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기회에 국궁을 접하게 되었다. 활에 대한 설명과 함께 기초 자세를 배우면서 국궁과 관련된 어휘에 매료되었다.
깍짓손, 만작, 몰기, 무겁, 사대, 살걸음, 연전길 등.
활 용어에 반해 국궁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일제 강점기에 여학교에서 활쏘기 대회가 열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제 강점기에 왜 여학교에서 국궁 대회를 했을까?’
이 질문으로부터 소설이 시작되었다.
(…중략…)
내 소설에는 그 시대의 영웅이 나오지 않는다. 난 영웅이 아닌 소시민의 삶을 담아 좀 더 가까운 주변인으로 만들고 싶었다. 이 소설을 읽고 영웅이 아닌 사람들이어도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며, 자기만의 무늬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그 무늬 안에는 절망의 시대를 견뎌 온 희망의 무늬가 담겼으면 좋겠다.
흔히 역사를 옛것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재를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거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고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난 오늘도 ‘사라져 간 것들’을 기억하려 소설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2024년 12월, 장성군 축령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