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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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로 망한 조직, 한비자로 살린다
발행일 2017년 12월 11일 발행
지은이 모리야 아쓰시
옮긴이 하진수
발행인 강학경
발행처
마케팅 정제용, 한이슬
에디터 권경자, 김경림, 장민정, 신미순, 최윤정, 강지은
디자인 최희민, 조은영, 김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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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8445-950-2 (05320)
SOSHIKI SURVIVAL NO KYOUKASHO KANPISHI
by Atsushi Moriya
Copyright ⓒ 2016 by Atsushi Moriya
All rights reserved.
Original Japanese edition published by NIKKEI PUBLISHING INC.
Korean translation rights ⓒ 2017 Sigma Books
Korean translation rights arranged with NIKKEI PUBLISHING INC., Tokyo
through EntersKorea Co., Ltd. Seou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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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자매회사로 일반 단행본 전문 출판사입니다.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는 것을 시의 적절하게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
- 한비자
머리말
‘보람 없는 노력’을 강요하는 일본 조직
일본인이 꾸리는 조직은 태평양전쟁 시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하는 면이 있다. 아무리 제대로 분석해서 제때 문제를 끄집어낸다고 해도, 마치 운명의 쳇바퀴처럼 완전히 똑같은 후속 조직이 자리를 메우는 것이다. 그리고 전에 있던 조직과 매한가지로 책임을 회피한다.
전후를 대표하는 사상가 중 한 명이자 루손 섬 격전에 참가한 야마모토 시치헤이는 당시 군대의 모습을 『어느 이상체험자의 편견』에서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지금은 ‘기백’이라는 말이 완전히 빛을 바랬지만, 일찍이 육군에서는 그 사람을 평가하는 가장 큰 기준이었다. 장교 급이든 일개 사병이든 ‘기백이 없다’라는 평을 듣는 순간, 그 사람의 행위와 의견은 전부 묵살당한다. ‘저놈은 기백이 없는 놈’이라는 평이 내려지는 순간, 그 사람은 무가치하고 무능한 인간이 된다.
도대체 ‘기백’이란 무엇인가. 사전적인 정의는 ‘무엇에도 굽히지 않고 맞서는 강한 정신력’이다.
- 야마모토 시치헤이, 『어느 이상체험자의 편견(ある異常体験者の偏見)』
이는 일말의 합리성도 없는 정신주의가 옛 일본 육군을 이상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야마모토 시치헤이가 묘사한 옛 육군의 모습은 오늘날 일본 대기업의 모습과 크게 겹친다.
“죽을 각오로 해.”
“어쨌든 타사보다 사양으로 이길 만한 것을 가져와.”
이러한 정신주의가 발호하는 세계에서는 당연한 것처럼 ‘수지타산 맞추기’가 횡행한다. 회계보고와 스펙의 위장이 현대의 ‘수지타산 맞추기’라면, 태평양전쟁 시기의 그것은 ‘인원수 맞추기’로 볼 수 있다. 인원수란 한마디로 물품의 수였다.
‘숫자만 맞으면 괜찮다’가 기본적인 태도였고, 내실은 전혀 따지지 않는 형식주의가 인원수주의에 깔려 있었다.
당연히 ‘인원수가 맞지 않으면 범죄’였고 ‘인원수만 맞으면 불문’하고 일을 진행했다. 결국 인원수를 맞추기 위해 무슨 짓이든 했다.
‘분실했다’라는 말은 일본군에는 없었다. 이를 입에 올리는 순간 “멍청하긴, 인원수 채워 와!”라는 말과 함께 뺨따귀를 맞았다. 분실하면 채워오라는 것은 다시 말해 훔쳐오라는 의미다.
- 야마모토 시치헤이, 『어느 이상체험자의 편견』
인원수를 ‘예산숫자’나 ‘사양’으로 바꾸면 그대로 기업에서 상사와 부하가 나누는 대화가 된다.
직위가 높은 사람이 무언가 큰 문제를 일으키고 책임지지 않고 도망가는 경우는 일본 조직, 특히 정치 세계에서 비일비재하다. 가령 원전사고, 연금문제, 공적연금이 대량으로 주입된 은행,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 준비 중 생긴 불상사 등을 말할 수 있겠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되고, 만약 누군가가 책임을 진데도 도마뱀 꼬리 자르듯 말단이 뒤집어쓰는 형국일 뿐이다. 이런 점도 과거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사령관이 항복을 명령했을 때 부하에게는 책임이 없지만, 사령관은 군법회의에 부쳐 그들에게 극형인 총살형을 내렸다. 일본 육군의 고급간부는 모든 것을 부하에게 떠넘기고 마지막까지 책임을 회피해왔다.
- 야마모토 시치헤이, 『내 안의 일본군(私の中の日本軍)』
지금까지도 일본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전범재판’은 결국 그 형태다. 상사가 ‘전범’이라고 고발당해 ‘찹쌀 암거래’로 마루베니*가 법정에 세워졌다. 그러나 ‘회사가 그러한 명령을 내렸다고 볼 수 없음’이라는 원칙으로 직접 손을 쓴 책임자인 ‘대대장’급에게 형이 내려진다. 관청에서 부정이 적발되면 같은 원칙으로 ‘소대장’급이 투신자살을 한다. (중략) 자발적인 ‘조직 명예’라는 사고방식이 일본을 파멸시켰다.
- 야마모토 시치헤이, 『어느 이상체험자의 편견』
* 丸紅, 1858년 설립되어 섬유 도매상으로 발전한 상사로 일본 5대 상사 중 하나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그것으로 됐어’, ‘어쩔 수 없지’라는 가치관 수준이 무의식적으로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러한 각인의 일익을 담당해온 것이 바로 중국 고전 『논어』다.
『논어』는 지금부터 약 2500년 전에 활약한 공자의 언행과 그의 제자와 주변인들의 언행을 기록한 것이다. 이후 한국, 중국, 일본, 북한, 베트남, 대만 등 동아시아 유교문화권의 바이블이 되었다. 일본에서도 17세기(원문은 에도시대) 이후로 열심히 읽혀져왔다.
『논어』가 어째서 이렇게까지 일본인의 조직관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서는 차차 설명하겠다. 『논어』의 조직관은 큰 장점이 있는 한편 씻을 수 없는 단점을 품고 있다. 그런 점에서 고대와 현대는 놀랍도록 겹쳐진다.
중국 고대에 『논어』 사상으로 꾸려진 조직의 문제는 사실 공자와 동시대에 이미 발견되어 시대가 흐르면서 비판하고 개혁하려는 시도가 서서히 이루어졌다. 이에 결정적인 해결책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한비자』다. 『한비자』의 조직 개혁 의도를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다음과 같다.
무림사회와 같은 조직을 성과를 내는 야무진 조직으로 바꾼다.
한비는 다수의 강적이 외부에 북적이는 가혹한 상태에서 확실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단단한 조직을 만들려고 했다.
현대의 성과주의와 놀라울 정도로 닮은 사고방식이 『한비자』를 관통하고 있다. 성과주의는 『논어』의 가치관을 배경으로 하는 일본식 경영 시스템의 불리함을 불식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일본식 경영 시스템에 대항하는 성과주의를 도입하는 현대의 흐름은 『논어』에서 『한비자』로 조직관이 변천하는 고대 중국을 연상시킨다. 이러한 의미로 고대 역사적인 경위와 전개는 분명 현대인에게 시사와 교훈을 전해준다.
이 책은 『한비자』가 주요 주제이지만 이 사상을 형성하는 데 토대가 되었던 『논어』의 사상도 함께 소개한다. 『한비자』와 『논어』의 대비가 이 책의 큰 구성이다.
『한비자』의 사상이 완전했느냐고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음이 역사적으로 명백히 밝혀졌다. 본문에서 상세히 다루겠지만 『한비자』 역시 특유의 장점과 함께 어쩔 수 없는 단점을 내포하고 있다.
즉, 『논어』와 『한비자』라는 대조적인 사상을 양극의 축으로 ‘성과를 내는 조직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찰해본다. 이러한 사고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원리원칙과 사고방식의 척도를 탐색하는 포석이 될 것이다. 『한비자』를 통해 원리원칙과 척도를 탐구하는 것은 이 책의 집필 의도 중 하나다.
경영자가 절대 말해주지 않는 책
『한비자』에는 조직에 속한 인간이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꼭 읽어야 할 교과서적인 내용이 있다. 바꿔 말하면 개인 차원에서의 서바이벌에도 유용한 고전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한비자』가 탁월한 권력론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비자』는 종종 다음과 같이 일컬어진다.
경영자의 애독서임에도 전연 발설되지 않은 명서
조직의 정점에 선 경영자라면 누구나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경쟁자나 파벌과의 항쟁, 권력 투쟁에 직면하게 된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싸움은 전쟁이나 주먹다짐과 마찬가지로 당사자가 아무리 싸우기 싫다고 해도 상대가 시작하면 대항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조직 서바이벌에서 유용한 노하우는 정석만 있는 것이 아니다. 타인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없는 수단을 구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도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수단은 경영자뿐 아니라 직위가 낮은 사람에게도 아주 유용하다. 어쩔 수 없이 상사와 동료에게 대항해야 하는 상황, 단물만 빨리고 버려지는 상황, 사건에 휘말려 책임을 추궁당하는 상황 등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을 잡고 권력 투쟁에서 이기는 요령과 지혜가 『한비자』에 있다.
그런데 여기에 놀라울 만한 아이러니가 있다.
『한비자』의 저자인 한비는 권력 투쟁에서 몸을 지키지 못하고 자살하는 처지가 되어버린 인물이다. 역사서 『사기』의 「노장 한비자」에 기록된 한비의 전기를 간추려 소개한다.
한비는 한(韓)나라의 귀족 자제다. 형명과 법술을 좋아했는데, 그 근본은 ‘황제와 노자’에게 있었다. 한비는 말더듬이에 변론이 능숙하지 않았지만 글은 뛰어났다. 이사와 함께 순자를 섬겼는데 이사는 스스로 한비보다 못하다고 여겼다.
韓非者, 韓之諸公子也. 喜刑名法術之學, 而其歸本於黃老. 非爲人口吃, 不能道說, 而善著書. 與李斯俱事荀卿, 斯自以爲不如非.
- 『사기』 「노장 한비자」
한비는 한나라가 쇠약해지는 것을 보고 여러 차례 서면으로 한나라 왕에게 간언했다. 하지만 왕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때 한비는 나라를 다스릴 때 발생하는 문제의 원인으로 다음을 꼽았다.
• 법제를 명확히 하지 않는다.
• 권력으로 신하를 통제하려 하지 않는다.
• 부국강병에 힘쓰고 인재를 모아 현자를 등용하려 하지 않는다.
• 겉을 꾸미고 나라를 좀먹는 인물을 진정으로 공적이 있는 사람의 위에 세운다.
유학자는 문화를 중시해 법을 혼란시키고 무사는 사적인 무용으로 금령을 어긴다. 나라가 안정되면 유학자처럼 명성이 높은 사람을 총애하지만, 나라가 위급하면 결국 갑주를 두른 무사를 의지한다. 이래서는 지금 양성하는 사람은 나라가 위급할 때 도움이 되지 않으며 정작 도움이 되는 사람을 양성하지 못한다.
그는 간악한 가신들의 모략으로 청렴하고 성실한 사람이 배제되는 것을 슬퍼하며, 역사의 득실 변화를 관찰해 「고분」, 「오두」, 「내저설」, 「외저설」, 「설림」, 「세난」 등 10여 만 자를 저술했다.
어떤 사람이 한비의 저서를 진나라에 가져왔다. 진왕 정(훗날 진시황제)은 「고분」과 「오두」를 읽고 이렇게 말했다.
“이 사람과 만나서 교우하게 된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
이사가 말했다.
“이것을 쓴 사람은 한비입니다.”
진나라는 그 길로 곧바로 한나라를 공격했다. 한비를 받아들이지 않던 한나라 왕은 위급해지자 그를 진나라에 사자로 파견했다.
진왕은 한비를 만나 기뻤지만 믿고 등용할 수는 없었다. 이사와 요가는 한비의 등용을 방해하려는 심산으로 그를 중상 모략했다.
“한비는 한나라의 귀족 자제입니다. 왕은 그를 진의 사람으로 만들고 싶겠지만, 한비는 한나라를 생각하고 진나라는 생각하지 않을 테지요. 그것이 인정입니다.
그렇다고 왕께서 그를 등용하지 않은 채 오랫동안 억류한 뒤 돌려보내면, 스스로 불씨를 뿌리는 것과 같습니다. 법을 앞세워 죽이는 것이 제일입니다.”
진왕은 이사의 말에 수긍해 간수의 손에 한비를 넘겼다. 이사는 사람을 시켜 한비에게 독약을 건네 자살하도록 했다. 한비는 왕에게 직접 해명하려 했지만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진왕이 후회하며 사람을 보내 사면하려 했을 때에는 이미 한비의 숨은 끊어져 있었다.
한비는 기원전 280년 즈음에 태어나 기원전 233년 즈음에 사망했다고 추정된다. 공자가 죽은 후 200년 뒤에 태어난 인물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이사는 진이 중국을 통일하는 데 원동력이 되었으며, 군현제 시행, 도량형* 통일, 문자 통일 등을 실시한 인물이다. 한비가 이론 면에서 법가사상을 집대성했다면, 이사는 실천·정착 면에서 공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 길이, 부피, 무게 따위의 단위를 재는 법
『사기』에 실린 전기가 사실인지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과거에 논쟁이 된 적이 있다. 주요 논쟁점은 다음과 같다.
• 정말 한비는 순자에게 가르침을 받았을까?
- 『한비자』에는 순자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 진왕이 한비를 만나기 위해 한나라를 공격한 것이 사실일까?
- 구태여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 한비의 사망은 정말로 이사의 간계 때문일까?
- 다른 자료를 보면 사실은 다른 원인이 있지 않았을까?
안타깝지만 무엇이 진실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다만 어느 쪽이 진실이든 한비가 정치싸움에 휘말린 탓에 현실 정치에서 거의 활약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것만은 확실하다.
아무리 지식과 분석력이 뛰어나도 그것이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것이 한비의 비극에 얽힌 역설적인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한비자』라는 서적에 대해서 언급하겠다. 현재 남아 있는 서적은 전부 55편이다. 다만 모두 한비가 쓴 것은 아니며 제자와 후학의 손이 닿은 편도 적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대략 다음 표와 같이 저작자를 추측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한비가 썼는지 여하에 관계없이 필요한 부분을 인용했다.
1 대체로 한비가 쓴 것
금본(今本) 제4권과 제19권의 여섯 편으로 고분(孤憤), 세난(說難), 화씨(和氏), 간겁시신(姦劫弑臣), 오두(五蠹), 현학(顯學)
2 한비 일파의 논란 답문을 모은 편
여덟 편으로 난일(難一), 난이(難二), 난삼(難三), 난사(難四), 난세(難勢), 문변(問辯), 문전(問田), 정법(定法)
3 비교적 초기의 한비자 후학이 만든 편
열일곱 편으로 애신(愛臣), 유도(有度), 이병(二柄), 팔간(八姦), 십과(十過), 망징(亡徵), 삼수(三守), 비내(備內), 남면(南面), 칙사(飾邪), 설의(說疑), 궤사(詭使), 육반(六反), 팔설(八說), 팔경(八經), 충효(忠孝), 인주(人主)
4 황로사상(黃老思想)을 가미한 비교적 늦은 한비자 후학이 만든 편
네 편으로 주도(主道), 양각(揚搉), 해로(解老), 유로(喩老)
5 비교적 늦은 후학이 만든 편
① 여섯 편으로 관행(觀行), 안위(安危), 주도(主道), 용인(用人), 공명(功名), 대체(大體)
② 팔경(八經)편의 일부
③ 두 편으로 심도(心度), 제분(制分)
6 한비학파에 전해진 설화집
아홉 편으로 설림 상(說林 上), 설림 하(說林 下), 내저설 상(內儲說 上), 내저설 하(內儲說 下), 외저설 좌상(外儲說 左上), 외저설 좌하(外儲說 左下), 외저설 우상(外儲說 右上), 외저설 우하(外儲說 右下), 십과(十過)
7 한비 일파가 아닌 이가 손대어 편찬될 때 틀리거나 고의로 한비의 책에서 누락시킨 편
- 네 편으로 초견진(初見秦), 존한(存韓), 난언(難言), 칙령(飭令)
- 기무라 에이치, 『법가사상 연구(法家思想の硏究)』
차례
머리말
제1장
사람은
성장도 하고
타락도 한다
『논어』와 『한비자』, 물과 기름같이 다른 조직관
공자는 애초에 무엇을 목표로 했나
가족을 확대하면 나라가 된다
모두가 우러러보아야 군자
최고의 덕, ‘인’ - 널리 사랑하는 것
‘관대한 정치’의 어려움
현대 대기업에 계승된 ‘덕치’의 문제점
제2장
『한비자』는
성악설이
아니다?
군주의 총애가 꼭 조직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나 프로 스포츠 팀과 같은 조직을 만든다
인간은 일단 신뢰해야 마땅하다 - 공자의 인간관
사람의 본성은 ‘약함’에 있다
가혹한 시대 상황이 사람을 이기적으로 만든다
애초에 사랑과 배려는 믿을 수 있는가
사람을 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 풀리지 않는다
칼럼 1 한비의 선구자들
제3장
단단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법’
책임 없는 자들의 말참견
솔선수범과 공정함
상벌규정으로서의 ‘법’
궤도에서 일탈하는 사람들
가치관 수준 차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제4장
2천년 이상이나
앞선
‘법’의 노하우
‘형명참동’은 지금의 ‘목표관리제도’
‘성장 가능성’과 ‘결과’ 중 무엇을 신용할 수 있는가
완전한 결과주의의 다정함
‘법’을 정착시키기 위한 술책 ① - 규격 외의 상
‘법’을 정착시키기 위한 술책 ② - 정을 버린 엄벌
형벌은 형벌이 없기를 기약하는 것이다
‘도’와 ‘법’에 접근하기
무의식에 지배당하는 세상
제5장
‘권력’은
호랑이의
발톱
권력에는 원천이 있다
권력, 권세, 권위
권력 투쟁의 탄생
우선 상대의 마음에 드는 것을 목표로 하라
직접적인 권력 탈취법
파생 권력이란
‘살짝 ~한 것뿐이야’가 부하의 큰 권력으로
제6장
어둠 속에
숨어서
가신을
조종하는 ‘술’
군주는 좋고 싫음을 겉으로 드러내면 안 된다
정보의 대조
상대를 뒤흔들어본다
권력 원천의 문제
권력 관계의 진위와 그 활용
일본 조직의 권력 vs 미국 조직의 권력
권력이 상쇄되어가는 시대에
칼럼 2 전후 일본 기업은 왜 『논어』적이 되었나
제7장
개혁자는
어느 시대나
수지가 안 맞다
‘법치’, 누구도 기뻐하지 않는 개혁
설득은 어렵다 ① - 상대의 심중을 알다
설득은 어렵다 ② - 용의 목 부근에 난 ‘역린’
서툰 진심이 낫다
법술사의 비참한 최후
제8장
믿어도
믿지 않아도
벽에 부딪힌다
진귀한 보물이 될지어다
‘법’은 있어도 ‘술’이 없는 나라
결정하지 못한 황태자
‘법치’의 구조적인 문제점
사람은 성장할 수 있으니 하면 이룰 수 있다
인건비 삭감과 성과주의의 모순
고갈된 ‘상’을 보완하는 것
패왕의 길이란
믿지 않는 제도, 믿는 운용
광대한 파이와 이중인격
칼럼 3 중국적 정치체제와 ‘법가’
제9장
쓸 만한
권력을 익히는
법
일본 장수기업의 원천
회사의 방침이나 이념의 자리매김
사장과 실권자, 각각의 권력 행사
‘스케줄 투쟁’ 그리고 ‘정신론’
윗사람의 권력 활용법
정보 격차를 만들지 않기 위해
권력 지지기반 이론
물러서기를 좋아하는 자를 기용해야 한다
외부 권력을 빌리는 법
아랫사람이 권력에 대항하는 방법
의존하게 되는 권력
자유를 손에 넣기 위해서
『논어』와 『한비자』, 물과 기름같이 다른 조직관
...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사람은 어떤 조직에 적을 두고, 목숨을 부지하거나 생계를 꾸리거나 사는 보람을 찾았다.
조직이 필요한 긍정적인 이유를 하나 대자면, 사람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지만 탄탄한 조직에 속했을 경우에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직은 구성원 각개의 능력치를 단순히 합한 것 이상으로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날이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에 주목했다.
‘원활한 조직이란 어떤 조직인가?’
‘구성원이 행복해지는 조직이란 어떤 조직인가?’
‘조직에서 활약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전혀 다른 입장에서, 서로 정반대의 해답을 제시하는 중국 고전이 있다. 바로 머리말에서도 언급한 『논어』와 『한비자』다. 둘 다 중국 기원전, 전란이 한창이던 춘추전국시대에 저술된 고전이다.
두 고전에 담긴 공자와 한비자의 사상은 ‘완벽히’라고 표현할 만큼 전연 다르다.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논어』와 『한비자』의 조직관을 비교해보았다.
1. 삶을 대하는 자세
[논어] - 인간은 의지가 중요하다.
군 전체를 통솔하는 장군이라도 포로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별 볼일 없는 인간이라도 그의 의지를 빼앗을 수는 없다.
三軍可奪帥也, 匹夫不可奪志也.
(삼군의 장수를 뺏을 수는 있어도 필부의 의지를 뺏을 수는 없다.)
- 『논어』 「자한편」
[한비자] - 인간은 이익 앞에서 눈이 어두워진다.
장어는 뱀과 닮았고 누에는 나비유충과 닮았다. 사람들은 뱀을 보면 소스라치게 놀라고, 나비유충을 보면 질색하며 피한다. 그런데 어부는 장어를 맨손으로 잡고, 비단 짜는 부녀자는 누에를 아무렇지 않게 집는다. 이익 앞에서는 누구나 대단한 용자가 된다.
黃膳像蛇, 蠶像毛蟲. 人們看見蛇就會驚恐害怕, 看見毛蟲就會汗毛豎起. 漁夫捕捉黃鱔, 婦女拾蠶餵養, 因利益所在, 都能像孟賁, 專諸一樣勇敢.
(갯장어는 뱀과 비슷하고, 누에는 나비유충과 비슷하다. 이익이 있을 때 누구나 맹분*과 전제**가 된다.)
- 『한비자』 「설림 하편」
* 孟賁, 춘추전국시대 제(齊)나라 사람으로 쇠뿔을 산 채로 뽑을 만큼의 용사다.
** 專諸, 춘추전국시대 오(吳)나라 사람으로 오왕 요(僚)를 암살한 자객이다.
2. 정치에서 중시해야 할 것
[논어] - 상하 간 신용이 중요하다.
신용은 식량보다 중요하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다. 그에 비해 백성의 신뢰를 잃은 채로는 정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去食.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
(예부터 사람은 죽지만 백성의 믿음 없이는 설 수 없다.)
- 『논어』 「안연편」
[한비자] - 신용에 의지하면 배신당한다.
군주는 상대를 전적으로 신용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상대를 전적으로 신뢰했다가는 상대의 뜻대로 이용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人主之患在於信人. 信人, 則制於人.
(임금의 근심은 사람을 믿는 데서 온다. 사람을 믿으면 곧바로 그 사람에게 제압당한다.)
- 『한비자』 「비내편」
3. 상하관계
[논어] - 상사와 부하는 경의를 품은 관계여야 한다.
군주가 가신을 부림에 예를 기본으로 하며, 가신이 군주를 섬김에 도덕적 의식을 기준으로 함을 으뜸으로 친다.
君使臣以禮, 臣事君以忠.
(임금은 신하를 부리는 데 예를 다하고, 신하는 임금을 섬기는 데 충성을 다한다.)
- 『논어』 「팔일편」
[한비자] - 상사와 부하는 서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관계다.
군주와 신하는 하루에 백 번을 싸운다. 신하는 속마음을 숨기고 군주의 태도를 살피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군주는 법을 방패삼아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신하와의 결속을 잘라버린다.
上下一日百戰. 下匿其私, 用試其上 上操度量, 以割其下.
(상하는 하루에 수없이 싸운다. 아랫사람은 저를 숨긴 채 윗사람을 시험하며, 윗사람은 도량으로써 그러한 아랫사람을 구분한다.)
- 『한비자』 「양각편」
4. 법이나 규칙에 대한 태도
[논어] - 법이나 규칙에 기대는 것은 위험하다.
정치인이 법률을 휘둘러 형벌로써 억누르려 한다면, 백성은 백성대로 법률을 피할 수 있는 구멍만 찾고 수치를 수치라 여기지 않게 된다. 반대로 저 아랫사람까지 덕으로 감화시키고 예로 규범을 확립하면, 백성은 백성대로 스스로 수치를 깨닫고 부정을 저지르는 자도 없어진다.
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
(정령으로 이끌고 형벌로 정돈하고자 하면 모면한 백성은 수치를 모른다. 덕으로 이끌고 예로 정돈하고자 하면 백성은 수치를 깨닫고 격을 갖춘다.)
- 『논어』 「위정편」
[한비자] - 법이나 규칙이야말로 통치의 기본이다.
백성은 지독한 형벌을 몹시 싫어할 테지만 형벌이야말로 나라를 다스리는 데 가장 중요한 근본이다.
而嚴刑重罰之可以治國也.
(엄형과 중벌은 백성에게 미움받지만 나라를 안정시킨다.)
- 『한비자』 「간겁시신편」
아무리 『한비자』가 『논어』의 대립 명제로서 출현한 것이라 해도 이 정도까지 반대되는 전제를 펼칠 줄은 몰랐다. 놀라울 정도로 대립하는 공자와 한비자의 조직관을 한 문장으로 나타내자면 다음과 같다.
『논어』 - 무엇보다도 사람과 신용으로 관계를 맺어야 원활한 조직을 만들 수 있다.
『한비자』 - 사람을 신용할 수 없으므로 배신이 불가능하게 제도를 구축해야 원활한 조직을 만들 수 있다.
그럼 이제 이와 같은 사상의 차이가 생긴 원인이 무엇인지 역사적 배경부터 살펴보자.
공자는 애초에 무엇을 목표로 했나
...
먼저 『논어』를 보자.
고전이지만 현대인에게도 사랑받는 『논어』에는 무의식중에 오류를 범하기 쉬운 함정이 하나 있다. 바로 저자가 누구냐는 점이다. ‘공자가 쓴 『논어』’라고 무의식중에 말할 수 있는데, 공자는 『논어』 집필에 관여하지 않았다. 공자의 사후, 약 백 년이 지났을 즈음 공자의 가르침이 흩어지지 않도록 손제자와 증손제자가 모아서 정리한 것이 『논어』라고 알려져 있다.
『논어』라는 표제에 대해서도 여러 설이 있는데, 가장 단순한 설이 ‘논’은 ‘편집이나 편찬’, ‘어’는 ‘손자나 제자가 한 말’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즉, ‘공자나 제자가 한 말을 편집했다’라는 의미의 제목이다.
그렇다면 공자는 도대체 무엇을 하려던 사람인가.
당시는 심한 전란으로 하극상이 일상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공자는 싸움을 종식시키고 평화로운 천하를 만들려고 한 인물이었다. 그래서 스스로 정치가가 되려 했고 제자들도 훌륭한 정치가로 양성하려고 했다.
『논어』에는 다음과 같은 문답이 있다. 맹무백은 노(魯)나라의 정치를 주름잡던 귀족가의 유력자다.
맹무백이라는 귀족이 공자에게 물었다.
“당신의 제자인 자로는 인이 몸에 배어 있습니까?”
“모르겠습니다.”
재차 묻는 맹무백에게 공자는 이렇게 답했다.
“자로는 제후국에서 군비 관리를 맡길 만한 자입니다. 그렇지만 인의 경지에 도달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제자인 염유는 어떻습니까?”
공자가 답했다.
“염유는 큰 마을과 명망 높은 가문을 총괄하고 있는 자입니다. 그렇지만 인의 경지에 도달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제자인 공서적은 어떻습니까?”
공자가 답했다.
“공서적은 의관을 갖추고 조정에서 외교를 맡고 있는 자입니다. 그렇지만 인의 경지에 도달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孟武伯問 “子路仁乎” 子曰 “不知也” 又問 子曰 “由也 千乘之國 可使治其賦也 不知其仁也”
“求也何如” 子曰 “求也 千室之邑 百乘之家 可使爲之宰也 不知其仁也”
“赤也何如” 子曰 “赤也 束帶立於朝 可使與賓客言也 不知其仁也”
(맹무백이 묻기를 “자로는 인인가?”, 공자가 답하길 “모르오.” 다시 묻자 공자가 답하길 “유는 천승지국의 일을 다스리오. 인인지는 모르오.” “구는 어떻소?” 공자가 답하길 “구는 천 가구의 마을과 백승지가를 주관하오. 인인지는 모르오.” “적은 어떻소?” 공자가 답하길 “적은 사모관대를 하고 조정에 서서 귀한 손님을 맞이하오. 인인지는 모르오.”)
- 『논어』 「공야장편」
무엇에 관한 문답일까. 현대에 적용해보면 기업의 인사담당자와 대학 총장과의 대화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의 제자 중에 훌륭한 학생이 있습니까? ○○라는 학생은 우수합니까?”
인사담당자(맹무백)의 질문에 대학 총장(공자)이 답한다.
“우수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라는 장점을 잘 활용한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대충 이와 같은 분위기의 문답이다. 물론 당시의 취직자리에 지금의 기업 같은 형태는 없다. 제후나 귀족 가문에 고용되어 정치가나 관료로 활약하는 것이 당시의 일반적인 일자리였다.
본래 『논어』는 의당 정치나 정치가에 관련된 문답이 나열된 책이다.
『논어』에서 그리는 ‘이상적인 정치가·통치자’의 모습은 ‘마땅한 사람’의 모습과 겹친다. 『논어』는 예부터 ‘사람됨’을 중시하며 ‘삶을 대하는 자세’를 알려주는 교과서로 여겨졌다.
가족을 확대하면 나라가 된다
...
공자는 어떤 정치가를 이상으로 했으며 정치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을까. 공자의 발상에는 지극히 상식적인 면과 독특한 면이 공존한다.
상식적인 면부터 보자.
만약 ‘성과를 올리는 이상적인 조직’을 떠올려보라고 한다면 어떤 조직이 떠오르는가? 공자는 이에 대한 답으로 ‘좋은 가정’을 본보기로 삼은 조직을 묘사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조직이다.
상하, 동료를 가리지 않고 서로 신뢰하며 자신의 특기로 능력을 발휘한다. 잘못된 점은 잘못되었다고 지적해주는 관계를 구축한다. 서로 도와주고 성장시키며 재능을 펼친다.
공자는 여러 가정이 모인 것이 나라이며 좋은 가정을 있는 그대로 확대한 것을 이상적으로 통치되는 나라로 보았다. 그러므로 『논어』에는 다음과 같이 얼핏 보면 의미를 쉽게 알기 힘든 문답도 있다.
누군가가 공자에게 물었다.
“선생은 어째서 정치에 참여하지 않습니까?”
공자가 답했다.
“『서경』에도 ‘부모에게 효도하는 사람은 형제 간 우애도 좋다. 이를 세상사로 넓힌 것이 정치다’라고 나온다. 나의 지금 생활 또한 정치와 같다. 조정에 자리해 이런저런 지도를 하는 것만이 정치는 아니다.”
或謂孔子曰 “子奚不爲政?” 子曰 “書云, ‘孝乎惟孝, 友于兄弟, 施於有政.’ 是亦爲政, 奚其爲爲政?”
(혹자가 공자에게 묻기를 “선생은 왜 정치를 하지 않는가?” 공자가 답하길 “책에 ‘효란 게 이것이구나. 형제도 우애하며 이를 정치에 반영하라’고 적혀 있었다. 이 또한 정치를 하는 것이다. 어찌 관직에 서야만 정치한다고 하겠는가.”)
- 『논어』 「위정편」
가정이 정치체제의 본보기이며 이를 기반으로 확대해 나가라는 의미다. 공자는 ‘좋은 가정을 만드는 것’과 ‘정치를 행하는 것’이 그대로 직결된다고 보았다.
그 밖에 『논어』에서 이상적인 조직의 요건에 대응하는 구절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서로 돕는 관계
군자는 협조성으로 가득하지만 부화뇌동하지 않는다. 소인은 부화뇌동하지만 협조성은 부족하다.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군자는 화합하되 동화되지 않지만, 소인은 동화하되 화합하지 않는다.)
- 『논어』 「자로편」
할 말은 하는 관계
자로가 “군주를 어떻게 섬겨야 합니까?” 하고 묻자 공자가 답했다. “거짓은 고하지 않는다. 그러나 해야 할 말은 반드시 주장해야 한다.”
子路問事君, “勿欺也, 而犯之.”
(자로가 신하됨에 대해 물었다. 공자가 말하길 “속이지 말고 면전에서 바른 말을 하라.”)
- 『논어』 「헌문편」
도와주고 성장시키며 재능을 펼치는 관계
군자는 사람의 좋은 점을 드러내도록 하지만, 나쁜 점은 부추기지 않는다. 소인은 이와 반대로 행동한다.
君子成人之美, 不成人之惡. 小人反是.
(군자는 남의 좋은 점을 이루어주고, 남의 나쁜 점을 이루어주지 않는다. 소인은 이와 반대다.)
- 『논어』 「안연편」
인한 자는 자신이 서고자 할 때 남부터 서게 하고, 자신이 손에 넣고 싶을 때 남부터 얻게 한다.
夫仁者, 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
(인자는 입신하고자 하면 남을 입신시키고, 달성하고자 하면 남을 달성시킨다.)
- 『논어』 「옹야편」
신뢰관계
자공이라는 제자가 정치 과제에 대해 여쭈었다. 공자가 답했다.
“식량을 확보하는 일, 군비를 충족하는 일, 백성의 신뢰를 얻는 일, 이렇게 세가지다.”
“어쩔 수 없이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어느 것을 제해야 할까요?”
“군대를 버린다.”
“그렇다면 남은 둘 중에 어쩔 수 없이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어느 것을 제해야 할까요?”
“식량을 버린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다. 그에 비해 백성의 신뢰를 잃은 채로는 정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子貢問政. 子曰 “足食足兵, 民信之矣.”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三者何先” 曰 “去兵.” 子貢曰 “必不得已而去,於斯二者何先” 曰 “去食.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
(자공이 정치를 물었다. 공자가 답하길 “식량을 풍족하게, 군사를 풍족하게, 백성의 믿음을 두텁게 한다.” 자공이 묻기를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면, 셋 중 무엇을 먼저 포기해야 하오?” 공자가 말하길 “병사를 버린다.” 자공이 묻기를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면, 남은 둘 중 무엇을 포기해야 하오?” 공자가 말하길 “식량을 버린다. 예부터 사람은 죽지만 백성의 믿음 없이는 설 수 없다.”)
- 『논어』 「안연편」
『논어』에서 언급한 이상적인 조직 요건 중 ‘신뢰관계’에 대해서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말미에 있는 ‘믿음 없이는 설 수 없다[無信不立]’라는 구절은 유명하다. 그러나 후세에 조금 비판당한 구절이기도 하다. 아무리 상하에 신뢰가 있다고 해도 사람들이 죽어버리면 의미가 없지 않느냐며 정치의 리얼리즘이 결여된 구절이라는 비판이었다.
하지만 공자의 대답을 현대의 기업에 적용해보면 공자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당신이 어떤 회사의 직원이라고 해보자. 그런데 당신이 속한 회사는 때마침 불경기의 여파로 자금이 끊겨버렸다. 사장은 어쩔 수 없이 직원 전원을 회의실로 불러 단호히 말했다.
“유감스럽게도 자금 사정이 악화되었네. 해서 3개월간 급여 없이 일해주길 바라네. 그러면 우리 회사가 자금 위기를 극복할 것 같아. 물론 그땐 급여도 지급할 수 있네.”
이에 대해 당신은 직원으로서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급여도 주지 못하는 회사에 누가 다닐 줄 알고?’
이런 식으로 모두 그만두는 순간 회사는 성립할 수 없다.
‘사장이 하는 말을 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