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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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일기

이철 저자 / 아를

“당신 곁의 죽음에 관한 보고서”

2024년 5월 31일 오늘, 대통령실에서 종부세를 폐지하고 상속, 증여세도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기사가 났다. 책에 선명히 찍혀있는 “2080개의 절망과 122,713개의 아픔”이라는 문장이 유난히 아득하고 황망히 느껴진다. 물려받을 막대한 부가 없는 우리 대부분은 삶을 걸고 노동하는 노동자가 된다. 블루칼라든, 화이트칼라든. 그리고 2080은 2021년 한 해 일터에서 죽은 노동자의 수, 122,713은 일터에서 다친 노동자의 수다. 너무 큰 숫자라 오히려 현실감이 없는 걸까? 혹은 숫자로 표현되는 죽음 자체가 현실에 둔탁한 막을 씌우는 걸까? 노동자의 일상적 죽음과 고통 앞에 사회는 의아하리만치 무감하다.

이 책은 숫자들을 실존하는 현실 그 자체로 되살려 전하려는 노력이다. 대학로에서 공연되었던 동명의 연극 ‘산재 일기’에서는 두 명의 배우가 번갈아가며 총 17인을 연기한다. 17인은 모두 실존 인물이며 모두 산업재해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람들이다. 이들의 목소리를 배우들이 대신 전달한다. 이들의 삶을, 고통을, 이들이 스러진 그 순간 일터의 상황을 전달한다. 매 사건은 무거운 충격을 준다. 이들이 겪은 공포와 절망으로부터 오는 충격은 결코 그저 숫자 1로, 1과 1들이 더해져 만들어진 2080과 122,713으로 치환되지 않는다.

책은 연극의 원작 희곡에 더해 기획자의 고민이 녹은 작가 노트, 노동건강연대 활동가의 에세이, 연극평론가의 해설로 구성되었다. 극장의 고요한 분위기를 배경음악으로 상상하며 읽으면 이 목소리들이 더 선명하게 귀를 울린다. 연극에서 끝나지 않고 희곡집으로 이어져 더 많은 이들에게 닿게 된 일이 반가울 뿐이다. 이 목소리를 굳이 찾아 듣는 일이, 노동자 우리의 목소리를 키우는 일일 것이다. - 사회과학 MD 김경영

추천의 글

희곡이 소설보다 더 감동적일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깨달았다. 우리 사회에서 선한 의지로 자신의 일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세심하게 공을 들여 작품을 완성하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산재일기>는 그 자체로 노동과 예술의 미시사적 성과다. - 하종강, 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