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 6호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김수영문학상, 동서문학상, 미당문학상, 대산문학상, 이상시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동시집 『저녁별』 『초록 토끼를 만났다』 『여우와 포도』,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10년 동안의 빈 의자』 『붉은 눈, 동백』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분홍 나막신』 등을 냈습니다.
언젠가 저는 시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내가 너를 업고 갈 테니 나중에는 네가 나를 업고 가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런 다짐만큼 저는 시를 튼튼하고 등이 넓은 품으로 키우지 못했습니다. 그러기는커녕, 제 길을 찾지 못하는 부실한 시업時業앞에서 번민의 날을 보내기 일쑤였습니다. 몇 년간 시도 쓰지 못하고 오직 시를 읽는 위안으로 시간을 견디기도 했습니다. 제 딴에는 그것이 모색의 길이라 애써 자위했지만 한동안 시 쓰기에 대한 연민과 환멸 사이에서 헤어나질 못했습니다. 그 고민 과정에서 시에 대한 기대나 욕심도 많이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얼룩 뺀 빨래처럼 시도 가벼워졌습니다. ('수상 소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