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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일대종사'에서 당대의 최고수인 주인공 엽문은 쿵후를 두 단어로 정의한다. 수평과 수직. 지는 자는 수평이 되고 최후에 수직으로 서 있는 자가 승리하는 것. 각기 다른 문파의 개성이나 물고 물리는 초식의 싸움도 궁극에 다다라서는 눕느냐 서 있느냐의 차이만 남을 뿐이다. 이와 같이 소설 역시 절세 고수의 초식을 보노라면 장르의 경계가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만다. 서로 다른 장르의 소설들도 최후의 단계에 다다르면 하나의 차이로 수렴할 것이다. 재미있느냐 없느냐.
<미스터 메르세데스>가 그 좋은 증거다. 형사 미스터리 장르에 처음 도전한 업계의 최고수 스티븐 킹은 아무런 어색함 없이 장르의 문법을 소화해 낸다. 그것도 장르의 문법을 따르기 위해 애쓰는 게 아니라 장르의 특징을 이미 다 흡수한 상태에서 자기 스타일의 이야기를 펼치는 것이다. 비참한 상태를 있는 그대로 묘사하지 않고 능글맞게 눙치는 유머 센스나 냉탕 온탕을 신속하게 오가는 감정선 조절을 보면 스티븐 킹이 완전히 자기 페이스대로 이야기를 끌고다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스티븐 킹에게 '호러의 제왕'이란 수식은 어울리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그는 유파를 초월한 절세의 이야기꾼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에드거 상 심사위원들은 이미 여기에 동의했다. 이제 당신이 확인해 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