다. 이것은 20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쌓여온 시대의 실책과 비극이다. 이 서사시의 아홉 개의 장은 아홉 개의 독립적 이정표들로 설정했으며 이 이정표들 간에는 표지판 혹은 작은 삼각표지판 들이 있다. 피의 강은 이정표들을 차례로 통과하면서 밝아지도록 해서 독자들이 한 민족의 운명, 눈물, 영광, 실수와 희망을 볼 수 있도록 구성을 했다.
창조의 길에서 저와 함께해 주고 이 서사시에 대한 의미 깊은 에세이를 집필해준 나의 ‘쌍둥이 형제’인 고형렬 시인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저의 시가 한국 독자들에게 찾아갈 수 있는 문화적 다리를 만들어주신 <도서출판 도훈> 출판사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감사하다.
2020년 8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