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나는 곱창을 씹으며, 내 소설도 이런 뒷고기 운명을 닮았으면, 하는 생각을 떠올린 적이 있다. 한 생명체의 마지막 허드렛일을 도맡음으로써 몸을 정화시켜주는, 정작 자신은 군내를 풍길지언정 온몸에 활기를 불어넣고 향취가 살아나게 해주는, 주목받지 못하는 운명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제 일을 해내는 그런 역할이 빛나 보였던 것이다. 씹을수록 맛이 우러나는 작품, 오래오래 질기고 튼튼하게 살아남는 작가. 그 두 가지를 나는 동시에 소망한다.