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을 좋아하고 과감한 패션을 구사하는, 자유로운 소년 강현겸. 그는 매일 소꿉친구인 채지율의 요구에 따라 고등학교 교문 앞에서 지율의 하교를 기다리곤 한다. 현겸이 학교에 나타나는 날이면 여학생들은 환호하며 그의 뒤꽁무니를 쫓곤 한다. 변성기도, 사춘기도 아직인 현겸을 보며 지율은 과연 현겸도 자신에게 이성으로서 호감을 느끼는지 불안해하는데…
10대 청소년들의 사랑과 성장을 그린, 90년대 순정만화의 대표 주자 『언플러그드 보이』. 단순히 ‘학원 청춘물’이라는 상투적인 표현으로 요약할 수 없는 청소년들의 다단한 감정은 주인공 5인방의 면면을 통해 드러난다. 아무 걱정 없이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부모님의 불화를 보며 남몰래 눈물 흘리는 현겸, 현겸에 어울리는 멋진 사람이 되지 못해 고민하는 지율, 죽음의 충동에 시달리는 고독한 불량아 이락과 그를 짝사랑하게 된 반장 고호, 이뤄지지 않을 사랑에 괴로워하는 안하무인 명명까지. 때묻지 않은 마음에 대한 동경과 두려움이라는 양가적인 감정은 그들이 누군가를 사랑할수록 더 깊이 소용돌이친다. 만화 『언플러그드 보이』에는 폭풍과도 같은 사춘기 속에서 여과되어 흘러나온 찬란한 감정의 결정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