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대립되는 것을 가라앉히는 침묵하는 실체의 힘에 의해서 많은 것들이 저절로 정돈된다.”
-막스 피카르트가 「침묵의 세계」에서 오래 비춰준 ‘침묵하는 실체’를 내 안에 들이고자 애썼던 시간의 틈에서 비집고 나온 시편들이다. 그럼에도 정돈된 내면의 꿈은 아직 멀다. 이 시편들 묶어 下心行의 두엄으로 써야 하리라.
나를 힘겹게 찢고 나온 이것들,
볼품없이 뭉툭한 것들뿐이다.
이 착란들 쏟뜨리고야만 만용을
어디다 감춰야 할지 모르겠다.
이번 생(生)은 어찌할 수 없는 난처(難處)다.
뭉툭한 인지력의 몫도 있으리라 생각하며
더욱 낮아져야 할 뿐이다.
몸을 낮추고 오는 것들과 만나는 기쁨으로
앞으로의 시간들을 출렁거리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