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나무 숲> 하지은의 귀환"
<얼음나무 숲> 하지은이 7년 만에 발표하는 신작소설. 아길라와 에녹은 본래 하나였다. 태어날 때부터 하반신이 하나로 붙어있던 샴쌍둥이는 세기적 수술을 받고 둘로 분리되었다. 남매의 부모인 남작 부부는 분리되어 나간 아길라는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들인 에녹을 선택했다. 아길라는 기적적으로 하체 없이도 살아남았고, 에녹에겐 아길라가 분리되어 나간 자리가 흉터로 남았다. 그리고 아길라는 이 사실을, 부모가 선택한 게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아이는 우릴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13쪽) 남작 부인의 두려움은 현실이 된다.
<얼음나무 숲>의 키욜 백작과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의 마라 공작이 등장해 세 작품이 한 점으로 모이는 순간을 발견하는 것 역시 하지은 세계의 팬에겐 즐거운 일이 될 듯하다. 연금술과 악마술로 에녹을 조종하려는 아길라와 점점 그의 욕망에 대해 깨닫게 되는 에녹의 대립이 귀족가문과 은찻잔과 협곡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에녹은, 아길라는, 독자가 마음을 실어 응원하게 될 그 캐릭터는 승리할 수 있을까? 세계관이라는 단어가 널리 쓰이기 전부터 독자적인 상상의 세계를 눈에 그리듯 보여주는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온 작가 하지은이 압도적인 어둠의 숲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 소설 MD 김효선 (2022.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