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써보겠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했었다.
유학 생활과 미국 직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 중위권 회사를 일등 반도체 회사로 함께 만들며 경험한 일들을 정리해 책을 내볼까 생각해 보았지만 읽는 사람들에게 도움 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포기한 적이 있었다.
잠시 반도체 산업 일선을 떠났다 복귀해 30년 가까이 업계와 학계에서 축적한 모든 것을 활용해 잘 해보려, 잘 되게 하려 무진 애를 썼는데 의외로 많은 장애물을 만나야 했다. 3년의 기간에 최고의 경쟁력을 갖는 일류 회사로 만들기로 한 약속을 지키고 떠났지만 나에게는 절반의 성공으로 보였다. 왜냐하면 지속해서 발전과 성장을 이룰 만큼 튼튼한 뿌리가 내리도록 하지는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어렵게 형성된 일류화 추진 분위기와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이 점차 쇠락하고 과거로 회귀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후진들의 소리를 듣게 되어 어떤 형태로든 버팀목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아울러 내가 함께 한 특정 회사를 벗어나 제조업 중심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과도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책의 제목이 ‘변화와 혁신을 통한 반도체 제조 일류화 경영’이지만 내가 목적한 바는 회사의 일류화였기 때문에 제조와 연관이 없는 회사도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으리라고 생각한다. 특정 회사 이야기라기보다는 내가 생각하고 실행한 일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책의 중심 내용이기 때문이다. 성공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실패나 포기한 것도 몇 가지 있다. 실패로부터의 배움도 크다고 평소 믿어 왔기 때문에 이들 사례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전달하기로 했다.
어려운 일을 극복하면 더 어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사람이나 조직은 어렵고 힘든 일은 일단 피하고 싶은 본능이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풀어가는 방법을 알면 일하는 것이 훨씬 쉽고 재미있기까지 하다는 것을 실례를 들어 알려 주려 하였다. 그리고 목표 수준이 높아야 성과가 크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이 책에는 최근 3년간의 반도체 제조 경영 이야기로 전개되지만 업무 수행과 조직 운영의 변화와 혁신에 관해 평생 일하며 체득한 방법론을 압축해 구현한 사례라서 내용이 포괄적이고 방대하다. 크게 성공하고 성과를 만들었던 기술 경영과 사업 운영상의 일하는 방식과 기업 문화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모두 담으려 욕심을 부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조업종이 아닌 다른 산업이나 직장에서 일하는 분들도 참고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특정 분야에 한정되는 내용이나 용어는 가급적 배제하고 일반화 했다.
성공이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언제나 통용되는 공식이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사안을 분석하고 접근하는 방식을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을 권유 드린다. 그리고 주변 환경의 핵심을 어떻게 찾아내고 경영적 판단에 활용하는지도 관심 있게 보아줄 것을 부탁드린다. 반도체 회사 이야기라기보다 일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특정 회사의 중요 경영 사항이나 기술적인 상세 내용, 개인 차원의 이슈와 감정 등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글 중 저자와 함께 한 회사명이나 인명은 이니셜 표기나 익명의 원칙을 고수했다. 특정 회사가 아닌 일반적인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로 일반화하려 했기 때문이다. 변변한 자료 없이 주로 기억에 의존해 쓴 글이라서 사실과 일부 다를 수도 있고 사안에 대한 해석이 주관에 흐른 것도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해 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특정인이나 단체, 회사에 누가 되는 내용이 있다면 짧은 소견에서 비롯된 것으로 미리 사과드리니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아무튼 이 책이 제조업에 위기가 왔느니 4차 산업 혁명이 시작되었느니 하는 와중의 격변하는 산업 현장에서 생존과 발전을 갈구하는 진정한 일꾼들에게 양식이 될 만한 식견과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조금이라도 더해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제조업의 재도약을 생각하며
오세용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