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영 민 | S라인과 식스팩에 돌직구를 날리다. 〈불량헬스〉라는 책으로 혜성과 같이 등장한 저자 최영민은 행정직 회사원, 컴퓨터그래픽 모션 캡쳐 전문가, 기능성 트레이닝 전문 체육관 운영기획실장을 거쳐 현재는 피트니스 협동조합 팀불량헬스에서 일하고 있다. 팟캐스트 ‘쇼!불량헬스’ 진행자이자 다양한 체력을 지도하는 체력 코치로 활동 중이다. 저서 〈불량헬스〉 팟캐스트 쇼불량헬스 |
오 승 호 | 주술로까지 불리는 교정 트레이닝 실력과 오랜 시간 병원에서 쌓은 임상과 현장 경력으로 만랩 물리치료사이자 교정 트레이닝 전문가로 불린다. 피트니스 협동조합 팀불량헬스를 통해 트레이너 교육, 건강 서적 자문, 저술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임상 경험을 나누고 있다. 팟캐스트 ‘쇼!불량헬스’ 진행자이자 몸에 대한 고민 상담을 해주는 카운슬러로 활약하고 있다. 저서 〈뻐근하고 아픈 몸 참지 말고 셀프 마사지〉 |
P R O L O G U E
최영민
통증과 통증 케어를 다룬 책인 〈바른 몸이 아름답다〉와 〈뻐근하고 아픈 몸 참지 말고 셀프 마사지〉의 기획에 참여하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수술이나 약물 치료가 필요한 통증이 아닌 일상에서 오는 통증에 대한 수많은 해결 방법에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보일 정도로 이런 통증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 말이다. 이후 일상적인 통증에 대한 간단한 팁을 다룬 책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올 때쯤 의문이 들었다. 통증을 해결하기 위한 팁은 책이 나올 정도로 많은데 통증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엉뚱하게도 인류학 서적을 탐독하다가 어렴풋한 힌트를 알게 되었다. 1911년 독일의 곤충학자 카트빙켈Kattwinkel은 수면병을 일으키는 곤충을 연구하기 위해 독일령 동아프리카를 조사하다가 발가락이 세 개인 멸종된 말(현대의 말은 발가락이 한 개다)의 화석을 찾게 되었다. 이후 고생물학자와 고인류학자의 연구를 통해 이 지역에서 수많은 멸종된 포유류들의 화석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1976년 영국의 고인류학자 루이스 리키LouisLeakey와 그의 부인 메리 리키MaryLeakey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afarensis 일명 루시Lucy라고 불리는 고인류의 화석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것은 인류 최초의 발자국으로 유명세를 타게 되었는데 이 발자국이 관심을 끈 이유는 고대 인류가 두 발로 보행을 했다는 것을 처음으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350만 년 전 그곳에 발자국을 남긴 사람들은 현생 인류처럼 일직선으로 걸었으며 두 발 직립보행을 하는 우리들이 가진 특성과 거의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후 호모사피엔스의 정체성은 두뇌의 용량이 아니라 두 발로 걷는 직립보행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기 시작했다. 고인류학은 루시보다 더 오래된 인류 조상 후보들을 발굴했고 그들에게도 직립보행이 가능한 해부학적인 특성을 찾아냈다. 지구의 역사에서는 순간에 불과한 두 발로 걷는 원숭이의 역사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특성이 바로 두 발로 걷기인 것이다.
그런데 이 특별함에 구조적인 결함이 존재한다면? 두 발로 서 있는 것은 선택에 의한 결과일 뿐 우열과는 상관이 없다면? 고인류학이라는 냉엄한 학문의 영역에서 다루어지는 호모사피엔스는 지구의 역사를 스쳐가는 수많은 종의 하나로서 아직도 시간 위를 달리고 있는 미완성의 존재였다. 우리는 지면 위에 나타난 수많은 종들이 그러하듯 다른 종들과의 군비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나를 선택하고 그 대신 하나를 버리는 과정 속에 불완전한 상태로 존재하고 있으며 현재 직립이라는 인류의 형태 역시 그것에 포함된다는 것이 화석인류의 전언이었다. ‘우리의 특별함이 사실은 많은 결함을 포함한 것이라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재미있게도 이 의문은 앞서 ‘인간의 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어디에서 오는가?’와 맞닿아 있다. 만물을 굽어보기 위해 두 발로 일어섰다는 인류는 그런 오만하고 현학적인 이유에서 직립을 선택한 것이 아님을, 그 선택으로 인해 다른 종과 다른 형태로 인해 얻은 대가가 어떤 것인지를 조금씩 알게 되었을 때 〈인류 통증 연대기〉를 구상하게 되었다.
그 누구도 통증을 마주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통증은 언제든 느껴질 수 있으며 모두에게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각자 통증의 역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루기 어려운 녀석이기도 하다. 의학적인 소견이 필요한 통증은 당연히 병원에서 다루어야겠지만 과도한 긴장이나 몸의 불균형에서 생기는 통증을 다루는 콘텐츠는 책과 미디어에서 많은 솔루션들을 주고 있다. 그 많은 정보들을 통해 통증에서 벗어나는 것은 독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는 조금 더 근본적으로 그것들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밝히고자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음을 서문을 통해 말하고 싶다. 한 권의 책으로 덜 수 없는 고민이겠지만 이곳저곳에 느껴지는 그것이 있다면 그 고민을 마주 앉아 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 한 줄, 한 줄 채워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운동과 건강 이야기로 독자 여러분들과 만난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분에 넘치는 독자들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싶어 고맙고 송구한 마음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이번에도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의미 있는 책을 함께 집필해준 팀불량헬스 돼지보살 오승호와 팟캐스트 쇼불량헬스를 함께해주시는 장안동 참튼튼병원 관절운동센터장 이효근 실장님, 분당 프리허그 한의원 조아라 원장님, 이분경 코치님, 크리쓰조시아 신화성 코치, 포천 시청 역도팀 이우성 감독님, 양철웅 코치님, 서울 체육중학교 레슬링 김재환 코치님, 어바웃 크로스핏 백현철 코치님, 천지우 님, 영춘무술연구회 대사형 서경은 관장님, 친구 유사 운동 행위 창시자 루치아노 징구니, 영원한 UDT/SEAL 항득이, 3대 600Kg 승진이,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 이 책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오승호
몇 년 전 일이다. 최영민 실장이 건강과 피트니스 관련 미디어 웹사이트를 기획 중이라며 디스크에 관한 칼럼을 부탁한 적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 사이트는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져버렸지만 병원에서 겪은 경험과 임상을 글로 옮기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 요통의 원인에 대해 고민하면서 워드 프로세서의 빈 화면만 바라보던 기억이 난다. “왜”라는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병원에서는 그다지 고민해보지 않았던 터라 어떻게 글로 사람들을 이해시켜야 할까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다소 어이없는 상상으로 결론이 나왔는데 “어째서 요추에는 갈비뼈가 없는가?”였다. 그림 속 요추를 보고 있으니 척추를 구성하는 다른 뼈에 비해 연결된 다른 뼈가 없었다. 요추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어떤 필요에 의해서 이런 형태가 되었는가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여기에 갈비뼈가 더 있었다면 혹은 연골처럼 물렁뼈로 몸통을 둘러싸는 형태로 보강을 해준다면 디스크나 요통에서 조금 더 멀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해부학 책을 펴고 요추를 보며 나름의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이렇게 단독으로 요추가 존재하는 것은 안정성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다른 것을 얻기 위함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때 정리한 내용들은 다시 〈인류 통증 연대기〉에서 근본적인 통증의 원인을 바라보는 중요한 관점이 되었다. 수많은 환자들이 들락거리는 병원에서 오랜 시간 일하며 환자들을 치료했지만 사고나 외상으로 인한 환자보다 다양한 원인으로 허리가 아파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을 더 많이 보았다. 자주 보는 환자들의 증상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곤 했는데 책의 내용을 관해 생각하고 연구를 거듭할수록 단순하게 관리를 잘못하기 때문에, 혹은 같은 자세 습관 때문이라는 의견에 어쩌면 두 발 보행을 위한 구조적인 문제라는 의견이 첨부되기 시작했다. 불완전한 것은 당연하다. 불완전한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불완전을 보완하기 위한 해결책에 대한 의견이다. 다른 동물과 다르게 펼쳐진 세상을 바라보기 위한 대가일 뿐인 것이다.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서 출간하기까지 꽤 시간이 흐른 것 같다.
나의 요통 경험은 최근이다. 워낙 몸이 튼튼한 편이라 요통 같은 것은 모르고 살아왔는데 불혹을 넘기자 허리가 자주 파업을 하기 시작했다. 체중도 늘고 근육이 줄어서일까 조금만 과격하게 운동을 하거나 여행을 가서 평소와 다른 침대에서 자고나면 허리부터 뻐근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원고를 쓰기 위해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더 자주 허리의 기분 나쁜 통증과 만나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이 책의 공저자인 최영민 실장은 아마 의사들도 허리가 아플 거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해주곤 하는데 병원에 근무하던 시절 허리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들도 요통에 시달리는 것을 종종 보았다. 근육이 급격히 줄어드는 사십 대부터 더 요통에 노출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때부터 어떤 식으로 몸을 관리하느냐가 어떤 노년으로 이어지느냐에 대한 열쇠가 된다. 그리고 그 좋은 표본이 이 책의 공저자인 최영민 실장이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는 IT 업계 종사자였고 어깨와 목의 불균형은 물론 허리에 척추 분리증이 있는 과체중이었다. 이후 꾸준한 운동과 스포츠로 더 나이를 먹어도 더 젊은 신체 나이를 갖게 되었다. 독자들은 이 책의 두 저자인 최영민의 실행성과 운동에 관한 해박한 지식, 오승호의 임상 경험과 교정 재활에 대한 관점, 두 사람이 가진 통증에 대한 견해를 책으로 엮은 〈인류 통증 연대기〉를 읽고 좋은 것만 담아가서 건강하고 아프지 않은 영장류가 되었으면 한다.
어린 시절 이야기다. 운동을 좋아하고 몸이 날랬던 소년 시절의 나는 종종 허리가 아팠다. 그 때문에 기량이 향상되다가도 다시 제자리걸음을 하곤 해서 몹시 답답했다. 어린 마음에 왜 나만 이렇게 허리가 아픈 것일까 좌절하곤 했는데 운동을 그만두고 사회생활을 할 때도 격한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 가끔 격렬한 허리 통증이 생기곤 했다. 대체 왜 그런 것일까 병원을 찾아 엑스레이를 찍어본 결과 척추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소년을 괴롭히던 허리 통증의 원인은 척추분리증Spondylolysis이었다. 척추 관절을 연결하는 부위가 불완전하여 구조적인 이상을 만들고 통증을 유발하는 증상이었다. 구조적인 문제였기 때문에 치료가 되지 않았다. ‘완치’는 되지 않고 ‘완화’시킬 수밖에 없는 증상이라는 의사의 말에 왠지 화가 났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척추분리증 때문에 화가 난 것이 아니라 해결되지 않는 결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분노였던 것 같다. 화가 난 김에 더욱 열심히 운동을 해버렸더니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점점 허리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다. 의사의 말에 따르면 허리 주변의 근육이 늘어나고 강화되어 괜찮아진 것이라고 했다. 통증이 없어져서 좋았지만 이 아이러니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인간의 모순은 관념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순간이었다. 인간은 여러모로 불완전한 존재였다.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을 만나며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허리 통증이 생각보다 흔한 증상이라는 것이었다. 나만 가지고 있는 증상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누구나 디스크 정도는 있지 않아요?”라는 말이 틀리지 않을 정도였다. 군대에서 훈련을 열외하고 싶은 고문관 동기 녀석도, 회사에서 조퇴하고 싶은 뺀질이 김 대리도 흔하게 말하는 사유가 요통이었다. 모든 문명권에 존재하는 악마처럼 요통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언제나 인간을 괴롭히고 있었다. 대체 왜일까?
척추분리증
척추전방전위증
‘맥길 통증 어휘표McGillPainQuestionaireWordList/McGillPainIndex’1›라는 것이 있다. 인터넷에 일명 ‘통증의 순위’라는 제목으로 돌아다니는 게시물의 근거 자료로 맥길 통증 어휘표에 따르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통증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작열통(불에 타는 통증)이다. 두 번째는 신체 일부가 절단될 때 느끼는 통증이며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는 출산과 관련이 있는 통증들이다. 여섯 번째가 바로 생리통을 포함한 요통인데 요통은 암에 의해 유발되는 통증이나 골절, 살이 찢어지는 통증, 치통보다 더 순위가 높았다. 요통보다 더 아픈 통증인 작열통이나 절단, 출산 관련 통증들은 모두 인위적이거나 내외부의 자극에 의한 통증이다. 즉, 요통은 신체 내부에서 생기는 통증으로는 가장 고통스럽다는 말이다. 세상에 내가 그런 막강한 존재와 싸워 이겨내다니! 스스로 대견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람이 아닌 동물도 요통이 있을까?”, “요통처럼 외부의 자극이 아닌 통증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는 왜 통증을 느끼는 것일까?” 아니 모두 차치하고 “통증은 대체 왜 생기는 것일까”라는 근본적인 의문까지 말이다. 정말 신과 같은 존재가 있어 우리에게 내리는 형벌 같은 것일까? 답을 알기 위해서는 수백만 년 전 머나먼 아프리카에서 두 발로 일어서 열심히 대지를 걷고 달려온 조상님을 만나보아야 한다.
McGill Pain Index
오늘도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출근하고 등교하고 일하고 그 외에 많은 일상을 보내며 살아가고 있다. 일상의 소중함은 말 그대로 일상적이어서 일상에서 멀어지거나 굳이 노력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게 되어 버린다. 마찬가지로 똑바로 서 있는 자신의 신체 구조를 경이롭거나 신기해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다른 동물과 비교하거나 관련 서적 혹은 자료를 보며 굳이 생각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동물백과사전이나 동물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 수많은 척추동물들 중 극소수의 종만이 척추를 다른 방향으로 세울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인간만이 곧추 선 형태로 생활하는 것으로 진화했다. 이른바 직립과 직립보행이라는 것인데 직립과 직립보행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모든 유무형적 가치의 프로메테우스적 사건이며 선악과(善惡果)가 아닌가 싶다.
깜찍한 동물들을 소개하는 동물 관련 프로그램에서 침팬지와 개의 우정에 대한 에피소드를 본 적이 있었다. 견원지간(犬猿之間)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잘 지내는 두 동물의 귀여운 모습에 즐거워했던 시청자들도 있겠지만 그 장면은 제작자들의 의도를 편집과 내레이션으로 꾸며놓은 것일 뿐 두 동물의 관계를 들여다보면 방송 내용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월한 종이 열등한 종을 다루는 방법은 잡아먹거나 사육하거나 두 가지뿐이다.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은 동물들의 귀여운 우정이었겠지만, 사실은 우와 열의 관계이며 원시적인 형태의 사육이다. 그것이 ‘두 손과 두 발’이 존재하는 동물과 ‘네 발’만 존재하는 동물 간의 넘어설 수 없는 관계다. 유일하게 우주를 넘나드는 존재가 된 인간의 형태를 생각해보면 직립과 직립보행이 낙원에서 따 먹은 선악과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렇게 우리에게는 중력에 대한 압박이 생겨난 것이다.
요통이 내부적으로 생겨난 통증 중 가장 순위가 높은 이유는 인간의 형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통증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형태를 규정하는 정의는 많지만 생물학적 형태의 대표적인 정의가 똑바로 선 척추(직립)와 보행이다. 영장류의 과거를 더듬어보면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HomoSapiens(슬기로운 사람, 지혜로운 사람)와 같은 오만한 학명 말고 바로 이전에 호모에렉투스HomoErectus(직립한 사람, 곧게 선 사람)라는 현실적이며 따뜻한 학명(그러나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그들은 감성보다는 매우 이성적인 존재로 거의 사이코패스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오만하지 않지만 감성적으로 따뜻함과도 거리가 먼 존재들이었음을 밝혀둔다)과 만날 수 있다. 완전한 형태의 직립을 이루어 다른 눈높이로 대지를 바라보던 그들은 머나먼 아프리카에서 일어서 걷기 시작해 처음으로 아프리카를 벗어난 인류의 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똑바로 서서 생활하게 된 유인원의 완성을 보여준 존재들이었다. 앞으로 언급하게 될 미스터리할 정도의 불합리한 직립을 생각한다면 그들은 대체 왜 편하고 안락한 네 발에서 불편하고 불안정한 두 발로 일어서게 되었을까 의문투성이다. 그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척추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아마도 그들에게 직립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였을 것이다. 아직도 진화론에 대해서는 말이 많지만 고대 인류의 화석과 뼈로 유추해 보건데 그 시작은 손의 사용, 언어, 머리 위치 변화, 시각의 변화 등 여러 요인이 동시 다발적으로 관여했을 것이라 추측된다.
완전한 직립 이족 보행이란 것은 35억 년 생물의 역사를 통틀어 인간만이 습득한 거의 독보적인 능력이다. 그러나 직립보행이라고 하는, 생물계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보적인 능력으로 인해 가장 완벽한 진화라느니 만물의 영장이니 떠들어 대며 오만해하기에는 빈혈, 허리 디스크와 같은 다른 포유류에게는 없는 난치병이 생기게 되었으며, 항문 질환도 생겼다. 게다가 출산 실패율도 높고 보통 포유류보다 출산 시 사망률도 높아졌다. 생물학적으로 직립은 분명 독보적인 결과지만 그것이 가장 진보된 형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른 종(種)에 비해 높은 지능을 직립보행의 부산물로 주장하는 학설도 있다. 반대로 다른 동물들에 비해 신체적으로 열등하기 때문에 지능이 높아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두 다리로 ‘위태롭게’ 서 있는 인간의 신체 구조를 들여다보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엉성한 부분도 존재한다. 우리 몸의 구조를 관찰하면 몸통 가운데 부분에 해당되는 갈비뼈 12번부터 골반까지는 어떤 골격도 존재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직립을 선택한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안정성이라고 본다면 “왜?”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엉성한 구조다. 심지어 이 부분은 신체를 똑바로 세우는데 가장 중요한 가운데 부분이다. 골격으로 이루어진 부분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직립을 유지하는데 가장 불안한 요인이 바로 이 부분이다. 해부학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마 지구인보다 더 고도로 발달한 외계인이 처음 지구인을 만나 연구한다면 가장 이상하게 생각할 부분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뼈가 있는 곳이 유(有)라면 이 부분은 무(無)다. 튼튼하게 골격이 존재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인대와 건, 근육이 존재한다면 골격 없이 근육과 장기만 존재하는 이 무기력한 공간(배 부분)과 척추처럼 튼튼한 골격이 존재하는 강력한 공간(등 부분)이 일대일로 줄다리기하듯 혹은 텐트의 로프처럼 장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제 3의 포스가 필요하다. 이것이 직립의 원리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다. 아무런 힘도 없는 이 공간에서 골격에 필적할 만한 힘으로 장력을 유지시켜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정답 : 복압 (腹壓, Intra-Abdominal Pressure)
복압은 복부의 압력을 의미한다. 압력이라는 것은 단단하게 실존하는 구조물이 아니라 압력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복압이라는 것은 복부 내장을 압박하는 복강 내의 압력으로 일반적으로 숨을 크게 몰아쉬어 숨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단단하게 잡아두어 복부의 압력을 인위적으로 높인 것과 같은 이미지다. 실제로 힘든 작업, 예를 들면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릴 때 복압이 높아지며 배변이나 분만 등 복강 내의 것을 배출할 때도 복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너무나 어이가 없다.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공기가 가득 찬 풍선으로 버텨내고 있는 형상이라니. 이 엉성하기 짝이 없는 형태는 대체 무어란 말인가? 심지어 이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복부 압력의 이미지일 뿐이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지구 중심을 향한 압박인 중력과 체중의 관계에서는 이러한 압박을 버텨주거나 분산시켜주는 완충제로서의 복압에 대한 개념은 매우 희박하다.
평소에 중력을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은 수영장이나 목욕탕에서 장시간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다가 갑자기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실제 우리 몸에 작용하고 있는 중력의 힘은 평소 느끼지 못할 뿐 절대 약하지 않으며 우리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중력과 기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러한 전 방위적인 압박을 목뼈, 허리뼈, 골반뼈에만 책임을 전가시킨다면 일단 골격과 골격에 붙어 있는 근육의 힘이 약한 사람은 그만 반으로 접히게 될 것이다. 몸의 골격과 근육량이 적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중력 때문에 몸이 부서져버리는 것을 목격한다고 상상하니 아찔하다.
일상생활에서 복압을 만들어내고 유지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호흡이다. 무거운 택배 박스나 바벨을 들어 올릴 때 우리는 특별한 호흡을 하게 된다. 혹은 요가나 명상을 할 때도 매우 기술적인 호흡을 하는데 이렇게 하나의 테크닉으로서의 호흡은 평소보다 높은 복압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런 기술적인 호흡 중 생존과 관련된 가장 원초적인 것은 배변 시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호흡이다. 기술적인 호흡은 강력한 몸의 텐션을 만들어 특별한 수행 능력을 만들지만 평소에 강력한 복압을 유지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복압은 무의식에 기반을 둔 직립과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정도다. 우리의 일상적인 호흡은 이 정도의 복압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하다.
복압
척추동물들의 척추라는 구조물은 직립으로 보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직립 자체에도 그다지 적합한 형태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만이 완전한 직립과 직립보행을 위해 약간 다른 형태의 척추를 가지고 있는데 바로 척추의 만곡이다. 척추를 옆에서 보았을 때 S자 형태로 휘어진 모양을 말하는 것이다. 육상에서 네 발로 보행하는 척추동물들은 상반신과 머리의 무게를 앞발로 지탱을 한다. 인간은 골반을 중심으로 골반 위에 존재하는 머리와 양쪽 팔을 포함한 상반신 전체를 척추로 지탱하는 구조이며 머리의 위치와 무게로 인해 발생하는 중력의 압박은 네 발로 보행하는 척추동물들과는 다르다. 그와 같은 압박을 효율적으로 분산하기 위해 생긴 구조가 바로 S자 형태의 척추 만곡이지만 구조적으로 완전한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추간판 탈출증(디스크)과 같은 문제가 생기곤 한다. 인간의 척추는 수직으로 힘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추간판 탈출증은 고질적이고 흔한 질환이지만 척추가 수평 구조이며 머리의 위치가 척추를 압박하지 않고 상체 대부분의 무게를 다리로 버티는 네 발 동물에게는 흔하지 않은 질환이다. 척추는 경추(목뼈), 흉추(등뼈), 요추(허리뼈), 천추(엉치뼈), 미추(꼬리뼈)로 구성되어 있으며 경추 일곱 개, 흉추 열두 개, 요추 다섯 개, 천추 한 개, 미추 한 개로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포유류는 목뼈가 일곱 개이며 나무늘보처럼 대사 작용이 극단적으로 낮은 동물들은 다르기도 하다. 포유류의 목뼈를 구성하는 유전자는 신경계와 세포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 유전자 정보가 달라지면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목뼈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동물의 생태에 따라 약간씩 다르며 고양잇과 동물은 인간보다 많은 흉추와 요추를 가지고 있다. 고양이가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몸놀림은 그 덕분이다.
척추를 이루고 있는 뼈는 각각 주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경추(목뼈)는 머리를 받치는 기능을 한다. 척추에서 경추가 가지는 위치는 직립의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다. 우리 몸 전체의 중심선은 머리의 위치와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당연히 머리가 무겁기 때문이다. 척추가 두 발로 서 있기에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 가장 근원적인 이유 또한 머리의 위치 때문이다. 머리의 위치 때문에 생기는 몸의 구조적 문제는 무척 어렵다. 왜냐하면 이것을 판단하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부분이 시각과 뇌이기 때문이다. 시각에 의한 데이터의 신뢰도는 인간에게 거의 절대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그 이유는 시각의 주체인 눈(안구)이 뇌의 일부라는 학자들의 주장과도 연관이 있다. 뇌와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시각은 머리의 전면에 위치하며 이 위치는 머리의 위치에 따라 결정이 된다. 단적인 예가 거북목 증후군 같은 것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보급으로 급증한 이 증상은 시각의 집중도에 따른 머리 위치의 불균형에 관한 증상이다. 경추의 구조가 불안정해지면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데 경추와 마주하고 있는 것이 바로 흉추와 요추이기 때문이다.
척추
고양이 척추
흉추(등뼈)는 척추 전체의 구조 중에서 중간 부위를 차지한다. 총 열두 개로 구성된 흉추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뼈의 크기가 점점 더 커지는 구조다. 흉추는 척추를 이루고 있는 다른 골격과 달리 각각의 뼈에 갈비뼈가 붙을 수 있도록 관절면이 있으며 갈비뼈는 가슴을 둘러싸며 폐, 심장, 그리고 다른 내장 기관들을 보호한다. 심장이나 폐 등은 손상을 입으면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장기다. 그렇기 때문에 갈비뼈 자체도 견고하며 외부의 충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각 뼈 사이에 완충 지대도 있다. 흉추는 직립의 형태를 이루는데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흉추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면 흉추와 위아래로 마주하고 있는 목과 허리의 움직임에도 제약이 생긴다. 허리 통증은 물론 목의 통증이나 목과 연결된 어깨의 통증까지 유발하기도 한다. 또한 늑골(갈비뼈)을 지지해주는 기능도 있다. 생명을 보호하는 보호구를 거치하는 역할인 것이다.
요추(허리뼈)는 다섯 개의 뼈로 이루어져 있다. 요추는 직립한 인간의 움직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하나의 진화를 만들기 위해 희생이 필요하다면 직립이라는 진화를 만들기 위해 가장 혹사당하고 희생하는 골격이 바로 요추다. 우리는 중력에 의해 몸에 발생되는 압력을 체중이라고 부르는데 요추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거의 대부분의 체중을 지탱하는 것이다. 그래서 요추는 척추를 구성하고 있는 뼈 중에서 가장 크기가 크며 좌우로 넓고 앞쪽이 뒤쪽보다 더 두껍고 윗면과 아랫면은 평평하거나 약간 오목한 모양이다. 전체적으로 안정성에 비중을 두었으며 몸통에서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큰 움직임은 모두 요추에 기반을 둔다. 척추 전체를 기반으로 한 몸통의 움직임은 크게 굽힘과 폄, 옆 굽힘과 축 회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사실 각각의 허리뼈 마디가 움직이는 범위를 수치적으로 측정하기는 어렵다. 성별에 따라 다르고 보통 나이가 어릴수록 더 유연하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척추라고 하는 구조물 자체가 직립 상태에서는 불안하기 때문에 몸통의 큰 움직임은 안정성에 기반을 둘 수밖에 없다. 요추에서 발생하는 통증이 허리 통증의 대표적인 것들이며 이런 통증은 좋지 않은 움직임으로 인해 요추의 구조가 나빠지며 생기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통증은 요추 추간판 탈출증이다. 사람들이 ‘디스크’라고 부르는 증상이며 총 다섯 개의 허리뼈 중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사이에서 많이 생긴다.
추간판 탈출증
천추(엉치뼈)와 미추(꼬리뼈)는 척추의 가장 아랫부분에 위치한 구조물로 보통 골반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하게는 척추의 일부이면서 골반의 일부다. 천추와 미추에는 여러 가지 근육과 인대, 힘줄이 부착되어 있으며 특히 미추는 체중을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뼈들 중 하나다. 천추와 미추는 직립하여 서 있을 때보다 주로 앉아 있을 때 체중을 지지해주는 역할을 하며 미추는 몸을 뒤로 기울여 앉는 자세에서 체중을 부담한다. 꼬리뼈의 앞면은 골반저근과 연결되어 있어 배변을 하거나 배변을 자제, 조절하는 여러 근육들이 부착되어 있다. 특히 항문의 위치를 고정시키는 기능을 하며 배변 활동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추의 뒷부분은 엉덩이 근육의 일부가 부착되어 있어서 보행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직립과 보행은 이와 잇몸처럼 거의 하나라고 봐도 좋은 개념이기에 직립을 한다면 기능적인 움직임은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체중을 좌우로 주고받으며 걷는 움직임에는 대둔근(큰볼기근)이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며 앉았다가 일어서는 동작이나 허리나 다리를 쭉 펴는 동작에도 중요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천추와 미추의 구조가 좋지 않으면 항문 조임과 위치를 고정하는 기능이 떨어지면서 탈장이 생기기도 하며 대둔근의 위치와 기능이 불안정하면 엉덩이가 떠받들고 있는 허리의 근육에 통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렇듯 직립에 유리하지 않은 구조물인 척추의 바르지 않은 구조나 불안정성은 거의 대부분 요통(허리 통증)으로 발현된다.
‘동물의 왕국’ 같은 동물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 테마별로 동물들의 경이로운 능력을 비교해서 보여주곤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테마는 먹이사슬의 낮은 단계에 있는 약한 동물이 살아남기 위해 펼치는 기상천외한 필살기에 대한 테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동물은 피토휘Pitohui라는 때까치딱새과에 속하는 새였다. 이 새는 1992년 파푸아뉴기니PapuaNewGuinea에서 발견되었는데 이 작고 귀여운 새의 필살기는 놀랍게도 독(毒)이다. 치명적인 독을 가진 새라니 생각지도 못했다. 피토휘는 피부와 깃털에 바트라코톡신 계열의 신경독(神経毒)을 가지고 있는데 바트라코톡신은 남미의 원주민들이 독화살을 만들 때 사용하는 콜롬비아 독개구리도 가지고 있는 성분이다. 유사한 성분이지만 독개구리의 독처럼 사람을 즉사시킬 정도로 치명적이지는 않다고 한다. 피토휘가 가지고 있는 독은 다른 독을 가진 동물처럼 체내에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독을 가진 딱정벌레과 곤충을 잡아먹으며 후천적으로 생기는 독이기 때문이다. 즉, 선천적으로 독을 가진 개체로 진화한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선택하여 진화한 종이라는 뜻이다. 섭식으로 만들어진 독이기 때문에 독에 내성을 가지고 있는 피토휘도 독을 가진 곤충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드물게 중독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무런 무기도 없이 태어난 이 작은 새는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독을 섭취하고 독을 품은 위험한 존재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런 무기도 없이 태어난 인간이라는 동물이 문명과 사회의 보호 없이 자연계에 발가벗겨진 상태로 내동댕이쳐진다면 어떻게 될까? 먼 옛날 다른 동물들과 생존 경쟁을 하던 우리의 조상님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최종적인 몸의 형태를 직립으로 선택한 조상님들에게는 여러 가지 변화와 선택의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완벽하게 장점만 가지고 존재하는 생물은 없다. 강력한 포식자는 대개 먹이를 쫓아 먼 거리를 이동하기에 불리한 형태이고 번식률이 낮다. 포식자의 먹이가 되는 초식동물은 먼 거리를 이동하는 지구력과 높은 번식력을 갖고 있다. 이것은 생태계라는 균형을 유지하는 자연의 섭리이며 과거 동물의 한 종으로 삶을 살아가던 조상님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다른 동물들과의 군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류가 선택했던 것들은 너무나 많았을 것이기에 하나만 언급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는 원초적인 것을 하나 고르라면 역시 보행일 것이다. 보행을 하지 않는 포유동물은 없지만 직립보행을 하는 동물은 인간 하나다. 이것은 인간이 필연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필살기였을 것이다.
직립이라는 형태는 다른 동물과 다른 여러 가지 요소를 만들어냈다. 시선의 변화, 뇌의 용량, 손과 발의 분리, 도구의 사용과 불의 발견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오랜 시간을 이동하는데 유리했을 것이다. 직립은 보행할 때 내장 기관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유리하다. 장거리를 이동하기에 유리한 형태이며 몇몇 보행에 관여하는 근육들은 그에 적합하게 변화하기도 하였다. 물론 모든 것이 먼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변한 것은 아니다. 인간은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인간의 많은 형태가 두 발로 먼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가리키고 있다. 호모사피엔스가 그렇게 걸어서 아프리카 대륙을 벗어났고 지면이 존재하는 모든 곳에 인간이 존재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 보행은 인류의 생존을 위한 필살기가 되었지만 걷는 존재로서의 인간에게 피할 수 없는 통증을 안겨주었다. 마치 독충을 잡아먹어 독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