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을 집필하면서 가장 큰 영감을 얻은 것은 두 가지다.
먼저, 이 소설은 과학자 아버지와 딸의 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내 아버지 역시 과학자다. 하지만 컴퓨터공학자인 데이비드와 달리 아버지는 물리학자다. 물론 그의 배경은 데이비드와 무척 다르다아버지는 내가 이 점을 분명히 짚어주길 바랄 것이다.
둘째로, 이 책의 배경인 보스턴은 고향 부근이다. 열여덟 살에 집을 떠나 대학에 진학했고, 이후 뉴욕에서 대학원에 다니다 필라델피아로 이주해 지금까지 거기 산다. 하지만 늘 보스턴은 언젠가 소설 속에서 돌아갈 곳이었고, 이 작품에서 드디어 그 뜻을 이루었다.
소설과 내 인생이 이렇게 비슷하지만 다른 점도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공 에이더와 달리 난 과학 분야에서 영재가 아니었다. 사실 무척 노력했지만 과학 과목에서 절절맸다.
어릴 때는 이 사실이 고통스러웠다. 어쩌면 아버지의 자랑이 되고 싶었거나, 어려운 일도 해낼 수 있다고 나 자신에게 증명하고 싶었을 것이다. 상상이 되겠지만 난 과학을 잘 못하는 걸 금방 알았지만, 오랫동안 계속 점점 어려운 과학 수업들을 선택해서 수강했다. 학부 때는 신경과학과 행동을 주 전공으로 정했다. 결국 생물학 과목에서 유급하다시피 한 후에야 오래전부터 알던 사실을 인정했다. 실은 문학 공부를 더 좋아한다는 것을. 전공을 영문학으로 바꾸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렇게 정리하는 데 장장 20년이 걸렸다
따라서 <보이지 않는 세계>는 어떤 면에서 나와 내 인생사의 화해다. 덕분에 과학 공부에서 성공할 수도 있었던 과거를 다시 상상할 수 있었다.
또 이 작품으로 인해 요즘 발전 중인 첨단 기술들을 조사하고, 인공지능 기계들의 장래를 다룬 철학적인 글들을 읽었다. (난 과학에 대해 ‘읽는’ 것은 늘 좋아했다. 단지 과학을 ‘하는’ 게 어려웠을 뿐.) 20세기 사상가들과 앨런 튜링, 더글라스 호프스태터, 마빈 민스키, 더그 레너트, 메리 셰퍼드에게 영감을 받아 주인공들의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획기적이고 이상적인 아이디어를 그렸다. 이 책은 어떤 작품들보다 심층적인 조사의 소산이고, 내게는 조사 과정이 즐거움이었다.
글을 맺으면서 이 책이 한국에서 출판되는 것이 유독 설렌다고 말하고 싶다. 최근 한국에서 이세돌 9단과 구글 알파고의 대국이 열렸다. 이후 지능정보기술연구원의 설립은 대중이 새롭게 인공지능의 미래에 관심을 갖게 되었음을 시사한다. - 한국 독자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