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그린이 배민경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공부했다. 순수 작업을 하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에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일러스트레이션 박사 과정을 공부하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아내길 꿈꾸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상대성이론』, 『재능을 만드는 뇌신경 연결의 비밀』, 『모래 폭풍 속에서 찾은 꿈』, 『소가 된 게으름뱅이』, 『효자가 된 불효자』, 『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 그리고 시니어 그림책 『하얀 봉투』에 그림을 그렸다.
아이들이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전자책 출간일 2023년 11월 10일
지은이 오수민
기획·편집 도은주, 류정화
마케팅 박관홍
외주편집 박미정
펴낸이 윤주용
펴낸곳 초록비책공방
출판등록 2013년 4월 25일 제2013-000130
주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402 KGIT 센터 921A호
전화 0505-566-5522 팩스 02-6008-1777
메일 greenrainbooks@naver.com
인스타 @greenrainbooks @greenrain_1318
블로그 http://blog.naver.com/greenrainbooks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greenrainbook
ISBN 979-11-93296-10-3 (05590)
정가 12,000원
* 이 책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재사용하려면 저작권자와 초록비책공방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어려운 것은 쉽게 쉬운 것은 깊게 깊은 것은 유쾌하게
초록비책공방은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원고 투고, 오탈자 제보, 제휴 제안은 greenrainbooks@naver.com으로 보내주세요.
이 전자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KPIPA)의 <2023년 전자책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입니다.
아이들의 글쓰기 성향 테스트
아이들의 글쓰기 성향을 4개로 구분하고 별명을 달았습니다.
조금조금 천천히 쓰는 아이들
주저주저 소심한 아이들
삐걱삐걱 마음이 삐걱거리는 아이들
와글와글 소통하는 아이들
괄호에 ✓ 체크하고 성향별로 숫자를 세어주세요.
✓ 표시를 가장 많이 받은 성향 쪽 테스트 결과를 확인해보세요.
1. 말하기가 더 좋아? 듣는 게 더 좋아?
조금조금 ( )
난 할 말이 별로 없어. 친구들과 놀 때도 마찬가지야. 같이 있기만 해도 즐거워.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오면 길게 얘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주저주저 ( )
말한다는 생각만 해도 어질어질해. 친구들이 이야기할 때 언제 끼어들어야 할지 타이밍을 못 잡겠어. 듣는 쪽이 편해.
삐걱삐걱 ( )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답답해. 힘든 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와글와글 ( )
듣는 것도 재미있지만 말할 때 더 신나. 친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지, 입이 근질근질해.
2. 글을 빨리 쓰는 편이야? 아니면 천천히 쓰는 편이야?
조금조금 ( )
글쓰기 주제도 잘 생각나지 않고 빨리도 못 써. 몇 줄만 적는 데도 오래 걸려. 재촉하지 말아줘.
주저주저 ( )
내가 느리다는 것을 남들이 알까 봐 불안해. 연필을 만지작만지작하면서 시간을 끌게 돼. 나도 친구들처럼 막힘 없이 쓰고 싶어.
삐걱삐걱 ( )
난 친구나 가족에게 말하지 못한 이야기가 많아. 할 수만 있다면 빨리 털어놓고 싶은데 어려워. 글로 보여줄 용기가 안 나.
와글와글 ( )
어떤 이야기를 쓸지 글감을 보자마자 바로 떠올라. 손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 같아. 빨리 쓰고 친구들의 반응을 보고 싶어.
3. 글쓰기를 싫어하는 걸까? 재미있어 하는 걸까?
조금조금 ( )
글쓰기를 별로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네. 친구들과 밖에서 놀거나 게임하는 건 좋다고 바로 말할 수 있는데. 음, 글쓰기가 싫긴 한데 잘하게 되면 좋겠다.
주저주저 ( )
난 친구보다 뛰어난 게 하나도 없어. 글을 쓰려니까 망설여져. 하지만 감정믈 마음대로 표현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니까 기분이 좋아.
삐걱삐걱 ( )
친구나 가족에게 힘든 마음을 이해받고 싶은데 내가 먼저 표현하고 싶지는 않아. 글쓰기는 부담스럽지만 내 글을 보고 누군가 위로해준다면 해보고 싶기도 해.
와글와글 ( )
외로워서 눈물을 뚝뚝 흘렸던 날도, 즐거워서 깔깔 웃었던 날도 모두 쓰고 싶어. 내가 느낀 감정을 표현하고 싶거든.
4. 혼자 글 쓰는 게 좋아? 다 같이 모여서 함께 글 쓰는 게 좋아?
조금조금 ( )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려면 혼자가 좋아.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말아줘.
주저주저 ( )
이렇게 쓰는 게 맞는 걸까?
옆에 친구가 있으면 내 글을 볼까 봐 신경쓰여.
삐걱삐걱 ( )
혹시 친구가 나한테 속상한 게 있을까? 자꾸 친구를 쳐다보는 나. 근데 혼자 있으면 왜 외롭고 불안한 걸까?
와글와글 ( )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웃고 떠들면 글쓰기 영감이 떠올라.
쓰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겨.
5. 쓴 글을 혼자 간직하고 싶니? 아니면 친구나 가족이 내 글을 봐주었으면 좋겠니?
조금조금 ( )
누군가 내 글을 봐주면 좋겠어. 친구들이 내 글에 스티커를 달거나 댓글을 달아주기를 기다려. 부모님이 칭찬해주면 기분이 좋아. “겨우 이만큼 썼어?” 대신 “잘했다.”라고 하면 자신감이 생겨.
주저주저 ( )
‘내 글은 별로야. 친구들은 정말 잘 쓰는데’ 이러면서 감추고 싶기도 해. 친구가 내 글의 좋은 점에 대해 말해준 날이 있었어. 여러 번 읽어봤지. 그 댓글 하나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 정말 행복했어.
삐걱삐걱 ( )
괴롭고 힘들 때마다 혼자 울었어. 용기를 내서 속상했던 사연을 글로 쓴 날이 있었어. 친구들이 위로의 말을 댓글로 남겨주었는데 눈물이 났어. 다른 사람이 볼 수도 있는 공간에 감정을 표현한 글을 올리면 공감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
와글와글 ( )
좋아하는 음악, 재미있게 본 책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파자마 파티를 한 일, 가족과 여행을 간 날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내 모든 것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글로 소통하는 시간은 말로 할 때와 또 다른 매력이 있어.
6. 글을 다 쓰면 바로 올리고 싶어? 글을 다 써도 다른 사람 뒤에 올리고 싶어?
조금조금 ( )
조금씩 쓰니까 글 분량이 별로 많지 않아. 어떤 친구들은 글을 한꺼번에 많이 쓰던데…. 글을 다 써도 올리지 않고 기다릴 때가 많아.
주저주저 ( )
내 글을 누가 읽을까 봐 불안해.
다들 먼저 올라온 글을 많이 읽으니까 난 마지막에 올려야겠어.
삐걱삐걱 ( )
내 글을 누군가 읽어주었으면 하는 마음과 아무도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사이에 있어. 어떤 때는 쓰자마자 바로, 어떤 날은 다 써놓고도 기다렸다가 끝에 올리기도 해.
와글와글 ( )
글감을 보자마자 어떻게 쓸지 아이디어가 딱 떠올라. 먼저 올리면 친구들이 많이 읽으니까 난 1번으로 올리고 싶어.
7. 네가 쓴 글이 마음에 드니? 아니면 마음에 들지 않니?
조금조금 ( )
국어 시간에 “글쓰기를 해보세요.” 이렇게 선생님이 말씀하시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하나도 못 쓸 때도 있지만, 몇 줄이라도 끄적이고 나면 마음이 개운해.
주저주저 ( )
글쓰기를 한 줄 썼다가 지웠다가 다시 해보고 이럴 때가 많아. 반에서 선생님이 잘 쓴 친구 글을 읽어주실 땐 부러워. 꾸준히 연습하면 나도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삐걱삐걱 ( )
내 글이 마음에 드냐고? 지금은 누가 볼까 싶어서 몇 줄 쓰기도 어려워. 하지만 내 감정이 종이에 그대로 옮겨지는 장면을 상상해봤어. 글을 쓰면서 위로를 많이 받을 것 같아.
와글와글 ( )
내 글은 모두 소중해. 카페에 글을 올리고 나서 ‘좋아요’ 빨간 하트를 ‘쿡’ 눌러. 스스로 마음에 들었다는 표시야. 친구들이 읽기 전에 내가 댓글을 달기도 해. 남들 상관 없이 내가 좋으면 최고인 거지!
조금조금 천천히 쓰는 아이들
여러분은 혼자 조용히 작업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받지 않고 자기 속도로 가고 싶어 합니다. ‘○○해’라는 말을 들으면 시작하기 전에 싫은 마음이 앞섭니다. 말하기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무엇인가 전하고 싶은 마음은 늘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야라면요. 글을 꼭 길게 써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어 몇 개를 사용해서 문장 하나를 만들고 또 한 줄을 적으면서 늘려가면 되지요. 시를 써보면 어떨까요? 여러분이라면 짧은 문장으로도 재미있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시라면 간결한 문장을 줄을 바꿔가면서 쓰니까 조금만 적어도 많아 보이죠. 여러분이 쓴 시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독자들은 시 속의 인상 깊은 문장 하나를 한참 들여다보겠죠. 어떤 때는 깔깔 웃기도 하면서요.
주저주저 소심한 아이들
여러분은 섬세하고, 관찰을 잘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능력을 지녔어요. 감정도 풍부하고요. 단지 말이나 글로 속마음과 생각을 밖으로 꺼내는 연습이 안 되었을 뿐이에요. 지금은 말보다 글이 더 편할 거예요.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천천히 써볼 수 있으니까요. 사람들 앞에서 말하려고 하면 긴장이 되면서 할 얘기도 잘 못하잖아요. 가만히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지금까지 마음속에 간직해온 이야기를 글로 표현해보고 싶은 욕구를 발견할 수도 있을 거예요. 남에게 보여주기 싫다면 혼자 간직하는 글을 먼저 써보세요. 잠시 기다리면 쓰고 싶은 소재가 떠오를 것입니다.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용기를 내서 카페에 글을 올려보세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삐걱삐걱 마음이 삐걱거리는 아이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많이 힘들고 슬프죠?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기도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하고요.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이 다독여주면 얼마나 좋을까 바라게 되지요. 화나고 속상한 마음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마음이 답답할 때 글쓰기를 친구로 두면 좋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그대로 적어보는 거예요.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것들을 밖으로 꺼내보세요. 솔직한 심정을 담은 글이 친구들의 마음에 가 닿을 거예요. 글을 읽고 눈물을 흘리며 다정한 위로의 말을 걸어오는 친구도 있을 겁니다. 카페에 하나씩 글을 올리면 마음속 응어리가 천천히 풀어질 거예요. 응원하고 있을게요.
와글와글 소통하는 아이들
글쓰기를 할 때 ‘이까짓 거!’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친구죠? 글을 잘 쓰겠다며 긴장하지도 않죠. ‘내가 쓴 건 뭐든 다 좋아’ 이러면서요. 친구들이 내 글을 좋아하고 댓글을 많이 남겨주기를 바래요. 글쓰기 카페를 수시로 들어와 조회 수와 댓글 수를 세어보는 날이 많고요. 하지만 없다고 해도 별로 상관하지 않죠. 자신감이 넘치는 날이면 카페에 글을 올리자마자 ‘좋아요’ 하트 버튼을 직접 꾹 누르고 댓글을 쓰는 모습도 멋진데요? 아마 글감을 보고 무엇을 쓸까 많이 고민하지 않을 거예요. 생각나는 대로 바로 글쓰기에 돌입하는 편이죠. 여러분은 친구들과 함께 소통하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면서 글을 쓰는 타입입니다.
프롤로그
아이들 글쓰기, ‘두려움’을
깨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말할 기회를 주면 ‘자기가 글쓰기를 얼마나 싫어하는지’를 비롯해 ‘글쓰기로 인해 힘들었던 사연’을 말합니다. 후련할 정도로 이야기하게 한 후 ‘만일 여러분이 글을 잘 쓴다면 뭐가 좋을 것 같나요’라고 물어보면 싫어했던 이유는 갑자기 잘하고 싶다는 소망으로 바뀝니다.
아이들도 글쓰기의 힘을 잘 알고 있으며 마음속으로 그 힘을 자기도 갖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자기 길이 아닌 줄 알고 일찍부터 포기해 글쓰기 세상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많죠. 글을 쓰는 방법을 익히기도 전에 ‘글쓰기의 두려움’을 먼저 알아버린 것입니다.
어린이 글쓰기 프로그램에 찾아온 아이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글쓰기가 즐거웠다는 아이들이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괴롭고 힘들었던 기억을 가진 아이들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 앞에 큰 벽을 만들고 넘을 생각을 감히 하지 못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벽은 높아지고 더 단단해집니다.
이렇게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아이들이 어른으로 성장하면 어떤 모습이 될까요.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거예요. 한 문장 쓰기도 두려울 겁니다. 글쓰기 프로그램에 등록한 성인이 입을 모아서 말하는 ‘글쓰기 공포’를 느낄 텐데요. 만약 어릴 때부터 글쓰기의 즐거움을 알게 된다면요? 인생 방향이 달라지겠지요? 원하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말하는 사람, 자기감정을 이해하는 사람,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거예요. 글쓰기의 힘이지요.
글쓰기를 통해서 아이들이 어떻게 변화해가는지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5~6학년 대상으로 수년간 독서 토론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토론을 마치면 항상 글쓰기 시간을 배정합니다. 처음엔 말 한마디도 하기 어려워하던 아이들이 6개월, 1년, 2년이 지나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모습으로 달라집니다. 누군가 자기 이야기에 공감하고 칭찬을 해줄 때, 어떤 이야기든 다 할 자유를 누릴 때, 아이들이 글쓰기의 즐거움을 알아갑니다.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알게 되는 거죠.
아이들은 누군가 자기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아이에 따라 글쓰기에 마음을 내주는 속도는 각자 다릅니다. 속마음을 금방 내비치는 경우도 있고 수개월이 지나도 변화가 보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이때 아이의 마음을 지레짐작하여 끌어가지 말고, 자기 속도대로 글쓰기와 가까워지도록 한다면 끝내 자기 길을 찾아갑니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고 가르쳐주지 않는 편이 더 좋습니다.
친구들이 함께 모여 글을 쓰고 서로를 격려하면서 좋은 점을 알아가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운영자로서 아이들을 일방적으로 가르치기보단, 함께 생각하는 방향으로 유도해야겠다고 방침을 정했지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글을 잘 써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아이들의 생각이 막히지 않기를 바랬습니다. ‘오로지 자기 마음에만 집중하면 어떨까. 아이들이 글쓰기 카페를 찾아와 언제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여긴다면?’ 환대받는 글쓰기 환경이라면 아이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대로 글을 쓰면서 즐겁게 지낼 거라고 믿었습니다.
또한 아이들에게 ‘잘 쓰는 기술’이 아니라 ‘쓰고 싶은 마음’을 자극해주고 싶었습니다. 맞춤법 공부, 문장 구성하기, 글쓰기 전략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글쓰기를 이미 싫어하게 된 다음에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해보니까 글쓰기가 어렵지 않다는 걸 깨닫고, 자기 마음과 생각을 표현하는 데 재미를 느낀다면, 아이들은 글쓰기를 자연스럽게 친구로 여깁니다. 한번 친한 친구를 만들어두면 결코 헤어지지 않죠. 평생 친구가 되는 겁니다.
‘가르쳐주지 않겠습니다’라고 계획한 온라인 글쓰기는 계획한 대로 흘러갔습니다. 아이가 마음을 표현하는 글감, 감정을 터트리는 글감, 자기 의견을 말하는 글감,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글감, 상상력을 키우는 글감, 생각을 확장하는 글감, 시 쓰기 글감, 판단하고 결정해보는 글감, 선택해보는 글감, 책을 추천하는 글감을 준비했습니다. 글쓰기 첨삭은 전혀 하지 않고 좋은 점을 칭찬하고 응원해주었습니다. 이러한 방침은 아이들에게 통했습니다. 처음 열두 명으로 시작한 인원이 계속 늘어났습니다. 다른 강사님들도 같이 합류했고 모집 인원은 1년 만에 120명이 됐습니다.
이 책은 글쓰기 방법론을 다룬 내용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글쓰기의 두려움을 깨고 ‘글쓰기의 재미’를 알게 되는 과정을 다룬 책입니다. 함께 글을 쓰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아이들을 환대하며 글에 공감한다면 아이들은 스스로 쓰게 되어 있습니다.
책은 다음과 같이 구성했습니다.
1장에서는 아이들이 말하는 글쓰기의 두려움과 즐거움을 다루었습니다. 아이들이 말하는 글쓰기를 싫어하게 된 이유를 알게 되면 어떻게 해야 달라질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2장에서는 아이들이 글쓰기를 좋아하게 하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글쓰기 프로그램 운영 원칙과 글쓰기에 대한 동기부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3장에서는 글쓰기를 처음 접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4장부터 7장까지는 아이들 성향에 따라 글쓰기 접근 방식을 구분해서 정리했습니다. 천천히 쓰는 아이들, 소심한 아이들, 마음이 삐걱거리는 아이들, 주도적으로 소통하는 아이들의 글과 생각, 그리고 마음을 전했습니다. 천천히 글을 쓰는 아이들은 기다려주고, 스스로를 소심하다고 느끼는 아이들에게는 자신감을 채워주고, 마음이 삐걱거리는 아이들은 표현하도록 이끌어가는 모습을 적었습니다. 또한 소통하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글쓰기 공간에서 노는 장면을 그렸습니다. 8장에서는 아이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글쓰기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말했습니다. 각 장마다 글쓰기 팁은 ‘10분 글쓰기 강좌’에, 부모님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과 답변은 ‘알쏭달쏭 상담소’에 담았습니다.
글을 쓰는 공간이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환경은 다르지만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한다는 건 똑같습니다. 물론 온라인 프로그램이라면 아이들이 글쓰기에 더 쉽게 다가가게 도와주는 면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손으로 쓰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을 때 더 친숙하게 느끼니까요.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글을 쓰고 공감하면서 소통한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 어느 곳에서나 활발히 움직일 수 있습니다. 교육정책에 따라 프로그램이 계속 바뀌어도 아이들은 흔들리지 않고 자기 길을 찾아가겠죠.
다른 아이들처럼 부모 손에 이끌려 글쓰기 프로그램에 찾아온 초등학교 3학년 세은이의 고백을 들어볼까요?
“글쓰기가 너무 재미있어요. 저는 이제 글쓰기를 하지 않고는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선생님과 오래오래 글쓰기를 하고 싶어요.”
올리버 색스의 자서전 『온 더 무브』(알마, 2017)에 나온 글처럼 아이들도 글을 쓰면서 ‘만족감’을 느끼고 ‘그 어떤 것에서도 얻지 못할 기쁨’을 느낍니다.
온힘을 다하여 아이들을 응원하신 학부모님들, 함께 어린이 글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한 백소연, 허유진, 오숙희, 이혜령 선생님, 글쓰기 세계로 이끌어주고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신 김민영 선생님, 집필 과정에 도움을 준 이은아 선생님과 김미연 선생님, 어린이 토론과 글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숭례문학당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함께 공부한 숭례문학당 학인들, 항상 격려해주신 가족과 친구들, 또 늘 지지해주신 은사 송화순 교수님 감사합니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신 초록비책공방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한결같이 저를 사랑하고 응원해준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보냅니다.
온라인 글쓰기 공간에서 만난 어린이 친구들, 여러분과 평생 글쓰기를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차 례
아이들의 글쓰기 성향 테스트
프롤로그 아이들 글쓰기, ‘두려움’을 깨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1장 | 아이들이 말하는 아이들이 말하는 글쓰기의 두려움 ‘글쓰기 싫어’라고 말해도 돼 꼭 손 글씨로 써야 할까? 아이들도 독자가 있으면 글을 쓴다 10분 글쓰기 강좌 글쓰기의 좋은 점과 나쁜 점 알쏭달쏭 상담소 맞춤법이 엉망인데 괜찮을까요? |
2장 | 글쓰기가 좋아지는 동기부여의 씨앗 자유로운 운영 원칙으로 아이들 마음 사로잡기 처음부터 잘 쓰라고요? 빨리 써야 한다고요? 시 쓰기가 제일 싫다는 아이가 시를 사랑하게 된 순간 아이들과 함께 쓰니 지루하던 마음이 휙 날아가네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낙서장’ 10분 글쓰기 강좌 단계별 글쓰기 계획표 알쏭달쏭 상담소 아이가 쓴 글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
3장 | 글쓰기의 즐거움을 알아가다 엄마와 카톡 대화를 나누며 글쓰기 습관을 만든다 아이 엠 그라운드~ 자기소개하기 글쓰기의 처음, 흥미 있는 주제로 시작한다 여러 학년이 섞여 서로에게 배운다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 커가는 아이들 10분 글쓰기 강좌 글쓰기 지도의 7가지 원칙 알쏭달쏭 상담소 글쓰기 분량은 어떻게 늘려야 할까요? |
4장 | 천천히 쓰는 아이들, ‘만약 ~라면’ 상상하게 하고 지켜보기 두 글자만 써도 오늘 글쓰기 통과 내가 생각할 동안 기다려줘 한 줄에서 열 줄 쓰기로 가는 길 10분 글쓰기 강좌 글쓰기와 독서 연결법 알쏭달쏭 상담소 책 읽기 먼저? 글쓰기 먼저? |
5장 | 심한 아이들, 글쓰기,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지름길 내가 가진 재능은 끈기와 노력 친구 글을 보면서 영감받기 친구가 댓글을 남겨줄 때와 ‘내’가 내 글에 댓글을 남길 때 10분 글쓰기 강좌 우리 아이 글쓰기 습관 점검 리스트 알쏭달쏭 상담소 다른 아이 글과 자꾸만 비교될 땐 어떻게 해요? |
6장 | 마음이 삐걱이는 아이들,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글쓰기 방’ 만들기 하고 싶은 말 털어놓을 글쓰기 멍석 깔아주기 누구든 내 말 좀 들어줘 ‘어떻게 그랬을까’ 감정 주머니 터트리기 10분 글쓰기 강좌 감정을 표현하는 글쓰기 알쏭달쏭 상담소 아이가 왜 솔직하게 쓰지 않을까요? |
7장 | 소통하는 아이들, 자기 주도적인 글쓰기 서로 댓글을 주고받으며 소통하기 글쓰기로 상대방을 설득할 줄 아는 아이 글쓰기 실력이 업그레이드되는 함께 쓰기 10분 글쓰기 강좌 아이 글 칭찬하는 법, 마법의 댓글 예시 알쏭달쏭 상담소 글을 고쳐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
8장 | 초등 온라인 글쓰기 전략 글쓰기 세상을 종이 안에 가두지 말자 카페냐 블로그냐, 온라인 글쓰기 어디가 좋을까? 사진, 그림 글쓰기로 우리 아이 장점 업그레이드 글쓰기 친구들과 랜선 커뮤니티를 만들다 ‘어린이 글쓰기 프로그램’이 걸어온 길 10분 글쓰기 강좌 초등 글쓰기 어플리케이션 이용하기 알쏭달쏭 상담소 온라인 글을 쓰다가 PC나 스마트폰 중독에 빠지지 않을까요? |
에필로그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게 먼저입니다
글을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은
아이를 글쓰기의 세계에서 멀어지게 합니다.
글쓰기가 두렵고 싫은데 어떻게 잘할 수 있나요.
혼날까 봐, 틀릴까 봐, 다른 친구들보다 못 써서,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서
아이들은 글쓰기를 무서워합니다.
글쓰기 해보니까 별거 아니고,
한 줄이라도 자기 생각을 표현해보니
재미있다고 느껴야 달라집니다.
글쓰기의 두려움이 아니라
즐거움을 먼저 경험해보도록이요.
아이들이 말하는
글쓰기의 두려움
글쓰기 프로그램에 처음 참여하는 미연이는 “글쓰기 할 때 맞춤법이 틀릴까 봐 걱정됩니다.”라는 첫 문장으로 자기소개 글을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맞춤법이 틀렸다면서 얼굴을 찡그릴까 봐 두려워 심장이 쿵쿵 뛴다고요. 정찬이는 제일 싫어하는 과목으로 국어 시간을 꼽았습니다. 엄마 때문에 억지로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며 국어 시간에 선생님이 글쓰기를 하라고 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고백합니다. 그 이유로 이런 말들을 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글로 표현하기를 싫어합니다.”
“아이들이 글쓰기 시간을 두려워해서 진행하기가 힘들어요.”
“완성된 글을 만들기에 수업 시간이 너무 짧아요.”
아이들이 정말 생각하기를 싫어할까요? 사실은 생각하는 훈련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게 아닐까요? 고병권은 『생각한다는 것』(너머학교, 2010)에서 ‘생각한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자’, ‘달리 생각하자’라고 정의했습니다. 아이들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각자 내면에 글을 쓸 능력이 충분합니다. 하지만 먼저 생각한 뒤 머릿속에 정리된 내용을 글로 쓰는 거라고 알려주면 시작하기 어렵습니다. 글쓰기 문턱을 낮춰주어야 합니다. 가령 연필을 잡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부터 글쓰기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넣어줍니다. 한 줄도 쓰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앉아서 노력하는 시간도 글쓰기 연습으로 생각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몸에 근육이 생기려면 근력을 쌓도록 반복해서 기본 훈련을 해야 하고, 달리기를 하려면 걷기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운동하러 가야지 마음 먹어도 아침에 일어나기가 얼마나 어렵나요. 마음에서 다짐하는 시간이 있어야 운동하러 나가게 됩니다. 어떤 주제를 두고 생각해보거나 글로 표현해본 적 없는 아이들에게 찾아온 글쓰기의 두려움은 너무나도 당연한 감정입니다. 맞춤법에 맞게 써야 한다거나 정해진 시간에 일정 분량을 써야 한다는 기준은 글쓰기 진입 장벽을 높일 뿐입니다. 초등학생부터 시작해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두려움의 벽을 계속 쌓아가게 만드는 거죠.
초등학생 때부터 이런 상황인데 고등학생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런 아이들은 글쓰기에 대한 나쁜 기억을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실패를 경험했을 겁니다. 글쓰기란 자기를 힘들게 하는 활동이라고 낙인을 찍었겠죠. 글쓰기 세상에서 한번 멀어진 아이들은 돌아가기 어렵습니다.
고등학교 서평 쓰기 수업을 하러 가면 한 줄도 쓰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많이 만납니다. 수도권에 있는 어느 고등학교 1학년 여덟 개 반 수업을 들어갔을 때입니다. 아이들의 생각을 이끌기 위해 독서 토론을 먼저 하고 서평 쓰기 실습으로 들어갔는데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