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가라타니 고진이 문학평론가로 정식 데뷔하기 전에 쓴 석사논문부터 최근의 강연에 이르기까지, 약 40년 동안의 문학비평 작업 중에서 직접 선정한 12편을 개정하여 정본화한 평론집이다. 이 책의 1부에 실린 여섯 편은 처음부터 ‘글’로 작성된 것이고, 2부의 여섯 편은 ‘말’을 정리한 것이다. 말과 글이라는 상황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나쓰메 소세키, 모리 오가이, 사카구치 안고, 나카가미 겐지, 시마오 도시오, 다케다 다이준, 후타바테이 시메이 등 일본문학에서 각기 고유한 특이성을 지시하는 작가들과 <알렉산드리아 사중주>, <맥베스>, <압살롬, 압살롬!> 등 대단히 이질적으로 보이는 텍스트들로부터 공통적이고 예각화된 역사/현실 인식을 발굴하고 재조직하는 가라타니의 감식안이 여실히 확인된다. 로렌스 더럴에서 시작해 소세키로 끝나는 이 책의 배치와 구도를 관통하는 두 가지, 즉 ‘근대문학의 종언’과 ‘그 가능성의 중심’을 확인하는 작업은 여전히 뜻있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