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정말로 간절히 바라건대, 때로는 가슴 아파하며, 때로는 머리를 쥐어짜며, 또 때로는 차가운 맥주로 뜨거움을 식히며 쓴 이 글을 읽고 난 후, 주위에 있는 것들이 잠시 낯설어지기를, 아주 짧은 순간이나마 내가 아닌 나,가 창 밖을 바라보기를, 부디, 욕심 부려본다.
우리나라는 명성황후와 육영수 여사, 이렇게 두 명의 국모가 시해당한 얼룩진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시각 비록 그분들의 죽음을 막아내지는 못했지만 그분들을 지키기 위한 비밀요원은 없었을까?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성이 자리 잡기 전, 뼛속까지 본능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할 여자 요원이….
그런 생각이 들자 또 다른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우리는 간첩을 남파 혹은 북파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면, 간첩을 남파하는 게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아이를 태어나는 순간부터 여러가지 목적의 요원으로 양성하고 있다면? 혹시 이런 일이 벌써부터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오늘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 살고 있다. 해결되지 않은 과거는 과거가 아니다. 현재진행형이다. 하여, 잊고는 살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과거와 현재가 그리고 미래가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