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해터
Nick Hatter
영국에서 가장 ‘핫’한 인생 코치다. 유명인에서 노숙인까지 광폭의 지지를 받으며 구글 인생 코칭 분야에서 높은 평점을 기록했다. 특히 정신과 전문의, 신경 과학자, 심리치료사 등 전문가 집단이 그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낸다.
정신역학(무의식적 신념과 동기 조사) 및 신경언어 프로그래밍(NLP) 마스터 코치이며, 다양한 해결 중심 심리치료와 자기계발, 최면요법에 정통하다. 공학적 지식을 접목하여 의뢰인의 인생 문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진단하고 개선하는 역량 역시 탁월하다.
코칭 협회(AC)와 유럽 멘토링·코칭 협의회(EMCC) 정회원이며, BBC를 비롯한 《포브스》, 《텔레그래프》, 《보그》,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매체에서 꾸준히 활약 중이다. 코칭을 통해 연인 만남을 돕는 FDBK 데이트 앱(www.fdbk-app.com) 창업자이기도 하다.
인생의 법칙을 깨달았고
성공의 습관을 들였다면
이제는 ‘질문’하라!
세븐 퀘스천
THE 7 QUESTIONS
Copyright © Nick Hatter 2022
All rights reserved.
Korean Translation Copyright © WOONGJIN BOOXEN Co., Ltd. 2022
Korean translation rights arranged with Jonathan Pegg Literary Agency
through EYA(Eric Yang Agency).
이 책의 한국어판 저작권은 EYA(Eric Yang Agency)를 통해 Jonathan Pegg Literary Agency와 독점계약한 (주)웅진북센이 소유합니다. 저작권법에 의하여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일러두기
1. 주는 모두 저자의 것이다.
2. 본문에 나오는 책이 국내에서 출간된 경우 국역본 제목을 따랐고, 출간되지 않은 경우 번역 제목과 함께 원제를 밝혔다.
3. 책은 『』로, 잡지·신문은 《》로, 그 외 영화·드라마 등은 〈〉로 표기했다.
회복 중인 동지들, 우리 엄마, 절친 스티브
그리고 FDBK 팀에 이 책을 바친다.
“한 사람을 바꾸는 데 필요한 것은
그 사람의 자기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
나는 자기계발서를 집어 들면 곧장 본문부터 읽는 편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서문까지 읽을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바쁘다고 해서 꼭 생산적인 것은 아니다. 나는 자기계발서를 새 가전제품처럼 취급하기도 한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사용 설명서도 안 보고 작동하기만을 바란다. 결국 설명서를 읽었다면 왜 작동하지 않는지 알아내려고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을 거라며 후회한다.
당신 역시 서문을 건너뛰고 싶겠지만 일단 ‘느긋한 마음’으로 이 책과 함께할 여정을 미리 알아보기를 바란다. 바쁘고 어수선한 일상과 잠시 거리를 두자. 순전히 자기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다.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SNS에 신경을 끄고 차를 한 잔 따른 뒤, 심호흡을 하고 서문부터 꼼꼼히 읽기를 바란다. 이 책이 왜 쓰였으며 우리 인생에 어떤 도움을 줄지 미리 파악해보자. 자기 자신을 위해 그 정도 시간쯤은 들일 만하지 않은가?
자기 인식이 변화의 시작
‘인생을 바꾸는 질문’이란 게 있을까? 다행히 존재한다. 여기 ‘7가지 질문’이 바로 그것이며, 13년이 넘는 자기계발 과정 속에서 뽑아낸 정수로 구성되었다. 코칭과 해결 중심 심리치료는 물론이고 직접 겪은 각종 멘토링, 중독 치료 프로그램 등이 담겼다. 수년간 코칭하고 지원하며 인생을 바꾸도록 도왔던 경험만 녹아 있는 게 아니다. 나는 지금껏 살면서 개인적 성장의 이면에 있는 핵심 요소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자기 인식’이며, 자기 인식에 도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질문’하는 것이다.
2018년부터 내담자 350명 이상이 토로한 고민과 불만을 기록해왔다. 이를 토대로 사람들이 인생 코치를 찾는 이유를 알아냈다.
1.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
2. 불확실한 커리어 목표
3. 낮은 자존감 또는 낮은 자신감
4. 미루는 성향
5. 낮은 의욕
6. 성취 갈증 그리고 권태
7. 커리어 정체
8. 관계 문제
9. 감당하기 힘든 감정(분노, 두려움, 슬픔 등)
10. 금전 부족
나는 코칭을 하면서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특정 질문을 반복해서 던진다. 그러면서 내담자의 인생이 바뀌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다. 또한 나 자신에게도 계속 질문한다. 그럴 때마다 새로운 통찰을 얻고 성장하며, 더 나은 인간이 될 힘을 얻는다. 의지를 갖고 솔직하게 마음을 연다면 질문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언’은 유용하고 꼭 필요할 때도 있지만, 그 자체로는 아니면 말라는 식이라 자기 인식을 방해한다. 그러나 질문은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들어 자기 인식을 돕는다. 흔히 자기계발서는 조언을 통해 잠시나마 긍정적인 감정이나 동기를 유발한다. ‘습관’이나 ‘법칙’ 역시 제시하는 편이다. 자기계발 시장에서 그런 책은 발에 치일 정도로 많다. 나만 해도 뇌에 차고 넘칠 정도로 읽었다. 안타깝게도 ‘이래라저래라’ 하는 조언은 종종 한 귀로 들어왔다 다른 귀로 나간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르다.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질문을 던진다. 답을 알려주기보다 질문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깨닫게 만든다. 물론 답하기 어려운 질문도 있다. 매우 사적인 질문이라면 특히 그럴 것이다. 이런 경우 가장 유용하고 통찰력 있는 답 일부를 사례로 제시한다. 그 밖에도 자신만의 답을 찾는 데 필요한 다양한 방식이 기다린다.
토요일 새벽 3시, 술에 취한 채 속을 게워내고 있다고 해보자. 그 순간 인생의 근본 질문이랍시고 ‘케밥에 ‘대체’ 뭐가 들어 있던 거야?’라는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이 질문은 먼저 마신 맥주 여섯 캔 또는 칵테일과 ‘완전히’ 무관하다. 관련된 건 ‘단순히’ 케밥이다! 반면에, (술은 입에 대지도 않은 멀쩡한 상태에서) 인생을 바꾸고 최고의 모습으로 거듭나고 싶을 때 스스로 물어야 할 심오한 질문이 있다. 실직이나 금전 문제로 궁지에 몰리거나 위기를 경험하고, 실연을 당하거나 중년에 들어 인생무상을 느끼고 혹은 철이 들었으면 하거나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하고 싶을 때, 마음을 열고 받아들인다면 특히 도움이 될 ‘질문’이 있다는 말이다.
왜 인생 코치를 신뢰해야 하는가
세상에는 자기계발 전문가와 인생 코치가 참 많은 것 같다. 영국 시트콤 〈핍 쇼〉를 본 적 있다면, 아무나 ‘인생 코치’라고 떠벌리며 미심쩍은 조언과 해결책을 내놓는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한 에피소드에서 어느 염치없는 인물이 하룻밤 사이에 인생 코치가 되어 내담자에게 ‘꼭’ 남자 친구와 헤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이런 조언에 윤리가 담보되었는지 굉장히 걱정스럽고, 그가 내담자와 함께 침대(!)에 앉아 코칭하는 것도 똑같이 우려스럽다. 물론 이는 극단적인 예시이지만, 그만큼 믿을 만한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나는 농담으로 공의존자co-dependent는 치료사, 코치와 달리 타인의 문제를 무료로 해결하려고 하고, 인생 코치는 트위드 재킷을 갖춰 입지 않고도 치료사보다 더 잘 번다며 차이점을 늘어놓는다. 내 스승 중 하나인 프랜시스 매스터스Frances Masters는 인생 코치이자 영국 상담심리치료협회 공인 심리치료사로 3만 시간 이상의 경력이 있다. 그는 심리치료와 코칭을 통합하는 고생을 자처한 후, ‘치료’과 ‘코칭’를 구분하는 일은 벽에 젤리를 박는 것처럼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겹치는 부분이 상당해서 둘을 똑 떨어뜨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도 대략적이나마 구분해보면 다음과 같다.
인생 코칭은 트라우마나 정신 건강 치료에 덜 관여하는 반면,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하여 자신만의 장점을 갖고 목표를 성취하여 최고의 자아상을 구현하도록 돕는다. 물론 인생 코칭은 치료에 가깝지만, (장기적이고 트라우마 치료에 집중하는 편인) 기존 심리치료보다 훨씬 해결 중심적이고 간단하다. 수년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괜한 낙인이 찍히지 않고도 개인적 목표를 달성하는 동시에 하루가 다르게 성장할 수 있다면? 확실히 매력적인 제안이다. 이는 2020년 영국에서 치료사를 알아보던 네 명 중 한 명이 인생 코치를 찾은 이유이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인생 코치를 찾게 될 것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치료사들조차 자신을 인생 코치라고 광고하기 시작했다.
당신의 인생 코치는 누구인가
옥스퍼드대학교 정신과 전문의 샤 타파로시Shah Tarfarosh 박사는 (사람들이 중증을 겪기 ‘전에’ 돕는) 예방 정신 의학을 강조한다. 또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돕는 데 나와 같은 인생 코치가 중요하다고 인정한다. 전적으로 동감이다. 낮은 자존감, 인생 또는 커리어의 한계 등 저마다의 문제로 고뇌하던 수많은 사람이 내 도움을 받았다. 최소한 항우울제 같은 정신과적 지원이 필요한 단계로 넘어가는 일만큼은 피했다.
나는 의자에 편히 앉아 조언하는 안락의자형 심리학자가 아니다. 꽤 오랫동안 스스로 낮은 자존감으로 고생했고, 트라우마와 여러 중독 증상을 겪기도 했다. 나는 정서적 (그리고 가끔 신체적이기도 했던) 학대와 수치심이 일상이던 ‘역기능 가정’에서 성장했다. 브리스톨에서 면학 분위기가 가장 안 좋은 학교에 다니면서 심한 괴롭힘을 당했고, 지독히도 인기가 없었다.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탓에 나만의 영역도 자존심도 좀처럼 가질 수 없었다.
대화할 때도 매번 무시당하는 통에 ‘예스’를 남발하며 상대의 비위를 맞추려 했다. 여자들 사이에서 인기 있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고백하면 거절당하기 일쑤였고 거의 짝사랑이었다. 처음으로 반했던 여자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내 절친에게 가버렸다! 어쩌다 2년이라는 오랜 기간 사귀었던 첫 여자 친구도 나와 헤어진 뒤 또 다른 친구에게 가버렸다. 이후 나는 독약처럼 치명적인 관계 속에서 계속 시달렸다. 엄청난 번아웃과 신경쇠약이 찾아왔고, 4년간 공들여 가치가 170만 파운드에 달했던 사업에서 손을 떼기도 했다.
나는 이 모든 역경 덕분에 자기계발을 갈구하면서 자존감을 높이는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수년간 각종 코칭과 해결 중심 심리치료 교육에 참여했다. 기업가 정신, 마케팅, 데이트, 자기방어부터 건강한 남성성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코칭과 심리치료를 받았다. 특히 정신 건강과 개인적 성장 면에서 심리치료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심리치료를 받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을 것이다. 코칭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그란카나리아의 화창한 해변에서 누리는 인생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감사하게도 나는 인생 코칭 분야에서 성공을 거뒀고, 성공의 8할은 내가 직접 받은 인생 코칭과 각종 치료 덕분이다.
5년 넘게 나는 ‘12단계 중독 치료’를 중독자에게 무료로 제공했던 적도 있다. 이 책에서도 중독 코칭 사례를 소개하겠지만, 그 원리만큼은 다른 어떤 상황과 사례에도 두루 적용이 가능하다. 나는 자존감 향상 학습에도 시간을 많이 들였고, 여전히 그러고 있다. 학습 내용 전부 내담자는 물론이고 독자와 나눌 소중한 정보이자 지식이다. 낮은 자존감, 형편없는 자아상, 나쁜 습관, 미루는 성향이 있거나 인생의 목적과 진로가 불확실해 고민하는가? 그렇다면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지금부터 내가 새로운 인생과 자아상을 맛보도록 도울 것이다.
‘7가지 질문’은 무엇인가
‘7가지 질문’은 ‘스위스 군용 칼’과 같다. 분명하고 지속적인 자기 인식을 위해 ‘언제든 활용이 가능한’ 자가 코칭 도구를 만들어낸다. 또한 내면을 탐색하고 인생에서 더 큰 그림을 그리도록 유도한다. 질문마다 제공된 자가 질문 키트는 인생의 문제를 훨씬 구체적인 수준에서 다루는 도구다. 방법만 깨우치면 스스로 ‘훨씬 더 많은’ 도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스위스 군용 칼은 무언가를 자를 때 말고 다음과 같은 일에도 사용될 수 있다.
◆ 돌과 부딪혀 불 일으키기
◆ 면도하기
◆(날을 달궈) 상처에 지져 소독하기
스위스 군용 칼은 휴대하고 사용하기 쉬워 훌륭한 도구이기도 하다. 연장통에 어지럽게 보관된 각기 다른 일곱 개 도구들에 비하면, 도구들끼리 서로 깔끔하게 밀착되어 있어 편하다. 이 책의 구성 역시 같은 방식이다.
‘7가지 질문’은 사실 마흔두 가지 이상에 가깝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도구를 여기저기 가지고 다니면 불편해서 감당하기 어렵다. 설령 ‘42’라는 숫자가 인생, 우주, 만물의 답이라고 해도 말이다. 이 책에서 다루지 않은 문제를 마주해도, 이 작고 깔끔한 연장통만 있으면 언제든 해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이처럼 엄선된 ‘7가지 질문’은 자신eigenwelt(고유 세계), 타인mitwelt(공존 세계), 믿음uberwelt(영적 세계), 환경umwelt(주변 세계)의 관계를 다루는 독일의 실존 코칭 모델 ‘사계four worlds’를 따른다. 이를 바탕으로 논리와 체계를 갖춰 내면과 외면 모두 바꾸는 여정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심리적 영역
나 자신과의 관계
이 영역에서 살펴볼 질문은 다음과 같다.
◆ 내가 생각하는 나는 누구인가?(1장)
- 실직, 실연 또는 힘들었던 유년기나 괴롭힘을 견뎌내고 자존감을 높이는 데 특히 유용하다.
◆ 채우지 못한 욕구가 있는가?(2장)
- 충족되기만 하면 정신적, 신체적 향상을 이끌어낼 인간 본연의 욕구를 조명하는 필수 질문이다.
◆ 벗어나고 싶은 것이 있는가?(3장)
- 특히 부정적, 자기 파괴적 또는 중독 행동을 다루는 데 매우 유용한 질문이다.
사회적 영역
타인과의 관계
◆ 진짜 속마음은 무엇인가?(4장)
- ‘왜’ 뭔가를 하려는지 파헤칠 때 제격이지만, 타인과의 관계에서 무언가를 하고, 일부 목표를 진정으로 달성하려는 이유를 살펴볼 때도 중요한 질문이다.
영적 영역
인생의 목적과 우선순위
◆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5장)
- 인생의 목적을 찾도록 이끌어주는 핵심 가치관을 발견하고, 커리어 패스career path를 정하는 문제를 해결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질문이다.
◆ 믿음이 도움이 되는가?(6장)
- 더 이상 소용없는 믿음을 떨쳐버리는 데 유용한, 심오하고도 자기 탐구적인 질문이다.
물리적 영역
환경과 주변 세상
◆ 지금 당장 무엇을 할 것인가?(7장)
- 미루는 습관을 버리고 주변 세상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도록 힘을 실어주는, 간단하지만 강력한 질문이다.
질문 속에 답이 있다
인생 코치인 내게 조언은 업무의 일부다. 가령 ‘보드카 더블 샷 여섯 잔을 마신 날에는 케밥까지 먹으면 안 된다’는 식의 조언이 가능하다. 그러나 인생을 바꿀 조언 하나만 건네야 한다면, ‘더 자라’고 하겠다. 충분한 수면은 인간의 기본 욕구이며, 최상의 성과와 정신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하다. 코칭에서 조언은 유용하며 특히 스포츠나 비즈니스 코칭 영역이라면 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일반 도구와 마찬가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한정되고, 대체로 자아 발견을 더 깊게 유도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교육 내용을 전부 다시 살펴봐도, 우리 인생을 가장 잘 아는 이는 단 한 사람, 바로 ‘나 자신’이다. 그 누구도 같은 인생을 살지 않고 같은 경험을 하지 않는다. 정체감을 느끼고, 자꾸 미루고, 나쁜 습관을 지니고, 오래된 패턴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의 답은 이미 내 안에 있다. 문제는 답을 의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의식하고 통찰하지 않는 한 무의식적 패턴을 평생 똑같이 반복하기 쉽다. 정신분석가 칼 융에 따르면 의식하지 않으면 무의식이 인생의 향방을 좌우하며, 이는 ‘운명’이다. 그러나 올바른 질문을 한다면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답과 패턴을 밝혀낼 수 있다.
이제 당신은 이 책을 읽으며 인생 코칭을 받게 된다. 내담자가 현장에서 실제로 받는 질문 역시 만날 것이다. 질문을 마주할 때마다 단 몇 초라도 좋으니 해당 질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 열린 마음으로 읽기
◆ 잠시 멈춰 질문을 깊이 생각하는 시간 갖기
◆ ‘자가 질문 키트’ 충분히 활용하기
이 책을 읽으며 자존감을 높이거나 특정 행동의 원인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인생의 목적을 찾고 싶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무궁무진한 성장 잠재력이 있다. 이것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올바른’ 질문을 해야 한다. 그럼 다 함께 그동안 손에 잡힐 것만 같았던 진정한 자아를 만나러 떠나보자.
“우리는 모두 왕자로 태어나지만
문명화 과정을 거치며 개구리가 되고 만다.”
— 에릭 번Eric Berne
옛날에 자신이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개구리 한 마리가 있었다. 거울에 비친 얼굴이 항상 울퉁불퉁 일그러져 있고 탁한 갈색 반점투성이였기 때문이다. 다른 개구리들 모두 못되게 굴며 조롱하는 통에 개구리는 자신이 못생겼다고 더욱 확신했다. 그래서 마법사에게 도움을 구하기로 하고, 자신을 잘생기게 만들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개구리는 “거울을 볼 때마다 보이는 그 모습이 너무 싫어요!”라며 울부짖었다. 마법사는 돕기로 했다. 그런데 주문을 거는 대신 개구리에게 어떤 거울을 봤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개구리는 마법사를 물웅덩이로 데려갔다. “이런 더러운 물웅덩이에 비춰 본다면, 언제나 못생겼다고 생각할 거라네!” 이렇게 말하고 나서 마법사는 개구리에게 티 없이 맑은 거울을 보여줬다. 살면서 처음으로 깨끗한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본 순간, 개구리는 자신이 전혀 못생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개구리는 그때껏 자신이 못생겼다고 ‘생각’했다. 남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만들어낸 믿음 때문이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내려 이상한 곳만 찾아다닌 꼴이었다. 진실을 보기 위해 깨끗한 거울만 보면 됐는데 말이다.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에 관해 가지는 생각이 ‘자존감’을 결정짓는다. 어떤 아기도 자존감이 낮은 상태로 태어나지 않는다. ‘낮은 자존감’은 학습된 믿음이자 행동이다. 자존감이란 무엇인가? 케임브리지 영어사전에 따르면 ‘자신의 능력과 가치에 관한 믿음과 자신감’이자 ‘자신을 향한 존경심’이다. 자기 자신을 좋아하고 사랑하는가? 아니면 혐오하는가? 자존감이 낮으면 우울, 중독, 사회적 고립, 해로운 관계에 쉽게 빠지고 질투하고 분노하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실직, 실연 또는 금전적 손실과 같은 환경 변화 때문에 과거의 나처럼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다.
자존감은 크게 일곱 가지 요인으로 결정된다.
1.핵심 정체성(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2. 정체성 이야기(과거가 나를 어떻게 정의한다고 생각하는가)
3. 실수와 결함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4. 부정적 사건을 ‘나의 잘못’으로 해석하는가
5. 남의 눈을 얼마나 의식하는가
6. 핵심 믿음
7. 자아 통합 수준
나 자신을 종종 ‘직업’으로 소개하는가? ‘나는’이라고 운을 뗀 다음 직함을 말한 적이 있는가? 실수했다고 자책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 ‘진정한 정체성’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이것을 모르면 불안정하거나 자존감이 낮아지기 쉽다.
진정한 정체성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안정적이고 더 높은 자존감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신감이 더욱 확고해지고, 커리어, 연애, 사회생활 등 삶의 모든 측면에서 만족하게 된다. 소득 기대치 역시 자존감에 비례해 상승할 수 있다.1 또 자존감이 높을수록 타인의 학대를 덜 참고, 해로운 사람들과 상황을 미련 없이 떠난다.
이제 곧 접할 내용은 나뿐만 아니라 나를 찾아온 내담자들이 살면서 겪은 실화다. 당신에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고, ‘지금 당장’ 진정한 정체성을 찾아 나서지 않는다면 더 나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실직, 관계 실패 그리고 낮은 자존감
스물다섯 살에 상담실에서 울 거라고는 상상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나는 흐느끼고 있었다. “저는 앞날이 창창한 CEO였어요. 이제 저는 뭐죠?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요.”
FDBK(피드백) 데이트 애플리케이션2을 공동 창업하기 몇 해 전에 기프트게이밍이라는 다른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 회사는 3차 투자를 받은 이후 170만 파운드의 가치를 기록했다. 나는 CEO였고, 그게 내 정체성이었다. 내가 뭘 하는 사람인지 소개할 때면 몹시도 자랑스럽고 우쭐했다. 4년간 내 명함은 이랬다. 닉 해터, 설립자 겸 CEO.
나는 영국 북부 한 IT 회사에서 (말 그대로) 지하실에 처박혀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근무하다 환멸을 느끼고 사업을 시작했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며 주변에서 조롱받았고, 컴퓨터에 ‘죽고 사는’ (통에 꾀죄죄한 몰골로 안 좋은 인상을 주기도 했던) 일류 대학 컴공과 출신 능력자인 천재 동료들에 비해 업무가 맞지 않으며 역량 밖이라고 느꼈다. 역량 차이는 퇴근 후 술 한 잔을 기울일 때 더욱 분명해졌다. 프로그래밍과 소프트웨어 공학 토론을 즐기는 천재 동료들과 달리, 나는 대화 주제로 그것만 아니면 뭐든 좋았다!
더 볼 필요 없이 나는 그 세계에 맞지 않는 게 분명했다. 주당 40시간 이상 일하고 주말 업무에 긴급 투입되기도 했으며, 종종 아침 일찍 일어나 응급상황에 대응해야 했다. 상사가 매일 건넸던 아침 인사는 ‘오늘 기분 어때’나 ‘좋은 아침’이 아니라 ‘이 요청들 좀 해결하게’였다. 컴퓨터 서버가 나보다 훨씬 존중받았다고 확신한다.
나는 ‘겨우 이거야?’ 하며 앓는 소리를 했다. 사무실 창문을 가로막는 쇠창살은 감옥에 갇힌 듯한 기분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탈출해야 했다. 무언가 ‘정말’ 변해야 했다. 내 인생 코칭을 받는 내담자들 역시 이런 감정을 느끼고 나를 찾아온다.
결국 내 회사를 차리기로 했다. 그리고 어디에서 투자자를 만날 수 있는지 탐색하기 시작했다. 스타트업 경진 대회가 답인 것 같았다. 모교인 사우샘프턴대학교에서 열린 행사를 놓쳐 케임브리지대학교 행사에 몰래 들어갔다. 이 행사로 인생이 바뀔 거라고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행사 참여 48시간 만에 나중에 기프트게이밍으로 알려진 ‘게임 내 광고’ 방식을 구상했다. 곧 내 정체성은 ‘지하실 프로그래머’에서 ‘설립자 겸 CEO’가 될 참이었다. 그래 이거지!
당시 게임 내 광고는 대체로 너무 조잡했고, 게임 아이템에 유명 상표를 붙였다. 살상력을 더한 가상 검에 코카콜라와 같은 브랜드 이름을 붙였다고 보면 된다. 가상 게임 화폐나 추가 수명을 획득하기 위해 영상 광고를 시청하는 다른 광고 방식은 게임 중에 너무 거슬렸다. 그러나 기프트게이밍은 기존 게임 내 화폐나 추가 수명을 브랜드에서 준비한 ‘선물’로 지급했다. 몇 초면 확인할 수 있는 그 가상 선물은 브랜드 이름이 붙은 아이템이 아니었고, 모든 게임과 브랜드와 협업할 수 있어 확장성까지 보장했다.
놀랍게도 이 아이디어 덕분에 케임브리지대학교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저지 경영대학원에서 무료로 지내라는 제안을 받았다. 특별히 돈이 없어도 되는 것 같아 냉큼 받아들였다. 원래 하던 일을 그만두고 재산을 모두 처분한 뒤 케임브리지로 이사했다. 초반에는 베이크드빈과 오렌지 주스만으로 연명했다. 살 수 있는 게 그것뿐이었기 때문이다. 주중에는 사업을 구축했고, 주말에는 경영대학원에서 강의를 들으며 기업가 코칭을 받았다.
내 스타트업 사업이 《테크크런치》, 《매니지먼트 투데이》, 《케임브리지 뉴스》, 《비즈니스 위클리》 등 전문지에 실리면서 투자하겠다는 이메일을 물밀듯이 받았다. 나는 그때 겨우 스물네 살이었고, 3차에 걸친 투자를 통해 25만 파운드를 모았다. 나는 킹(‘캔디 크러시’ 제작사), 스퀘어 에닉스(‘파이널 판타지’ 제작사) 등 유명 게임 회사와 내가 구상한 플랫폼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기프트게이밍은 미국 래퍼 페티 왑이 협업한 게임 ‘니트로 네이션 스토리즈’에도 잠시 모습을 비췄다. 또 비디오 게임에서 마운틴듀를 광고할 수 있는 새롭고 멋진 방식을 두고 거대 기업 펩시코와 논의하는 중이었다. 상황은 자그마한 내 회사에 점점 더 유리하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내 인생은 2017년 3월 또다시 방향이 바뀌며 끝없는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나는 정신착란 탓에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다. 공황발작까지 겪으면서 ‘나무’와 ‘나를 가리키는’ 물체를 무서워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모든 것을 쏟아부은 탓일 수도 있고, 만성적인 수면 부족과 카페인 남용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역기능 가정에서 성장하면서 면학 분위기가 엉망인 학교에 다녀 생긴 억압된 유년기 트라우마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 모든 게 다 곪아 터진 결과일 수도 있었다.
6개월간 심리치료와 정신과 치료를 여러 차례 받고 다시 제 모습을 찾았지만, 사업이 나를 잡아먹을 듯 부글대는 용광로처럼 보였다. 고객과 투자자에게서 플랫폼 업데이트 요청을 받았지만 회사를 운영할 여력이 없었다. 광고와 모바일 게임 세계는 그만하면 충분했다. 돈에 미쳐 돈을 버는 건 이제 무의미했다. 더욱 유익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이를 보고 ‘외상 후 성장’이라고 할 것이다.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에서 살아 돌아와 겪는 개인적 변화 말이다.
결국 나는 4년을 바쳐 키운 회사를 떠나겠다는 뼈아픈 결정을 내렸다. 회사를 청산하고 그 돈을 주주에게 돌려줬다. 나는 더 이상 CEO가 아니었다. 170만 파운드를 기록했던 기업 가치는 ‘0’이 되었다. 내 가치와 정체성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나는 주거 보조비 사무실에 가서 집세와 공과금 낼 돈을 공손히 요청해야 했다. 이때가 인생에서 가장 초라했던 시절 중 하나였다.
그렇게 나는 ‘아무짝에 쓸모없다’는 사실에 흐느끼며 치료사 상담실에 앉아 있었다. 케임브리지에서 런던으로 이사한 후 눈물짓는 날이 많았고, 나를 향해 다가오는 지하철에 몸을 내던지고 싶었다. 패배자가 된 것 같았다.
나 자신을 어떤 기준으로 바라보는가
정체성의 바탕이 직업, 비즈니스, 관계 또는 금전 상태라면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다. 자신을 정의할 때 흔들리는 땅에 기반을 두면 안 된다. 살면서 상실과 변화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부 요인을 넘어서는 안정적 기반에서 정체성을 찾는 새로운 토대를 둬야 한다. 진정한 정체성은 파고들 대로 파고들었을 때 보이는 우리의 진짜 모습이다. 이것은 소유물이나 감정 상태에 영향받지 않는다.
우리는 대개 능력, 직업, 재산이나 연애 여부, 식스팩, 자녀, 저서 등 외부 요인으로 자신을 정의한다. 모임에서 물어보는 가장 흔한 질문 중 하나는 이것이다. “‘뭐’ 하는 분이세요?”
특히 외부 요인 중 하나인 직업을 잃으면 쉽게 우울해질 수 있다. 금전적 안정성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정체성을 부여하던 주요 요인이 발가벗겨졌기 때문이다.
정체성 상실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내가 코칭 중에 듣는 흔한 문제 하나는 지닌과 같은 엄마들이 경험하는 것이다. 지닌은 성공한 변호사였다. 그러나 딸이 태어나자 기업들의 법무를 돕는 대신 기저귀를 갈고 있었다. “아이를 가지기 전 저는 커리어 우먼이었어요. 성공하려고 단단히 작정한 사람이었죠. 그러나 이제 거의 하루 내내 딸아이를 돌봅니다. 그냥 엄마인 것 같아요. 제가 누구인지 더는 모르겠어요.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말이죠.”
관계 상실 또한 정체성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성공한 작가 로버트는 실연 이후 자존감이 땅에 떨어진 채 나를 찾아왔다. 자존감이 10점 만점 중 몇 점이냐고 물었더니 3점 정도라고 했다. 전에 그는 누군가의 남자 친구였다. 이제는 혼자였고, 그 이유만으로 ‘실패’와 동일 선상에 놓였다.
사업에서 성공해도 낮은 자존감의 아픔을 채 감추지 못한다. 오랜 경력의 성공한 기업가 브래드는 없는 게 없었다. 순자산은 1,000만 파운드 이상이었고, 좋은 집 몇 채에 슈퍼카도 몇 대나 있었다. 애초 브래드는 업무 생산성을 높이려고 나를 찾아왔었다.
그러나 이후 더 깊은 코칭을 통해 그가 유능한 성취가 유형이며 당연히 성취할수록 기분이 더 좋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저는 무엇이든 최고를 가져야만 합니다. 최고의 슈퍼카와 최고의 시계를 가져야 한단 말입니다.”
나는 브래드에게 물었다. “언제쯤이면 돈, 자동차, 시계가 충분할까요?” 그러자 그가 이렇게 말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브래드의 사례에서 보듯 외부 요인 중 그 무엇도 낮은 자존감이나 정체성에 난 구멍을 채울 수 없다. 채울 수 있다 해도 아주 잠깐이다. 기분 좋자고 성취를 이용하면 좋은 기분을 또다시 느끼기 위해 또 다른 성취가 필요하다. 능력을 이용한다면 또 다른 능력이 필요하다. 소유물, 돈 또는 그 외 외부 요인 무엇이든 마찬가지다.
누구-무엇-어떻게/얼마나 모델
누구-무엇-어떻게/얼마나(Who-What-How, WWH)라는 요소로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보자.
1︱누구?
당신은 ‘누구’인가? 성격, 자신감, 너그러움, 배려심, 지성 등 타고난 자질을 묻는 질문이다. 이 요소는 정체성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며, 진정한 친구와 연인이 당신을 좋아하는 이유다. 당신이 유명을 달리하면 추도사에 오를 내용이기도 하다.
당신은 상상을 넘는 부자나 성취가일 수 있지만, 성격이 나쁘다면 (당신의 돈, 지위 또는 성공 덕을 보겠다며 친구인 척 주위에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분명 친구가 많지 않을 것이다.
2︱무엇?
‘무엇’을 가졌는지 또는 ‘무엇’을 하는지는 소유물, 직업, 관계를 나타낸다. 하는 일, 연인과 자녀 유무 또는 외모 수준을 따질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진정한 친구들이 추도사에서 당신의 좋은 직업을 언급할 수도 있지만, 애도하는 이유는 ‘가진 것’과 ‘직업’이 아니라 당신의 ‘인간성’ 때문일 것이다. 당신의 행동은 그저 ‘누구’였는지의 부산물일 뿐이다.
3︱어떻게/얼마나?
‘어떻게’ 일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는 과업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 특정 성격을 ‘얼마나’ 잘 드러내는지를 나타낸다. 당신의 장례식장에서 당신을 좋아했던 이들 중 동료나 상사는 당신의 능력을 그리워할 것이다. 하드록 밴드 사운드가든의 크리스 코넬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슬펐다. 그는 훌륭한 음악가이자 가수였다. 얼터너티브 록 밴드 린킨파크의 체스터 베닝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그들이 ‘누구’였는지 모르고, 그들이 ‘얼마나’ 공연을 잘했는지만 안다.
‘얼마나’를 ‘누구’와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일부 유명인은 그들이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 놀랍기까지 하지만, 그들이 ‘누구’인지로 알려져 호감을 사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성공한 정치가와 리더 중에는 대중의 미움을 사는 사람이 있다. 할리우드의 여러 영화제작자와 거액을 주무르는 거물은 성폭행과 성희롱으로 유죄 선고를 받았고, 매력 넘치는 슈퍼모델들과 배우들은 조수와 초짜 직원에게 폭언과 신체적 학대를 일삼기도 한다. 더 올라갈 곳 없이 성공한 예술가 중에는 낮은 자존감과 우울 때문에 힘든 나날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직업, 부, 명성, 성공이 호감도, 성격, 자존감과 꼭 연관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대체로 사람들은 내심 가치 있고 매력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성공하고 싶어 한다. 성공하려고 하는 사람은 많지만, 좋은 ‘성격’을 갖추려고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내 코칭 대상 중 하나였던 제임스는 성공한 정신과 전문의였다. 보통 성공이 아니다. 그는 런던에서 15년 이상 개인 병원을 운영했고, 런던의 부촌 홀랜드 파크에서 가족과 더할 나위 없는 인생을 살았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자신을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고 억울해하며 급기야 이렇게 말했다. “애초에 당신이 그 망할 병원을 차리지 말았어야 했어!” 남의 호감을 살 수 있는 성공이란 게 이런 식이다. 제임스는 능력자에 매우 성공적으로 병원을 운영했지만, 낮은 자존감에 시달렸다. 코칭 중 했던 질문 가운데 이런 게 있었다. “성취를 빼면 당신은 누굽니까?” 그러자 그는 오랫동안 아무 말 없이 있다가 이렇게 말했다. “도무지 모르겠군요.”
나는 제임스에게 말했다. “친구들한테 가서 왜 당신 친구인지 물어보세요. 성공을 이유로 들면 진정한 친구가 아니니 정리하세요. 그렇지만 십중팔구 당신의 좋은 점과 그들에게 진짜로 보이는 모습을 말할 겁니다.”
일주일 뒤 제임스는 ‘지적인’, ‘사려 깊은’, ‘재미있는’과 같은 성격 목록을 나열했다. 이런 활동이 그의 자존감 문제 전부를 해결해준 건 아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내디딘 첫걸음이 되었다. 직업을 넘어 자신이 누구인지 파헤치도록 도왔기 때문이다. 과거에 그는 일을 자신의 가치와 정체성의 기반으로 삼았고, 아무리 성취해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아마 WWH 모델이 단순하고 뻔해 보일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우리는 대체로 (나처럼) 자신을 직업, 가진 것, 업무 능력, 감정과 연관 짓는 편이다. 실직 또는 실연을 겪고 나서 자존감이 땅속으로 뚫고 들어간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가끔 우리는 감정이 곧 자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는 슬픔을 느낀다’고 하지 않고 ‘나는 슬프다’고 말한다. 감정은 WWH 모델 중 ‘어떻게/얼마나’ 요소에 집어넣자. 감정이 바뀐다고 성격마저 바뀔까? 슬플 수 있지만 그렇다고 슬픔이 정체성의 일부일까? 당연히 아니다. 여러 명상 수행은 감정에서 자신을 분리하여 감정을 관찰하도록 유도한다. 그렇게 하면 관찰자가 되어 감정 기복에도 안심할 수 있다.
코칭 기반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ACT)’에는 명상과 매우 유사한 ‘인지적 탈융합cognitive defusion’이라는 과정이 있다. 여기에도 생각과 감정을 떼어내 냇물 위 잎사귀처럼 바라보는 활동이 있다. 이를 통해 부정적 감정에도 안심할 수 있다. WWH 모델을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나는 내가 느끼는 감정이 아니다. 감정은 ‘어떻게/얼마나’ 요소에서 따질 일이다.
정신 질환은 어떨까? 우울증을 앓는다고 해서 그게 정체성의 일부인 듯 꼭 우울해야 할까? WWH 모델에 따르면, 아니다. 정신 질환은 우리가 ‘가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감정일 수 있어 ‘누구’가 아니라 ‘어떻게/얼마나’에 속할 수도 있다.
치료사와 처음 만나자마자 손을 뻗어 이렇게 말한 여성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조울증입니다.” 그러자 치료사는 미소를 짓고 악수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마크입니다.” 자신을 질병으로 정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다.
정신 질환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그것이 우리가 ‘누구’인지 정의할 수도 없다. 사람들이 트위터에 신체 질환을 포스팅하고 자신과 동일시하는 일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닉 해터. 인생 코치. 만성 콧물. 천식 환자.’
나 스스로 5년 이상 중독 치료를 받은 사람으로서 누군가 ‘제 이름은 X이고, 저는 중독자입니다’라고 말할 때마다 약간 발끈한다. ‘중독자’라는 단어에 어떤 의미가 함축되었다고 생각하는가? 내게는 꽤 부정적인 게 떠오른다. 무책임하고 통제 불가에 이기적인데다가 사회에서 별 볼 일 없는 사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 문제가 우리를 ‘정의’하게 내버려두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을 정말 문제로 정의한다면 문제 행동을 강화하기 쉽다.
나를 이런 행동에서 구해낸 인물은 내 첫 인생 코치인 한스 슈만Hans Schumann이다. 나는 코칭 중에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일중독에 음식 중독자예요.” 그러자 그는 이런 식으로 꼬리표를 붙이는 행위를 단호히 반대했다. 처음에 나는 매우 방어적이었다. 수년간 그렇게 나 자신을 정의했던 것이다! 도대체 그가 뭔데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었을까? 그러나 시간이 지난 뒤 중독이 핵심 정체성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슈만은 스스로 중독자라는 꼬리표를 붙이면, 중독자이니만큼 중독 행동을 더 쉽게 한다고 경고했다. 그렇지 않겠는가? 심리학에서 ‘낙인 이론’은 정체성이 ‘자기 충족 예언’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회학 교수 테레사 샤이드Teresa Scheid와 에릭 라이트Eric Wright는 정신 건강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 문제를 잘 요약한다.
어떤 사람이 정신적으로 아프다고 스스로 정의하기 시작한다. 이 정체성이 ‘내가 누구인지’ 나타내기 때문에 정신 장애가 있는 환자는 자신이 아플 것이라 예상하고 계속 증상을 보인다…… 그가 정신과 환자 역할을 내재화해 그렇게 자신을 정의했기 때문이다. 요컨대 정상이 아니라는 꼬리표가 붙어 정상인처럼 취급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상이 아니게 된다. 정신 질환은 일종의 ‘일탈 경력’으로, 한 사람의 정체성과 인생이 형성될 때 문제가 된다.3
당신이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면, 진심으로 걱정된다. 불안증,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 게 어떤 건지 알기 때문이다. 셋 모두 어느 시점엔가 찾아와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정신 건강 꼬리표 때문에 당신을 다르게 대하기 시작하면, 샤이드와 라이트가 요약한 대로 자기 충족 예언으로 작용하여 성장을 막을 수 있다.
명심하자. 어떤 정신 건강 꼬리표를 달고 있어도 당신은 그보다 ‘훨씬’ 더 나은 존재다. 트라우마에서 회복 중일 때 한 심리치료사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이런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