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은 진화한다'는 단호한 발언에서 이 문장의 실제 주어는 '서정'이 아닌, 시쓰기의 주체인 '시인'이다. 시를 읽고 논하는 독자와 평론가 역시 그 일부이다. 이 평론집에 실린 글들은 이 시대의 서정시들이 진화하는 현장에 부지런히 동참하고자 한 흔적들이다.
대상이 된 시인들의 독특하고 다채로운 서정을, 아직 평론가의 정체성을 온전히 소유하지 못한 나는 둔탁한 감식안으로나마 공감하고 공명하고자 했다. 본의아니게, 더러는 변형하고 왜곡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가운데서 나는 나름대로 한 가지 신념을 관철하고자 했다.
미학, 시의 자율성, 실험정신, 새로움 등의 문학(주의)적인 항목들에도 일정한 방향성은 필요하며, 그 방향성은 동시대의 현실 및 삶의 문제와 어떤 식으로든 '밀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아주 오래된 믿음이지만, 근래 우리 문학에서는 자주 망각되거나 폄하되는 덕목이다. 그 몰락의 증상과 배후들이 나의 정의감(?)과 비판의식을 독려했음을, 나는 그에 충실히 융합함으로써 평론가의 책무를 대신하고자 했음을 고백해둔다.
한류의 담론은 한류라는 문화현상의 속성상, 문화학, 경제학, 정치학, 미학, 인문학, 상품 제작의 기술학, 심지어 민족주의론과 젠더론 등이 망라된 총체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으며, 또 마땅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 한류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전문가가 나오기 힘든 것은 이러한 상황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한류에 대한 세부 각론이 각 학문영역별로, 혹은 학문과 산업 현장과 정책결정의 장이 분리된 상태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이러한 현실인식과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한류의 다채로운 국면과 현황, 전망과 과제에 대해 비판적이면서도 생산적인 논의를 펼친 결과물을 엮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