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유순희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습니다. 2006년 MBC 창작동화대상에 『순희네 집』이 당선되었고, 2010년 『지우개 따먹기 법칙』으로 푸른문학상을 받았습니다. 그밖에 지은 책으로는 『우주 호텔』, 『열세 번째 공주』, 『진짜 백설 공주는 누구인가』, 『과자 괴물전』 등이 있습니다.
그린이이영림
대구에서 태어나 국민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영국 킹스턴 대학교에서 일러스트와 애니메이션 석사 과정을 공부했습니다. 그동안 그린 책으로는 『아기가 된 할아버지』, 『최기봉을 찾아라!』, 『아드님, 진지 드세요』, 『댕기머리 탐정 김영서』, 『과자 괴물전』 등이 있습니다.
책과콩나무에서는 우리나라 아동문학을 이끌어 나갈 좋은 작품을 찾습니다.
그림책, 저학년, 중학년, 고학년, 청소년을 위한 책 한 권 분량의 작품을 booknbean@naver.com으로 보내 주십시오.
꼭꼭 지켜라, 과자를 지켜라
얼싸둥둥, 금동이 은동이
과자 너무 많이 먹지 못하게
으슈슈슝, 아라리숑, 호소리숑
변신해라, 얍!
크르르륵, 크르르륵, 커어억,
과자 괴물 나가신다
깜짝 놀라서
오싹오싹 놀라서
과자 먹고 싶은 마음
뚝 떨어지게~~~
깊고 깊은 밤, 금동이 아빠는 은빛 가위를 들고 노래를 부르며 무언가를 만들었단다.
먼저 초코파이가 담겨 있던 상자에서 둥글넓적한 초코파이 모양이 그려진 그림만 싹둑싹둑 오려 냈어. 그러고는 초코파이 윗부분에 두 개의 구멍을 뚫고 빨간색 셀로판지를 덮었단다. 그러니까 눈에서 빨그스레한 빛이 나는 것 같았어.
‘으흠, 진짜 괴물 눈 같군!’
금동이 아빠는 초코파이의 하얀색 마시멜로 부분에는 뾰족뾰족한 이를 그려 넣고, 머리에는 이쑤시개를 붙여서 뿔을 만들었어. 그 다음에는 동그랗게 종이를 잘라 몸통을 만들고, 가느다란 팔과 넓적한 손도 만들어 주었지. 그리고 괴물의 손바닥에 이런 글씨를 써 놓았단다.
먹지 마!
“으흠, 아주 마음에 들어. 과자 괴물.”
금동이 아빠는 자신이 만든 과자 괴물을 요리조리 살펴보았어. 볼수록 마음에 쏙 들었지. 금동이네 엄마 아빠는 맞벌이 부부였단다. 작년부터 엄마까지 회사에 나가다 보니 간식을 해 줄 시간이 없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일주일에 한 번씩 과자집에 과자를 넣어 두었단다. 그런데 금동이와 은동이가 밤 소쿠리에 생쥐 드나들듯 과자를 까먹는 거야. 엄마 아빠는 아이들이 과자를 많이 먹어서 몸이 나빠질까 봐 무척 걱정을 했어. 그러다가 두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어.
“아무래도 과자집을 없애야겠다.”
그러자 금동이와 은동이가 절대로 안 된다며 펄쩍펄쩍 뛰는 거야.
“안 돼! 우리 집에는 텔레비전도 없고, 컴퓨터에는 비밀번호를 걸어놔서 게임도 못 하잖아. 과자 먹는 재미까지 없애면 어떡해!”
금동이가 어찌나 힘주어 말하는지 목에 힘줄이 불끈 섰어.
“형 말이 맞아! 하나도 재미없어!”
은동이도 화가 나서 입이 광주리만 해졌단다. 엄마 아빠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 아빠는 좀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어.
“좋아, 과자집은 없애지 않을게. 그 대신 일주일에 두 번, 한 번에 한 봉지씩만 꺼내서 먹는 거야. 약속할 수 있어?”
금동이와 은동이는 아빠 말이 마음에 안 들었어. 과자를 날마다 먹었는데 이제부턴 일주일에 두 번밖에 못 먹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싫다고 하면 정말로 아빠가 과자집을 없애 버릴 것 같아서 힘없이 대답했어.
“알았어.”
그래도 금동이 아빠는 두 아들이 몰래 과자를 먹을 까 봐 마음이 놓이지 않았어. 그래서 조금만 먹으라는 뜻으로 이렇게 과자 괴물을 만든 거야.
금동이 아빠는 과자 괴물을 들고 베란다 선반 꼭대기에 있는 과자집으로 갔어. 과자집은 원래 ‘인형의 집’이었어. 은동이가 유치원에서 크리스마스 선물 뽑기 할 때 뽑은 거야. 여자아이들이나 갖고 노는 거라며 은동이가 베란다 구석에 처박아 놓은 걸 과자를 넣어 두는 집으로 꾸민 거지.
금동이 아빠는 과자집의 문을 열고 안쪽에 과자 괴물을 붙였어. 과자집 문을 열면 과자 괴물이 튀어 나오도록 말이야.
“흐흐, 진짜 괴물 같은걸.”
금동이 아빠는 흐뭇하게 과자집 안을 들여다보았어.
“과자가 별로 없네. 과자를 좀 채워 넣어야겠군. 다음번에는 내가 좋아하는 별사탕도 넣어 둬야지.”
금동이 아빠는 별사탕을 생각하니까 기분이 좋아졌어. 추운 겨울날 군대에서 보초 설 때 먹던 별사탕 맛을 잊을 수가 없었거든. 그래서 가끔 대형 마트에서 별사탕을 사다가 과자집에 넣어 두고 꺼내 먹곤 했단다. 금동이 아빠는 과자집 문을 닫고 안방으로 들어가 깊은 잠에 빠졌단다.
“벼, 별사탕이라고?”
컴컴한 베란다 구석에서 누군가 조그맣게 외쳤어. 온통 연둣빛 몸에 도토리 같은 얼굴, 동그란 두 눈과 머리 한가운데에만 위로 살짝 뻗친 머리카락이 있는 진짜 괴물이야! 몸집은 금동이 아빠가 종이로 만든 과자 괴물과 비슷했어. 새끼 괴물이었던 거야. 새끼 괴물은 스륵스륵 과자집 앞으로 올라가서 요리 삐딱, 조리 삐딱 살펴보았어.
“저 안에다 별사탕을 넣을 거라고?”
콩닥닥콩닥닥, 새끼 괴물의 심장이 뛰었어.
새끼 괴물은 깊고 깊은 땅속 나라에서 별사탕을 찾기 위해 여기까지 온 거야. 그런데 아무리 돌아다녀도 별사탕을 찾을 수가 없었어. 별사탕을 찾기는커녕 쌩쌩 달리는 차에 치여 죽을 뻔했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이리저리 찾아 헤매다가 어찌어찌해서 금동이네 집까지 오게 된 거야. 그러다가 금동이 아빠가 별사탕을 과자집에 넣을 거라는 말을 듣게 되자, 마른번개를 번쩍하고 맞은 것처럼 화들짝 놀랐단다.
새끼 괴물은 당장 과자집으로 들어가고 싶었어.
‘저 안에 별사탕이 있을지도 몰라.’
새끼 괴물은 과자집 문을 열었어. 그러다가 종이로 만든 괴물과 딱 마주쳤어. 종이 괴물을 보니까 피식 웃음이 나는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