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메이커·박원순·전유성·박준형 지음
PROLOGUE
원하는 대로
세상을 디자인하다
‘아이디어’는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 ‘아이디어 상품’, ‘생활 속의 아이디어’라는 말에서 엿볼 수 있듯이 아이디어는 그저 자신의 편리를 도모하는 하나의 테크닉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오히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거대한’ 무엇이었다. 새마을 운동,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민주화 운동 등 국가나 단체들이 추진한 ‘운동’과 ‘계획’, ‘정책’들이 세상을 바꿔왔다. 거기다가 다수 대중이 참여한 혁명이 세상을 바꾸는 시도들을 해왔을 뿐이다. 한국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소소한 것’들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큰 밑그림’이 필요했다.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건물을 올리고, 도시를 만드는 거대한 밑그림이 절실했다. 결론적으로 세상을 바꾼 건 아이디어가 아니고 그러한 역할을 담당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거대한 것’들이 꽉 들어차고 천편일률적인 밑그림이 완성되자 이제는 ‘작은 것’, ‘전혀 다른 것’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창의력’이 필요하다. 기존의 것들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전혀 다른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창의력이야말로 다른 무엇보다 필요한 시대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자도 창의적인 경영을 주문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도 ‘창의적인 인재’다. 그런 점에서 아이디어는 제대로 때를 만났다. 아이디어는 창의력의 가장 기초적인 토대이자 창의력 전체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콘셉트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밑그림을 완성한 후에 또 하나 필요한 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조화와 아름다움을 염두에 둔 ‘디자인’은 밑그림을 더욱 풍부하고 화려하게 완성하기 때문이다. 내 명함에는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라는 직함이 찍혀 있다. ‘디자이너’라고 하니까 그래픽 디자이너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고 상품 디자인 쪽 일을 하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가끔씩은 디자인협회나 디자인 회사에서 나를 강사로 초빙하기도 한다.
‘희망제작소’는 시민의 창의력을 토대로 세상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단체다. 거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그동안 소외되어온 사회적 약자들을 부각하고 불평등한 제도와 시스템에 평등의 색깔을 칠했으며, 눈에 띄지 않는 배경과도 같던 우리 사회 곳곳의 어둠을 밝은 모습으로 다시 스케치해 왔다. 수많은 시민의 아이디어가 물감이 되고 붓이 되어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결과는 놀라웠다. 연구활동 부서인 사회창안센터를 설치하고 시민의 공익적 제안과 좋은 아이디어를 모아 축적하는 웹사이트를 개설하자 1년이 지나지 않아1,000개가 넘는 아이디어가 모였다. 그리고 1년여 만에 30여 개의 아이디어가 공론화현실화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공공기관도 예전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임산부를 배려하는 배지를 만들자는 제안, 관용차를 소형차경차로 바꾸자는 호소, 지하철 손잡이의 높이를 다양한 신체 조건을 고려해 각각 다르게 만들자는 의견, 생리 기간에 수영장을 이용하지 못하는 여성들의 고충을 해소하는 방안(생리할인제), 은행 자동화 기기 이용 시 수수료를 출금 전에 고지해 달라는 아이디어, 유통기한 표기 개선에 관련한 다양한 주장, 시각 장애인 고충 해소 프로젝트 등은 관련 당국에서 이미 받아들여 다양한 정책을 입안, 고지했다.
희망제작소는 이어 한국일보, 행정자치부 그리고 KBS와 함께 ‘시민의 아이디어로 세상을 유쾌하게’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참여하는 ‘호민관 클럽’은 시민의 아이디어를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제 희망제작소는 시민에 의한, 그리고 시민을 위한 ‘싱크탱크 Think Tank’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민간 싱크탱크는 앞으로도 자체적인 노력과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디자인해 나가는 밀알 같은 단체가 되고자 한다. 그리고 그간의 노력이 드디어 책이라는 형태로 결실을 맺게 됐다. 이 책은 단순한 ‘아이디어 모음집’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어떻게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그러나 희망제작소를 운영하면서 무엇보다도 감동적이었던 것은, 아직 우리 사회에 약자를 배려하는 손길이 많다는 것과 자발적인 시민의 참여로 우리 사회가 변할 수 있다는 확신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변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열정이 뜨겁다는 점이 우리를 희망으로 들뜨게 한다.
PROLOGUE
생각의 1%를 바꾸면
즐거움은 무한대
처음 이 책에 대해 듣고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많이 망설였다. 지금껏 해보지 않은 일이기에 두려움도 있었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보탠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알게 된 많은 분들과의 소통 그 자체가 행복했고, 참여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마르지 않는 샘처럼 넘쳐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상상력,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도전과 실천력. 솔직히 수많은 아이디어가 살아 숨 쉬는 강물의 흐름을 따라 나 역시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찾는 과정은 조금이라도 더 시청자들을 웃기기 위해 개그맨이 늘 하는 아이디어 회의와는 사뭇 달랐다. 어릴 적 아빠가 선물한 피노키오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느낌이랄까. 마지막 조각 하나를 제대로 끼워 넣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흐트러진 조각을 하나하나 바라보고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이 세상에 어떤 의미로 다가설지는 모르지만 이런 시도나 생각들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참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소년이 연필로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지우개가 자꾸 없어져서 불편해지자 연필 끝에 지우개를 붙여 사용했고 그것을 팔아 대박이 났다는 이야기처럼, 우리 삶에 존재하는 약간의 불편함에 대한 자각이 우리의 연필 끝에 지우개를 붙일 수 있도록 도와주길 희망한다. 무엇보다 그 불편함을 간과하지 않고 찾아내어 개선할 수 있는 관찰력이 우리에게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 혜택을 우리 사회 곳곳의 그늘에서도 평등하게 누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즐거운 작업에 참여하게 해주신 전유성 선배님, 이진아 실장님, 이남훈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무한한 애정으로 지켜봐주고 있는 여우 같은 아내 김지혜와 토끼 같은 딸 박주니에게 사랑을 전한다.
Foreword
아이디어가
아이디어를 낳는다
하릴없이 인터넷 검색을 하다 정말 기발한 패러디 작품을 만난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드라마 「대장금」이 한창 인기를 끌 때 나온 『월간 궁녀』 창간 포스터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표지만 있는 창간이었는데 예고된 기사 내용은 ‘특별 상궁이 된 연생이가 밝히는 전하를 사로잡는 비법’ 같은 것이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궁금하다. 그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을 정도다. 하긴 그래서 아인슈타인의 뇌를 지금까지 보관해 연구하고 있는 것일 테지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런 기발한 패러디는 하나의 아이디어가 또 다른 아이디어를 자극한 결과다. 지금도 아이들이 꾸준히 읽는 미구엘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의 『돈키호테』는 중세 기사도 전설을 패러디한 것이고, 제임스 조이스James Augustine Aloysius Joyce의 『율리시즈』는 유명한 영국 산문가의 문체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즉 아이디어가 아이디어를 낳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디어는 모아야 한다. 누구나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도록 무한한 자유를 허용하고, 그런 아이디어에서 혁신innovation을 찾아야 한다.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을 막으면 혁신도 없다.
24시간 내내 뉴스만 방송하자는 아이디어로 세계적인 뉴스 기업을 일군 CNN 설립자 테드 터너Ted Turner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을 때 사람들이 비웃지 않으면 그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닐 확률이 높다”라고 말했다. 영화사 워너브라더스Warner Bros.의 개발팀장 척 존스Chuck Jones는 새로운 애니메이션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빅 예스Big Yes’ 회의를 열었는데, 어떤 아이디어라도 심지어 농담까지도 무조건 ‘예스’라고 답해야 하는 회의였다. 그 결과 워너브라더스는 「루니 툰Looney Tunes」 같은 대표작을 만들 수 있었다. 누구나 쉽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세상이 되면, 혁신은 저절로 따라오게 마련이다.
지금 전 세계는 그야말로 ‘혁신’이라는 단어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20세기가 자기 분야에서 ‘전문 능력’으로 경쟁하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글로벌화, 과잉 공급, 테크놀로지의 발전 덕분에 복잡성이 증대되면서 ‘문제 해결 능력’이 중심인 시대로 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늘 새롭고, 이 새로운 문제는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발상의 전환은 교육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의 그리고 미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늘 새로운 아이디어와 발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천재만이 아이디어와 혁신과 문제 해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카트린 콕스가 역사를 바꾼 300인의 아이큐를 전기나 관련 자료를 통해 추적해 보니, 태양이 아니라 지구가 돈다는 학설로 그야말로 과학계에 일대 혁신을 불러일으킨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의 아이큐는 100에서 110 사이였다고 한다.
아이디어의 출발은 비웃음을 살 수도 있고 지나치게 평범해서 무시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아이디어가 또 다른 아이디어를 촉발하고 발전시켜 발상의 전환을 꾀하고 혁신의 밑거름이 된다.
이 책에는 평범한 일상 속의 비범한 아이디어가 그득하다. 이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희망’이라는, 모자란다고 수입해서 쓸 수 없는 사회적 자본을 우리 사회에 가득 쌓아보자.
김경훈(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contents
Prologue
원하는 대로 세상을 디자인하다_박원순
생각의 1%를 바꾸면 즐거움은 무한대_박준형
Foreword
아이디어가 아이디어를 낳는다_김경훈
Truth
소비자와 사랑에 빠지고픈 기업공공기관을 위한 애정행각 노하우
유통기한 지난 빵을 먹는 기분
당신의 밥상은 글로벌 밥상?
기업과 이용자 모두를 위한 행복한 잔칫상
잔액 남은 교통카드를 모아보아요
의심 없이 편하게 물건을 구입하는 법
우리 지역 문제는 우리 손으로!
여성의 안전한 이동 권리를 위해!
자칫하면 위험막이 될 수 있다
키가 작은 어른과 아이를 위한 작은 배려
UCC도 공익이 더해지면 더 즐거워진다
주민과 공무원의 상호 소통을 위한 제안
수수료 스트레스, 이제는 날려버리자
보험료 부담을 줄이자
헷갈리지 않게 얼굴 보고 정확히 찍자
선거는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법은 쉽고 친근해야 한다
전유성의 別別想像
농산물 운반차에 현수막을
상향등 깜빡임을 ‘먼저 가세요’로
개그맨의 지하철 안내 방송
느린 게임도 필요하다
색다른 자동 응답기 목소리
고속도로 당첨 통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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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로 살아가는 21세기 인간형
포인트나 마일리지의 상호 변환은 어때요?
암행어사를 부활시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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