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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노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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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벼랑에 핀 꽃>

벼랑에 핀 꽃

뇌리에서 맴도는데 한사코 발화되지 않는 그것 한걸음 가까이 다가가면 안개 속으로 더 멀리 달아나는 그것 뒤통수만 보여주고 빛보다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그것 나는 그것을 포획하려고 어제도 오늘도 찾아 헤매고 있다. 눈앞에 실체 없는 허상이 난무하지만 언젠가는 순간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실상을 감지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생을 다할 때까지 뚜벅뚜벅 삼 장 육 구 시조의 숲을 걸어가련다. 2024년 3월 인계동 우거에서

알타이어의 미학

시조는 내 삶의 흔적 <알타이어의 미학>은 나의 두 번째 시조집이다. 2017년 6월 첫 시조집을 발간한 지 2년여 만에 졸고를 모아 펴낸다. 시조를 쓸 때는 열정을 다 부어 만든 역작이라 생각하고 내놓지만, 막상 다시 읽어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는 졸작임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 거두고 싶은 생각이 크지만 이미 내 손을 떠난 것을 어찌하랴. 나는 내 졸작을 포장하고자 하지 않는다. 내 작품의 수준이 여기까지임을 독자가 평가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이상주의 시인 실러는 “산다는 것은 꿈꾸는 것이다. 현명하다는 것은 아름답게 꿈꾸는 것이다”라고 했다. 산다는 것은 꿈꾸는 것이요, 꿈이 있다는 것은 희망이 있다는 것이고 목표가 있다는 것일게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나에게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내 삶의 여정이 시조이다. 여생 동안 몇 권의 시조집을 내느냐는 별 의미가 없다. 오늘도 시조를 쓰고 내일도 시조를 쓸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시작에 몰두할 때 삶의 의미를 느끼고 의욕이 솟구친다. 시조를 쓰다 보면 마음에서 잡념과 권태가 사라지고 존재의 의의를 느끼고 생의 충일감을 느낀다. 시조를 씀으로써 살아있음을 인식한다. 나는 왜 시를 쓰기 시작했을까? 나를 시인으로 만든 것은 ‘무료’였다. 무료를 참아내지 못하고 처음 시인이 되겠다는 꿈을 가진 것은 정년 이후였다. 정년 전에는 글 쓰는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고 아예 시도조차 해본 적이 없다. 목표를 가지고 절차탁마切磋琢磨하다 보니 등단도 하게 되고 시조집도 내게 되고 소속 문단에서 문학상을 받게 되는 작은 행복도 얻었다. 조선 전기의 문장가 서거정은 “시는 마음에서 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내 작품의 경향을 반추해볼 때 대체로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시적 대상이 자연에 치우쳐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자연에서 마음이 발하였던 것 같다. 자연 속에서 내가 느꼈던 순간의 감정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어느 순간 내 작품을 반추해보니 자연에서 얻은 단상들이 인간적인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앞으로는 시적 대상의 지평을 더 넓혀 사회현상과 역사적 사실에도 관심을 가지고자 한다. 시적 대상은 자연이건 사람이건 사회현상이건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고 부딪히는 체험의 산물이라 생각한다. 동양 시학 논리 가운데 선경후정先景後精도 어찌 보면 자연경관에 대한 체험을 자기감정에 이입하는 사례일 것이다. 이런 체험의 소중함에 대하여 독일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말테의 수기>에서 “젊을 때 시를 쓰는 일만큼 무의미한 일은 없다. 평생 그것도 70년 또는 80년 걸려서 우선 벌처럼 꿀과 의미를 모아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열 줄의 훌륭한 시를 쓸 수 있을 것이다.”라고까지 했다. 시인은 시가 흔히 독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감정이 아니라 경험이 우선임을 강조하는 말인 듯하다. 시가 감정의 발산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 대한 이견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그저 내 경우 시적 경험은 자잘한 일상사에서 비롯되었음을 강조하고자 함이다. 어쩌면 총체적 삶 자체가 우리의 시적 경험 소재가 아니겠는가. 끝으로 제 시조집이 발간될 수 있도록 각별한 도움을 주신 열린출판의 임직원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또한, 바쁘신 중에도 과찬의 평설을 써주신 이석규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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