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메의 부모님이 이곳에 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나는 알고 있었다. 에세이 주제가 아닌 현실에서, 다른 밸리의 방문을 승인받을 수 있는 사유는 사별뿐이었다. 산 너머 20년 이후의 삶을 사는 동부 밸리의 세상에는 에드메가 죽고 없는 게 틀림없었다. 피라 부부를 알아봤던 그 순간, 나는 그들이 나를 찾아온 사람들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마음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이제는 죄책감이 들었다.
“현재란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연약한 것이죠.”
“자기 존재를 무효화하려면 우선 존재해야 하잖아요. 제 말이 맞죠?” 이브레 선생님이 눈을 아주 부드럽게 뜨고 답했다. “아닙니다. 서쪽으로 간 사람이 거기서 개입을 일으키면, 시간이 파도처럼 그를 덮쳐서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삼켜버립니다. 아주 단순하고 무자비하게.”
<시간의 계곡> 포함, 소설/시/희곡 분야 2만원 이상 구입 시 (한정수량, 마일리지 차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