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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유영민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79년, 대한민국 서울

최근작
2024년 7월 <한 여름 방학의 꿈>

오즈의 의류 수거함

담임선생님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당시 내가 사 보던 월간 학습지에는 학생들의 창작시가 실리곤 했다. 평소 그 시들을 유심히 읽던 어머니는 어느 날 내게 말했다. “너도 한번 시를 써서 보내 보려무나.” 나는 뚱한 표정으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웬 시? 나는 시가 뭔지도 몰랐고, 또한 쓰기도 싫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끊임없는 권유에 못 이겨 결국 시를 한 편 써서 학습지 출판사에 보냈다. 그리고 그 시는 당선작으로 뽑혔다. 아직도 기억난다. ‘시골길’이라는 제목. 그러나 고백하자면, 그 시는 내가 쓴 게 아니었다. 내 시를 읽은 어머니는 ‘여기는 이렇게 고치는 게 좋겠다, 저기는 이렇게 고치는 게 좋겠다’고 계속 조언했고, 그렇게 고친 시는 종내 ‘내 시’가 아닌 ‘어머니의 시’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심사위원님들도 그런사정을 눈치채신 것 같았다. 이 시는 옆에서 어른이 도와준 것 같다는 심사평. 어떻게 소문이 퍼졌는지, 담임선생님까지 내 시(정확히는 어머니의 시)가 학습지에 실린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담임선생님은 내게 학습지를 보여달라고 했다. “영민이가 쓴 시를 꼭 읽어보고 싶구나.” 어린 마음에도 부끄러움을 알았을까. 나는 이 핑계 저 핑계로 끝내 담임선생님에게 시를 보여드리지 않았다. 초등학교 시절로부터 몇십 년이 흐른 시점, 또다시 내 글이 뽑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기쁘기보다는 마음 한쪽이 복잡했던 이유에는 초등학교 때의 기억도 한몫 자리하고 있는 걸까. 만약 담임선생님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이 책을 건네드리고 싶다.

헬로 바바리맨

첫 책을 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 남쪽바다에서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 땅의 많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슬퍼했고, 분노했고, 절망했다. 그런 와중에 책과 관련된 행사나 강연을 통해 몇 번인가 청소년들을 만나게 되었다. 희생된 학생들과 비슷한 또래였다. 그 아이들은 하나같이 나를 ‘작가님’이나 ‘선생님’으로 불렀다. 작가님이라니. 선생님이라니. 그 호칭을 들으며 앞선 세대로서,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부끄럽지 않을 수 없었고 작아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가난한 마음으로 도저히 글을 쓸 수 없어 초고만 잡아놓았을 뿐인 이 소설에 한동안 전혀 손을 대지 못했다. 그러다가 내 어둡고 닫힌 마음에 조금씩 바람이 통하기 시작한 것은 아픈 사건 속에 숨은 아름다움을 기억하고부터이다. 자신보다 친구를 먼저 구한 아이, 학생들을 구하다 숨진 선생님과 승무원, 시신을 찾다 목숨을 잃은 잠수사…… 내게 따뜻한 빛을 전해준 그분들에게 온 마음으로 감사한다. 그분들처럼 나도 언젠가 다른 이들을 위해 뭔가를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작가의 길을 가는 사람으로서 그것이 글이면 의미 있겠으나, 굳이 글이 아니어도 상관없겠다. 오랫동안, 빚진 마음으로 살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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