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의 초기 단편집. 60년대 유럽, ‘자기만의 방’을 갖지 못하고 결혼, 가정, 남성에 의해 객체로 머무는 여성들의 일상을 날카롭게 응시한다. 표제작 '19호실로 가다'는 모두 부러워하는 가정을 꾸리던 한 주부가 강요되는 역할들 속에서 점차 무력을 느끼고, 혼자만의 공간을 절실히 찾는 모습을 그린다. 한 여성이 실연으로 미쳐버린 다른 여성에게 자신의 심장을 건네는 '내가 마침내 심장을 잃은 사연', 한 남자의 정부였다는 것을 깨닫지만 결국 서로를 위로하며 연대하는 여성들을 다룬 '남자와 남자 사이'를 비롯한 11편의 단편을 모았다.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의 기준'에 맞추어 살아가야 하면서도, 개인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잃지 않으려 몸부림치는 소설 속 인물들의 갈등과 분노, 그리고 그 한계에 마음이 저려온다. 그럼에도 소설은 여성이 지닌 힘을 긍정하며, 여성 간의 연대로 희망을 이야기한다. 생전 레싱이 한 인터뷰에서 전한 말을 옮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말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자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